?난 작년에 멋있게 산 것 같다. 


1월부터 하루 순공 최소 14시간을 찍고


2월에는 드릴 1 2를 끝냈다. 


3월부터는 잠을 극단적으로 줄이기 시작했고


4월에는 꽤나 큰 슬럼프를 견뎌냈다. 


5월에는 이보다 더 밀도 있게 산 달이 없었고


6월에는 기적을 써내렸다. 


여름방학은 그냥 ‘철인’ 그 자체였고


몬스터를 계속 먹다가 부정맥도 심해졌으며


9월부터 마지막까지는 매듭을 잘 지었다. 


전교 160등이 평가원 수학 1등을 해보고


항상성도 모르던 바보가 항상 빌보드에 올랐다. 


잘해보고 싶다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는데


잘해보고 싶다고 낮잠은 오지도 않았다. 


친구들은 어떻게 하면 잠을 줄이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그걸 간절함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너희가 간절하지 않은 건 아니야. 


다만, 내가 좀 급한 거야. 



난 성공하고 싶거든. “



그러나 나에게는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국어.


왜 이게 걸림돌이냐고? 뭐 말하긴 좀 그렇다. 


그냥 선천적인 거다. 약간의 질환이 있어요. 


예전에 국어는 못한다고 칼럼에 썼을 때 


근데 국어 공부는 많이 했다고 했을 때 


분명히 돌려까는 말도 있었고 


왜 성대밖에 못 갔냐고 하는 말도 있었지만


That’s no problem. 신경 안썼어요 딱히


그냥 내 능력인 걸 어떡해?


난 참 이상하다. 글은 좀 쓰는 것 같은데 


말은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건가? 비문학은 그냥 못한다. 


문학은 적어도 알아들을 필요는 없잖아? 


나중에 문학은 나에게 악수를 청하더라. 


“너가 이겼다.” 


그럼 뭐하냐? 난 아직 비문학을 못하는데


내가 푼 국어 문제집이 쌓일수록


난 점점 슬퍼져갔다. 


올오카. 피램. 간쓸개. 그릿. 인강민철


아름답지 않나? 이 정도면 국어 선생 정모다.  



뚜껑 열린 모래시계 속 


나는 모래를 더 넣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응 맞아. 다시 도전하겠다는 거야.”


그러나 넣지 않았다. 


이 싸움을 끝내고 싶었으니까.


아름답게. 간지나게  


2022. 11. 17에서


왜냐고? 이걸 어떻게 또 해.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는데. 


썸넬에 있는 저걸 다 풀었는데. 


내가 어떻게 또 하냐고. 미치지 않은 이상


자부심? 사실은 없다. 


그러나 최대한 있어보이려고 했다. 


그래야 상대방이 쪼니까. 


대신 그건 자만이 아니었다. 


“진짜 나는 노력을 했걸랑.”


2022. 11. 13 00:28



무슨 날이냐고? 저 썸넬을 찍은 시간. 


저 사진은 나에게 처음으로 주는 선물이었다. 


그것도 생일선물. 


난 수능 4일 전이 생일이었다, 


저 날은 기숙사를 가는 날이었다. 


우리 학교는 기숙사에서 다 같이 수능장으로 갔다. 


그러니까.... 내 생일은 집에 마지막으로 있는 날


저 책들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날. 


“하 서사 참 대단하지 않냐? 


이 정도면 메시 월컵 우승보다 더.... “


여기까지!


저 날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냥... 이젠 다 끝난 것 같아서. 


그리고 비문학이랑 승부를 볼 수 있어서. 


사설에서 1등급은 강대k 6회, 딱 한 번이었다. 


그러니까. 수능에서는 1등급은 안 바라고


2등급만 받고 싶었다. 


참 소박하다. 공부한 양에 비해서. 


뭐 어쩔 수 없잖아? 내 능력인데. 


나 한 해 간지나게 살았잖아. 


그러니까 그 마음 가지고 드가자고


결론적으로 나는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9번 같은 것도 틀리는 바본데


참 슬펐다. 많이 울었다. 


지니까 울 수 밖에 없잖아... 


성대에 논술로 붙었다는 통보가 떴을 때


참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구나. 


내 일년의 끝이 고작 논술엔딩이구나. 


납치도, 그렇다고 기적도 아닌


그냥 수능 성적표로도 갈 수 있는


그 대학이었지만


이상하게 정이 안갔다. 


근데, 딱 하나 얻은 것은 있었다. 


나도 이렇게 나도 이렇게 


간지나게 살 수 있었구나. 


너에게 간지는 무엇일까? 


단순히 노력하는 거? 


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간지는 그냥 


하나의 마인드 컨트롤 같은 거다. 


너도 해볼래? 


시대 본관 주위의 사거리. 알지?


사람 많잖아. 거기서 


내가 제일 잘한다는 생각을 해봐. 


서바 기간되면 다같이 모고도 보거든? 


보기 전에 내가 제일 잘볼거라고 생각해봐. 


엄마아빠분들이 차끌고 애들 기다리지? 


그 앞을 지나가면서


나를 위해 멈춰있는 차들이구나. 생각해봐


오늘 먹은 저녁. 오늘 잡은 샤프. 오늘 탄 지하철


모두 널 위해서. 너를 위해서 있었던 거야. 


너 지금 불안하니? 정상이야. 


너 지금 행복하니? 그것도 정상이지. 


어떤 감정이든 너의 노력에 따라서 온거야. 


그러니까 괜찮다고. 불안해하지 마. 


나도 했어. 머저리인 나도. 


국어도 어떻게든 봤어. 아름답게


너는 뭘 못하겠냐? 나도 했는데


그러니까 그냥 해봐. 노력도 하고


시험도 보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우진희 욕도 하고


가끔은 찬양도 해줘 ㅋㅋ 


어때? 벌써 편안하니? 


거봐. 너가 노력했다는 거야. 


다시 한 번 말해줄게. 


얼마든지. 또 얼마든지 


너의 마음 속을 들여다봐.



오늘 너는 어떤가 


오늘까지의 너는 어떤가


다 괜찮다고 생각해봐. 


너는 오늘도 간지났으니까. 


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하나 있는데. 


너 진짜 괜찮은 사람이거든?? 


그러니까 너한테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열심히 했다고 말해봐. 

내가 내 생일에


나한테 선물을 줬던 것처럼


오늘 여러분도 여러분에게 선물을 주세요. 


내일도 모래도 6평날도


모두 2024 수능 상반기 



수고 많으셨습니다. 


6평 끝나고  이 칼럼


한 번 더 읽으세요. 


그러면, 적어도 그 날 여러분을 너무


원망하진 않을거에요. 


왜냐고? 여러분은 지금까지 


간지나게 살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