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재균입니다. 수능 전 마지막 칼럼으로 무엇을 쓸지 고민을 많이 해 보았는데, 제가 여러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과목 중 하나가 한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합수능 시행 이후 과학탐구 신청자 분들도 서울대학교 인문계에 많이 지원하실 수 있게 되어서 많은 분들이 제2외국어 영역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나마 친숙한 한문, 일본어, 중국어의 선택자 수가 많구요.

  제2외국어 과목은 그 과목 언어를 능숙하게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수능 한 달이나 2주 전부터 가끔씩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지금 한문 관련 팁을 전해 드리면 한문 선택자 분들께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저도 2주 전부터 한문을 잠깐씩 공부해서 1등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한문을 어느 정도 아는 상태였지만, 한문을 모르시더라도 지금부터 약간의 문법만 공부하시면 충분히 2등급 이내의 등급을 받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 정시 전형에서도 2등급만 받으면 감점이 없으니 2등급 이내만 받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문 과목의 시험지는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총 30문항 중 앞의 15문항은 한자 영역이고 뒤의 15문항은 한문 영역입니다. 한자 영역에서는 한자의 뜻과 의미, 한자어, 한자성어에 대한 지식을 물어보고 한문 영역에서는 운문과 산문 해석을 물어봅니다.

  한자 영역은 딱히 대비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한자를 알면 풀 수 있고 모르는 못 푸는 문제이므로 중등교육용 한자를 외우시면 됩니다. 중등교육용 한자는 1500자 정도 되는데요, 사람마다 이미 알고 있는 한자의 수는 다를 것입니다. 다만 1500자를 다 알아야 한자 영역의 15문제를 모두 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1500자를 다 아는 것은 아님에도 쉽게 풀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한자능력검정시험 기준으로 4급 수준의 한자만 다 알아도 거의 다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한문 영역입니다. 한자는 단순히 문자인 반면 한문은 한자를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따라서 한문만의 문법이 있고, 그 문법을 모르면 글자를 알더라도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한문을 익히는 것은 외국어를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단시간에 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수능의 한문 영역은 수능특강에서 거의 대부분 연계된다는 점입니다.

  수능특강 한문을 보시면 한자성어, 단문, 산문, 한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공부했을 때 효율이 가장 높게 나오는 것이 산문과 한시입니다. 단문과 한자성어의 경우 그 개수가 너무 많아 한두 번 읽는 것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산문과 한시는 몇 개 되지 않아 한두 번만 읽고 시험을 보더라도 충분히 그 내용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추천드리는 공부 방법은 중등교육용 한자를 어느 정도 외우시고, 수능특강에서 한시와 산문 중 6월과 9월 모의고사에 출제되지 않은 부분을 읽으시는 것입니다. 그러면 충분히 수능에서 2등급 이내를 받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서 산문 부분을 해석하시는 데 필요한 문법적 글자만 일부 소개하고 칼럼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각 글자의 뜻과 예문을 작성하였는데, 예문은 윤문을 가한 부드러운 해석이 아닌 최대한 직역에 가까운 해석을 써 두었습니다.

< 以 >

  以는 한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접속사 중 하나로 주로 수단을 의미합니다. 한국어로 해석할 때는 주로 ~로(써)나 ~하여, ~하고를 붙여 해석하시면 以의 의미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물론 한문은 하나의 문법적 글자가 다양한 의미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어 '~로(써), ~하여, ~하고'를 붙여도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어색하더라도 이를 생각하면서 읽어보시면 대강의 의미는 이해되실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A以B와 以AB는 'A함으로(써) B하다'로 해석되며, 특수 구문으로 以A爲B는 'A로 B를 삼다', 是以는 '이로써', 所以는 '~로써 한 바(이유, 수단)'로 해석됩니다. 

a. 六部人以其生神異推尊之,  至是立爲君焉.

(육부인이 그 탄생으로써 신이하게 여겨 이를 추존하니, 이에 이르러 그곳에서 세워 임금으로 삼았다.)

- 三國史記 新羅本紀 券1

 

b. 扶餘俗語善射爲朱蒙, 故以名云.

(부여 지역 말에 활을 잘 쏘는 것을 주몽이라 하므로 이름으로 불렀다.)

- 三國史記 高句麗本紀 券1

 

c. 又其古記文字蕪拙, 事迹闕亡, 是以君后之善惡, 臣子之忠邪, 邦業之安危, 人民之理亂, 皆不得發露以垂勸戒.

(또 그 고기의 문자는 번잡하고 졸렬하여, 일의 자취를 빠뜨려 망하니, 이로써 임금의 선악, 신하의 충성스러움과 간사함, 나랏일의 안위, 인민의 통치와 난리를 모두 드러냄으로써 권계를 드리울 수 없습니다.)

- 進三國史記表

 

d. 子曰: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廋哉, 人焉廋哉.

(공자가 말하기를 그 하는 바를 보고, 그 말미암는 바를 보며, 그 편안히 여기는 바를 살피면, 사람이 어찌 숨길 수 있겠는가, 사람이 어찌 숨길 수 있겠는가.)

- 論語

< 其, 斯, 是, 彼 >

모두 지시대명사나 지시관형사입니다. 斯와 是는 이(것), 其는 그(것), 彼는 저(것)을 의미합니다.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 何先? 子曰: 去兵.

(자공이 정치를 물었다. 공자가 말하기를 '식량을 퐁족하게 하고, 군대를 풍족하게 하고, 백성이 이를 믿는 것이다.' 자공이 말하기를 '반드시 어쩔 수 없어 버려야 한다면, 이 세 가지에서 무엇이 먼저입니까?' 하니, 공자가 말하기를 '군대를 버린다.'라고 하였다.)

- 論語

< 也, 矣, 乎, 焉, 已 >

주로 문장의 종결에 나옵니다. 也와 矣는 평서문의 종결이고, 乎는 의문문이나 감탄문의 종결입니다. 焉은 '그곳에서 ~하다.'식의 종결이며, 已는 '~일 따름이다.'식의 종결입니다. 焉과 已는 종결이 아닌 문장 속에서 쓰여 각각 '어찌', '이미'의 뜻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王曰: 叟不遠千里以來, 亦將有以利吾國乎?

(왕이 말하기를, '노인께서 천리를 멀다 하지 않고 오셨으니, 또 장차 우리나라를 이롭게 함이 있으십니까?')

 

(중략)

 

孟子對曰: 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맹자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왕은 하필 이익을 말하십니까? 다만 인의가 있을 따름입니다.

- 孟子 梁惠王章句上

 

< 而 >

문장을 연결합니다. 순접과 역접 모두 가능합니다. 예문은 위에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 故, 因 >

'~때문에'로 쓰입니다. 以도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예문은 위와 같습니다.

< 使, 令 >

'~로 하여금 ~하게 하다'라는 사역의 뜻입니다.

令孫女飮藥成人身, 與檀樹神婚, 而生男, 名檀君.

(손녀로 하여금 약을 마셔 사람의 몸을 이루게 하고, 단수신과 함께 혼인하여 남자아이를 낳으니, 이름이 단군이다.)

- 帝王韻紀

< 與 >

'~와 함께'라는 뜻입니다. '주다'의 동사로도 사용합니다. 예문은 위와 같습니다.

< 於, 之 >

각각 조사 '에/에게', '의'와 같습니다.

今於邦舊命新之日, 定有天下之號, 應合典則矣.

(지금 나라는 오래되었지만 천명을 새롭게 하는 날에, 천하를 가질 때의 호칭을 정함에 응당 전칙에 부합하게 해야 합니다.)

- 高宗實錄 

이 정도만 아시더라도 수특에 있는 산문의 해설을 읽고 다시 본문을 읽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두 수능 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