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년만에 국어 칼럼으로 돌아오게 된 김규진 마스터입니다.

공부를 시작하는 시기인 요즘, 언매와 화작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게 보입니다. 저는 현역 때 언매, 재수 때 화작을 선택하면서 두 선택과목 모두 응시해 보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저의 경험과 깨달은 바를 공유하며 여러분의 국어 선택과목 결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칼럼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왜 화작으로 넘어갔는가

먼저 실패의 경험이 있었습니다. 원래 문법에 취약한 편이라 현역 때도 화작 선택을 고민했으나, 표점 차이+주변의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모두 언매를 하는 것을 보고 따라 선택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학습 과정에서의 늘어난 스트레스와 그에 비례하지 않는 성적이었습니다. 실제로 모든 평가원+사설 시험에서 언매에 15분~20분을 투자했음에도 항상 2개 이상을 틀렸으며, 24수능은 20분 이상을 투자하고 언어 5문제 중 3문제를 틀렸습니다.

또한 제가 공부를 6월 중순에 시작했는데, 반수 특성상 공부할 시간이 적은데다가, 과탐 선택과목 변경까지 하게 되어 최대한 공부 시간을 절약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과목을 처음부터 공부함과 동시에 원래 과목들의 약점들 또한 보완할 부분이 많은 상황에서, 반년 사이 전부 까먹어버린 언매를 다시 하기에는 너무 위험부담이 컸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수능 최저를 맞추는 상황을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점표점에서 손해를 좀 보더라도 1등급을 달성하기에는 화작의 난이도가 더 쉬울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시는 6광탈하긴 했지만요)

정리해보자면, 저는

1. 실패의 경험

2. 공부 시간 부족

3. 수능 최저

이 3개의 근거를 통해 언매에서 화작으로 선택과목을 변경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매우 유의미한 상승을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화작의 장점

1. 시간 절약

*여기서 말하는 시간 절약은 당연히 언매보다 화작이 더 빨리 풀리는 학생들한테만 해당합니다. 화작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면 굳이 선택할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이죠.

 화작이 잘 맞는 사람이면 정말 많은 시간 절약이 가능합니다. 저는 현역 때 언매에 기본 15분, 평균 17~18분을 투자하였지만, 화작으로 바꾼 이후 7분~10분의 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어라는 과목에서 5분의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일입니다. 단순히 시간상으로 한두 문제를 더 풀 수 있는 것을 넘어, 압박감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언-독-문 예상시간을 10분-30분-30분으로 짤 수 있다면, 10분의 여유시간이 생기기 때문에 중간에 막히고 5분정도 시간이 끌리더라도 나머지 문제에서 여유를 가지고 침착하게 풀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여유시간이 별로 없는 시간 구성에서는 변수가 생겼을 때 대처하기 힘들고, 조급해져서 빈약한 판단 근거로 문제들을 풀어내 오답이 생기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물론 압박감 따윈 느끼지 못하는 chill guy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특히 수능에서는 그러기 정말 어렵습니다.

저는 화작으로 바꾼 직후부터 선택과목에서의 오답뿐만 아니라 공통과목에서의 실수가 확연히 줄어듦을 느낄 수 있었으며, 운영이 어느정도 체화된 후에는 시간 분배에서도 더욱 유동성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 공부량 감소

화작을 선택했다면 웬만해선 관련 공부량이 엄청나게 줄어듭니다. 화작을 언매 수준으로 공부해야 성적이 나오는 사람이야 소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화작을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언매/화작의 공부량 차이는 사회탐구 과목 하나 급이라고도 말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정말 맞는 말이며, 개인적으로 수학/탐구/국어 공통 중에 제대로 완성된 과목이 없는 경우에 언매까지 하게 된다면 공부량의 부담감이 확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화작을 선택함으로써 새롭게 선택한 탐구과목인 지1을 공부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공부계획에도 국어선택을 포함할 필요가 없어 다른 과목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도 훨씬 수월하였습니다.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을 수 밖에 없겠죠.

화작의 단점

1. 무시할 수 없는 표점/백분위 차이

25수능 화작 만점 표점/백분위는 136/99입니다.이는 언매 만점 표점/백분위인 139/100보다 표점은 3점, 백분위는 1 낮습니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차이죠. 25수능 화작 만점을 받은 저는 대입에서 언매 97점과 똑같은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이건 억울한 게 아니죠. 실재로 난이도 차이가 나는 만큼 반영된 수치니까요. 다만 화작을 아무리 잘해도 104점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최고점을 보는 학생이라면 화작 선택이 다소 불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평가원 시험으로서는 동일 표점 기준 원점수 3~4점 차이가 나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화작으로 선택과목을 변경한다면 적어도 한 문제, 점수를 올리고 싶다면 두 문제는 더 맞춘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생각보다 그렇게 쉽지 않다

당연히 화작이 언매보다 어렵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화작의 난이도가 절대 ‘눈만 달려있으면 풀 수 있다’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난이도는 아직 쉽다고 볼 수 있으나 변별을 위해 넣은 문제들이 확실히 있습니다. 23년부터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정답률 50퍼센트대 이하의 문제들이 종종 출제되고 있으며 특히 작년 6모에서는 화작 선택자 기준 전체 오답률 4위의 문제가 45번(67%)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화작에 시간을 쓰기도 굉장히 애매합니다. 언매만큼 투자 대비 효율이 나오는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매는 문법 암기를 통해 거시적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는 반면 화작은 독해력 자체를 키워나가야 되기 때문에 딱히 따로 보기보다는 실모 같은 전체에 대한 공부를 통해 실력이 오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출학습이나 N제가 의미없는 것은 아닙니다. 언매보다 체감이 훨씬 덜 될 뿐이죠)

마무리하며

저는 이번 수능 국어에서의 성적이 언매를 했으면 절대 받지 못할 점수였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선택과목은 정말 중요합니다. 언매/화작 각각이 가지는 장단점과 본인의 상황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다음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 있어 확실한 근거들을 가지고 본인에게 맞는 쪽을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칼럼은 반수생활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가볍게 적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