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 6모,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6모가 끝나고 공부법 칼럼으로 돌아온 목표 달성 장학생 이규현입니다. 우선 6모 보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빈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긴 시간 동안 책상에 꼼짝없이 앉아 최선의 역량을 쏟아붓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비록 저는 동준이 형처럼 여러분과 함께 6모를 보지는 못했지만, 마음만은 함께였답니다. *^^*

벌써 6월도 제법 지나간 와중에, 이제는 제가 응시한 24 수능보다 25 수능이 날짜상으로 더 가까워졌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니다. 현역 때는 제가 언제나 대학에서 신입생이자 막내일 것 같았는데, 슬슬 여러분을 후배로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칼럼을 읽는 여러분을 후배로 많이 만나 뵙기 위해서는, 유익한 칼럼을 써서 여러분께 도움이 되어야겠죠?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제가 무더운 여름을 버텨냈던 방법인 “하루살이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하루살이 공부법

여러분들은 ‘하루살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반적으로 하루살이는 오늘만 보고 살아가며 눈앞의 쾌락을 좇고, 내일에 대한 고민이나 숙고 따위는 없는 부정적인 존재로 그려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언급하는 하루살이는 그렇게 부정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저에게 하루살이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누구보다 충실하게 보내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당장 내일 사라져 없어질 수도 있기에, 온몸을 불태워서라도 후회 없이 오늘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우리에게 수능이 150일 정도 남았다는 말은 언뜻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나, 그것은 한순간일 뿐 이내 평소와 다름없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인간의 뇌는 큰 숫자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어 실감이 잘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D-150 등 수능까지 며칠이나 남았는지 세기보다, 만회할 기회도 없이 인생의 일부로 꼼짝없이 새겨지고 마는 오늘을 밀도 있게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렇게 당장 내 앞에 놓인 오늘을 충실히 보내는 사람이, 제가 말하는 ‘하루살이’입니다. (어차피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까 오늘은 공부하지 말고 실컷 놀라는 말이 아니다? ^-^)

“사람들은 5년 후에 뭘 하고 있을까 늘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5년 후에 내가 뭘 하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죽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점심 식사 이후의 미래를 생각하는 건 시간 낭비다.”

 

: <숨결이 바람 될 때>

[2] 하루살이는 내일 걱정을 하지 않는다.

수험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걱정이 꼬리를 물며 집중을 방해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은 법,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절대적인 공부량이 줄어들거나 시험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곤 합니다. 스스로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저 역시도 내신 걱정, 생기부 걱정, 수능 걱정 등 온갖 걱정에 시달리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사람으로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들이 참 많습니다.

“시간조차 나의 발걸음에 맞춰 느릿느릿 흘렀다. 주위 사람들은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와 내 시간만이 수렁에 빠져 질퍽질퍽 제자리를 맴돌 듯이 걸어갔다.”

 

: <노르웨이의 숲>

만약 여러분이 오늘을 넘기지 못하는 하루살이라면, 내일이나 그 이후의 일들을 걱정할까요? 당연하게도 하루살이는 알 수 없는 미래의 일을 걱정하기보다, 오늘 해야 할 일에 집중할 겁니다. 하루살이는 오늘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수험생활을 하다 보면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고 착각하는 순간들이 오는데, 그럼에도 하루는 같은 듯 같지 않으며, 절대로 다시 오지 않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 하루살이나 오늘은 평등하게 한 번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제대로 보내야만 합니다.

 “침울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도대체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오늘 하루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에서 돌아오지 않는 오늘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했다면, 이제부터는 하루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자신만의 공부법이 확실하게 있는 분은 패스하셔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째, 매일 분량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반드시 실행해 주세요!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면 효율이 떨어져 절대적인 공부량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에 지양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분량 단위 계획을 세울 때는 Time Table 형태의 플래너보다 Check List 형태를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둘째, 그날 해야 할 분량을 다 끝냈다면 본인에게 자유시간 등의 포상을 주고, 다 끝내지 못했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반드시 잠들기 전에 끝내주세요!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어 습관이 되면 동기부여가 되어 공부의 효율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답니다.

깊게 들어가 보면, 이는 뇌에 ‘하루에 할 일을 모조리 끝냄’ -> ‘자유시간 확보’라는 보상회로를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게임이 그토록 재밌는 이유는 ‘퀘스트 해결 혹은 몬스터 사냥’ -> ‘아이템과 경험치 획득’의 보상회로를 형성하도록 자극하기 때문인데, 보상회로만 제대로 형성한다면, 공부를 게임처럼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말랑말랑한 우리의 뇌는 행동과 마음가짐에 따라 변화하는 가소성을 가지기 때문에, 하루를 제대로 보내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신경 회로 자체가 여기에 익숙해져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오히려 어려워집니다. 공부를 편하게 하면서도 최상위권의 성적을 받는 학생들은 오랜 기간을 거쳐서 뇌의 신경 회로를 튼튼하게 다져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부를 잘 해왔더라도, 습관을 유지하지 못하면 뇌가 다시 변화해 신경 회로가 달라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성인의 뇌가 어떤 방식으로든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은 이단으로 취급되었다. ⋯ 이는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 성인의 뇌는 변화하는 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모든 행동과 경험에 반응해 평생 변화를 거듭한다. ⋯ 이는 인간만이 아니라 신경계를 갖춘 모든 생물이 마찬가지다.” 

 

: <신경가소성 – 일생에 걸쳐 변하는 뇌와 신경계의 능력> 

몸도 마음도 지치는 무더운 여름날, 저는 하루살이 공부법을 열심히 적용해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채워나갔습니다. 하루 종일 공부하다 보면, 보통 저녁 11시 반쯤 할 일이 다 끝나곤 했기에 자정에 잠들기 전까지는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읽으며 자유시간을 보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다시 돌아가도 이보다 더 충실히 보낼 수 없는 하루가 만족스러워서 늘 잠이 잘 왔습니다. 대학이라던가 미래라던가 걱정할 만한 요소는 많았지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는 것에 집중했더니 불안도 잦아들고 가시적인 성적도 향상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이 아니라 일이란다. 그리고 난 네가 그것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네가 상을 받기 위해 일하고 공부한다면, 그 일은 네게 괴롭게 느껴질 거다. 하지만 네가 그 일을 좋아하며 한다면 넌 그 속에서 자신을 위한 상을 발견하게 될 거다.”

 

: <안나 카레니나>

[4] 마치며 : 인생의 어떤 구간에서도, 현재를 사는 사람이 최고의 승자다.

수험생활은 본질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참고 견뎌야만 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수험생활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인생의 하루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그 자체로 소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불꽃같이 살다가는 하루살이처럼, 여러분도 막연한 불안과 걱정을 조금 떨치고 남은 수험생활의 모든 하루에 최선을 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선을 다한 하루도, 게으름을 피운 하루도 모두 영원히 인생의 일부로 남으니까요. 여러분이 보낸 하루는 여러분의 인생 그 자체이자 자화상입니다. 어떤 사람으로 남을지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여러분의 몫입니다.

 “영원한 회귀의 세상에서는 몸짓 하나하나가 견딜 수 없는 책임의 짐을 떠맡는다. 바로 그 때문에 니체는 영원 회귀의 사상은 가장 무거운 짐(das schwerste Gewicht)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를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하루를 각자의 색으로 물들이는 여러분을 응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5] 부록

이번 칼럼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김준원 멘토님의 ‘100 중 70 공부법’의 형식을 빌려왔습니다. 이 칼럼이 궁금하신 분들은 ‘추천순’ 보기를 클릭하셔서 두 번째에 있는 칼럼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모바일 앱에서 링크를 열면 PC 웹으로 연결되어 불편하기에, 링크는 따로 걸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