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험생활을 하며 사실 별 생각 없었어요. 물론 엄청 힘들고 지겹기도 했지만 확고한 목표가 있었거든요. 바로 훌륭한 의사가 되어 저한테 소중한 사람들을 직접 지키고 싶다는 결심이었어요. 제 부모님이 둘 다 문과라 민간요법이나 이상한 걱정들을 많이 믿으세요ㅋㅋ 사소한 계기긴 하나 이런 것들을 보며 꼭 의사가 돼서 제 주변 사람만큼은 이상한 거 안 믿게 하고 제가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뭐 한 줄 요약하자면 의사가 되겠다는 확고한 꿈이 저한테는 커피보다 강한 각성제였던 거지요ㅎㅎ,,

입시가 안 힘들면 거짓말이에요. 저도 고3 때 수험생활을 하며 평생 안 흘렸던 눈물을 남몰래 삼키기도 했고, 엄마아빠한테는 뭐가 그리 죄송했는지 목소리를 들을 자신조차 없을 정도로 자존감이 낮아졌어요. 나를 응원해주는 친구들, 선생님, 부모님들은 내가 뭐가 예쁘다고 응원해 주는지 늘 저를 자책했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를 갉아 먹은 건 저였어요. 당연히 자연스럽게 슬럼프도 찾아왔고요. 시험을 못 풀 때마다, 문제를 틀릴 때마다 시험지에 그어지는 체크표시는 비수가 되어 저를 더 아프게 했어요. ’이것보다 더 힘들 수 있을까‘, ’주위에는 왜 다 나보다 잘난 사람들 밖에 없을까‘ ... 늪지대에 빠진 듯 끊임없이 허우적댔죠.

허나, 제가 간과했던 게 있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우린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거에요. ’국어 2등급, 수학 3등급인 수험생‘이기 전에 우리는 누군가의 자식이자 누군가의 연인, 누군가의 소중한 친구라는 거에요.

점수가 여러분이 되게 하지 마세요. 그깟 숫자 때문에 소중한 여러분이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힘들면 울고 위로받아요.

제 mbti는 enfj에요.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슬픈 일이 있어도 거의 티를 안내고 혼자 슬퍼해요. 그러면서도 제 친구들이 슬픈 건 보기 싫어서 늘 웃음으로 나를 가린 채 친구들의 얘기를 들었었어요. 아마 제가 울었었고 그 정도로 스트레스 받았다는 사실을 알면 부모님이 엄청 놀라실 것 같네요ㅋㅋㅋㅋ

하지만 전 그 때의 제가 어리석었던 것 같아요. 내가 내 친구들이 행복하기를 비는 것처럼, 당신도 누군가한테는 행복했으면 좋겠는 ’나의 친구‘이며 ’나의 자식‘이고 ’나의 연인‘이에요. 힘들면 소리내서 울고 위로 받아요. 남을 살피는 것도 좋지만, 그간 버텨왔고 앞으로도 남은 수험생활을 함께할 ’나‘한테 위로 한 마디 건네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은 그깟 시험점수 때문에 슬퍼할 이유가 없고 자존감 낮아질 필요는 더더욱 없어요.

주변을 둘러봐요. 주위를 돌아보면 경쟁자임에도 늘 응원해주는 수많은 친구들과 늘 도와주시는 선생님들이 여러분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을 거에요. 저의 멘토링이 여러분한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저는 여러분을 지지하는 하나의 버팀목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힘들겠지만 우리 조금만 더 힘내고 파이팅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