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4학번 정시 일반전형으로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오준성이라고 합니다. 수험생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QCC에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① 쉬는 시간을 가지자
저는 작년 1월 겨울방학에 본격적인 수능 공부를 처음 시작하고 열심히 스터디카페에 가서 공부했습니다. 수험생활 극초반이라 의욕이 넘쳤어요. 하루 최소 공부 14시간은 하자는 생각에 컨디션이 안 좋은 날까지 매일매일 스카에 앉아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쉬는 시간 전혀 없이 매일 매 순간 공부만 하는 것은 사람이 지닌 의지력, 체력, 정신력을 갉아먹는 행위입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므로 밥먹고 자는 시간 이외의 모든 시간을 특정한 행위(그게 공부든 노동이든)에 쏟다 보면 자연히 싫증이 나고 하기가 싫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과 중 쉬는 시간을 만들고 그걸 고려해서 계획을 짜야 해요. 정기적으로 아예 하루 통으로 쉬는 날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 수능은 상대평가인데 그 시간에 남들이 치고 나가면 어떻게 하지?' 이런 식으로 조바심 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쉴땐 죄책감 없이 확실히 쉬어주며 스트레스를 풀고 할때 빡세게 달리는 사람이 더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② 6모 이후 여름이 중요하다
저는 슬프게도 ①과 같은 말을 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완급 조절조차 어설퍼 6모를 친 이후 여름방학 때까지 아주 긴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날씨도 덥고 습하고 나가기 싫고 공부도 지겹고 해서 그냥 집에 틀어박혀 유튜브를 보며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날도 많습니다. 주변에도 6월 모의고사라는 첫 평가원 시험을 치고 난 후 해이해져서 정신을 못차린 저같은 친구가 많더라고요.

그러나 6모 이후 여름은 수험생활 1년을 통틀어 제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때 N제와 실모를 통해 실력을 끌어올리고 9모를 모의고사가 아닌 실제 수능처럼 보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입니다. 이 기간을 헛되이 날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③ 규칙적으로 사는 게 좋다
수면 시간, 식사 시간, 휴식 시간 등을 정해놓고 되도록 지켜가며 일정한 생활 패턴을 만드는게 좋습니다. 강박적일 필요까지는 없지만 건강 유지에도 좋고 변수도 덜 생기고 자기관리 능력이 떨어져도 관성에 의존해서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면 시간을 고정해 놓으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잘 유지됩니다.




④ 진도에 과하게 조급해지지 말자
너무 게으름을 부리는 것도 나쁘지만 그 이상으로 안 좋은 게 남과 비교하며 조급해지는 게 더 나쁜 것 같습니다. 우리 목적은 구멍을 메워 수능 시험장에서 최대한 높은 점수를 받는거지 빨리빨리 많이많이 책과 모의고사를 풀어재끼는 게 아니니까요. 실제로 저는 작년 6월 모의고사 때까지도 국어 기출을 붙들고 있었지만 10모 원점수 100점, 수능 상위 0.16%정도 성적을 받았습니다.




⑤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자
공부를 하다 보면 참 자기 자신의 태도나 능력이 원망스럽고 한심할 때가 많습니다. 문제 풀다가 막히거나 기초적 실수를 범하거나 개념을 까먹거나 모의고사 점수가 낮게 나오거나 할 때마다 그렇죠. 저는 공부를 하며 제가 고작 이거밖에 안 된다는 걸, 스스로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미달이란 걸 매번 확인해야 했고 그래서 공부가 더 싫고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실수하고 틀리는 건 푸는 사람이 멍청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당연한 겁니다. 국수영탐 어느 과목이든 고난도 문제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사람이 잘 못 풀게끔 설계되어 있어요. 특히 사설 콘텐츠에서는 그 정도가 심합니다. 문제풀이 기계가 아니라 그냥 수십만 명의 수험생 중 하나일 뿐이니 틀리라고 만든 문제 틀릴 수도 있죠. 스스로에게 너무 채찍만 갈기지 말고 가끔 기준을 너그럽게 잡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격려해 주고 잘한 부분이 있으면 셀프 칭찬도 해 주세요.



저는 공부를 못하는 하위권 학생이었습니다. 기만하는 게 아니라 고1 1학기 영어 내신 성적이 전교 230명 중에 130등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중학교 때부터 노는 걸 좋아했어요. 제대로 각잡고 꾸준히 공부해본 건 고3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저는 너무 미숙했고 서툴렀습니다. 자사고나 특목고가 아니라 공부에 열의가 없는 일반고라 멘토라 할 만한 사람도 없었죠.

다행히 수능을 실력보다 훨씬 잘 봐 기적처럼 대학 입학에 성공했으나, 이 글을 읽으실 여러분은 저같은 실수나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서 이 글을 적었습니다. 쓰고 보니 뭔가 다른데서 봤던 뻔한 이야기가 대다수네요. 제가 어디선가 본 조언들도 다 이런 생각과 경험을 기반으로 쓰였다는 거겠죠?

오늘 고3 현역분들은 학교서 모의고사를 보고 오셨을 텐데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가채점 결과에 상관없이 드시고 싶은 거 드시고 놀다가 푹 주무시길 바랍니다. 모자란 솜씨로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