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21학번 전지원이라고 합니다.

 저의 안일함으로 운을 뗄까 합니다. 중학교 때 감기에 걸려 골골대니 담임 선생님께서 “지원아, 너도... 아프니?”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교 때는 입학 초기에 제 덩치를 보고 ‘피구가 교기인 학교라더니, 저 친구가 피구부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는 친구들이 열에 아홉이었습니다. 내신시험을 며칠씩 칠 때마다 매일 밤을 샜습니다. 대회 준비는 시간을 쪼개쪼개 쓰고 부족하면 밤샘으로 메꿨습니다. 강철과도 같은 체력으로 반에서 체육부 친구와 저만 체육 수행평가 100점을 받았습니다. 의료 교육 시간에 심폐소생술을 그렇게 하면 갈빗대가 나간다며 힘 센 저를 보고 경악하시던 보건 선생님도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저는 건강무쌍하게, 혹은 무모하게 10대를 보내었습니다.

 스무 살 재수, 처음으로 몸이 축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화가 되지 않아 구룩구룩 소리가 나는데 저는 제가 큰 병에 걸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흔하디 흔한 현대인의 고질병이며 수험생들이 특히 많이 걸리는 병임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친구들도 심심찮게 앓던 병인데 제가 너무 건강하니, 의료인을 꿈꾸면서도 그쪽으로는 문외한이었습니다. 아픈 몸이 어색해 한동안 허덕였습니다. 자세만 달라져도 소화가 되네 마네 하는 어색한 일상이 녹록치가 않았습니다. 적응도 다 되기 전에 불면증까지 찾아와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밤이 길어지니 낮시간은 집중이 되질 않았고 멘탈이 부서지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로 이 악물고 버티다가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병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스탠딩 책상에서 공부를 시작하니 다리 관절에서 나는 뼈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무슨 병인가... 무서워서 병원도 가지 못한 채 수능을 맞이했습니다. 

 수능이 끝나면 이 모든 잔병들이 나을 거라는 말을 굳게 믿었는데, 그건 수능을 잘 쳤을 때 말이었습니다. 현역 수능은 망했고 재수 수능은 폭망했습니다. 끙끙 앓으며 스무 살의 끝자락에 맞던 바람은 사무치게 시렸습니다.

 삼수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 꼼짝없이 묶여 있었습니다. 수도권으로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되었기에, 집에서 독재학원으로 통학하며 따듯한 집밥을 먹었습니다. 망가진 몸을 이끌고 공부하는 저를 위해 부모님께서 해주시는 정성가득 한식 반찬, 건강 주스, 저자극 왕맛 도시락, 각종 영양제가 도움이 정말 많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밖에서 사먹는 음식은 조미료가 빠질 수가 없는데, 재수 당시의 저는 위가 아프다고 끙끙 앓으면서도 한국인은 밥심이라며 세 끼를 다 챙겨먹는 것에만 의의를 뒀던 게 뒤늦게 참 한심했습니다. 영양제는 삼십 대 정도가 되어야 먹는 사치품이라고 비웃던 저였지만 매일 영양제를 포함한 각종 약을 서른두 알씩 꼬박꼬박 챙겨먹으면서 이 기나긴 장기레이스를 멋지게 완주하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토요일에는 운동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 근처 공원을 오래달리기로 달렸습니다. 한 시간을 와다다다 달리고 나면 일주일이 뿌듯했습니다. 건강상태가 점점 좋아져서 생활 패턴도 완전히 자리가 잡혔습니다. 낮에는 웬만하면 낮잠을 자지 않고, 아플 때나 정말 피곤한 날에만 수능이 끝나는 시간인 16시 30분 이후에 잠깐 자고 밤에 10초컷으로 잠들 수 있었습니다. 밤은 멘탈이 부서지기 좋은 시간이니, 어서 잠에 들어서 그런 시간을 아예 싹을 도려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었습니다.

 아래는 요약입니다.

 1. 커피는 하루 두 잔까지만 : 역류성 식도염에 걸려 고생하실 수 있습니다. 목이 따끔거려 마른기침이 1분에 한 번꼴로 나게 됩니다. 요즘 시국이 시국이니 기침을 자주 하는 것은 본인을 포함한 주변 사람 모두에게 정말 신경 쓰이는 일이 될 겁니다.

 2. 낮잠 지양하기 : 낮잠을 안 자야 밤에 10초컷으로 잠에 들 수 있습니다. 밤은 멘탈이 부서지기 좋은 시간이니 싹을 도려냅시다.

 3. 음식 가려서 먹기 : 지금 당장은 ‘난 괜찮은데?’ 싶을 수 있습니다만, 수능 직전의 몸 상태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자극적인 음식은 되도록 지양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자극적인 음식들을 정말 좋아하지만 삼수 때에는 학원 급식이 나오지 않을 때면 근처 샐러드 가게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떡볶이나 치킨, 피자 가게를 지나갈 때면 눈물이 좀 났던 것 같습니다..ㅜㅜ

 4. 영양제 챙겨먹기 : 저는 영양제가 잘 드는 편이라 많이 먹었었습니다. 위장에 좋은 환, 비타민C, 비타민D는 기본으로 두고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들을 추가로 먹었습니다. 특히 홍삼진액에서 효과를 톡톡히 봐서 원데이용으로 나오는 한약을 한 첩씩 매일 챙겨 먹었습니다.

 5. 운동하기 : 일주일에 한 시간만 해도 제 경우에는 충분했습니다. 땀을 빼다 보면 생각도 좀 정리되고, 풀냄새가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려 줍니다. 공원을 오래달리기로 뛰는 게 저의 유일한 운동이었는데, 조금씩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되면서 공부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개인적으로 이것도 정말 좋았습니다.

 나름 부모님 도움까지 받아가며 열심히 관리를 했는데도 삼수 때 새로운 병을 얻긴 했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최악의 병이었기에 언급을 삼가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소화기관의 문제였고 아실 분은 아실 것이기에...ㅜㅜ 체력은 사바사지만 적어도 저처럼 안일하게 살다가 낭패 보시는 일이 없으시길 바라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