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목표달성장학생 박주원입니다. 

댓글로 달린 질문에는 답변을 달곤 했지만 칼럼으로 국어에 대해 다루는 것은 오랫동안 망설여왔습니다. 국어를 '과목'으로 인지하고 접근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제 사고과정을 적는 것이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해 회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도 어떤 방법론으로써 국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제가 국어를 편하게 느끼는 바탕이 되었던 어떤 요소들이 궁금하신 분께(고3보다는 그 이하 친구들이 공부 방향을 잡는데 특히) 도움이 될 듯합니다.

밑에 국어 능력과 관련된 현대시 3편과 문제를 몇 개 선정해보았는데요, 현대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는 몇 번씩 읽어도 되지만 문제를 확인한 후에는 시를 보지 않고 답을 찾아야합니다! 모르겠다 싶으면 바로 답을 떠올리지 못했다는 것을 반드시 체크한 후에 시를 보면서 답을 찾아보세요.

1) 

동승

― 하종오

국철 타고 앉아 가다가

문득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들려 살피니

아시안 젊은 남녀가 건너편에 앉아 있었다

늦은 봄날 더운 공휴일 오후

나는 잔무하러 사무실에 나가는 길이었다

저이들이 무엇하려고

국철을 탔는지 궁금해서 쳐다보면

서로 마주보며 떠들다가 웃다가 귓속말할 뿐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모자 장사가 모자를 팔러오자

천원 주고 사서 번갈아 머리에 써보고

만년필 장사가 만년필을 팔러오자

천원 주고 사서 번갈아 손바닥에 써보는 저이들

문득 나는 천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황급하게 차창 밖으로 고개 돌렸다

국철은 강가를 달리고 너울거리는 수면 위에는

깃털 색깔이 다른 새 여러 마리가 물결을 타고 있었다

나는 아시안 젊은 남녀와 천연하게

동승하지 못하고 있어 낯짝 부끄러웠다

국철은 회사와 공장이 많은 노선을 남겨두고 있었다

저이들도 일자리로 돌아가는 중이지 않을까

(1번 문제)

이 시는 왜 '저이들도 일자리로 돌아가는 중이지 않을까'라는 내용으로 끝날까?

2)

지도

― 신석정

지도에서는 푸른 것은 바다라 하였고

얼룩얼룩한 것은 육지라 부르는

습관을 길러 왔단다

이제까지 국경이 있어 본 일이 없다는

저 하늘을 닮아서 바다는 한결 푸르고

육지가 석류 껍질처럼 울긋불긋한 것은

오로지 색채를 즐긴다는 단조한 이유가 아니란다

오늘 펴 보는 이 지도에는 

조선과 인도가 왜 이리 많으냐?

시방 나는

똥그란 지구가 유성처럼 화려히 떨어져 갈 날을

생각하는 ‘외로움’이 있다.

도시* 지구는 한 덩이 푸른 석류였거니.....

                              *도시: 이러니저러니 할 것 없이 아주

(2-1, 2-2, 2-3 문제)

2-1. '오로지 색채를 즐긴다는 단조한 이유가 아니'라면 어떤 다른 이유가 있을까?

2-2. '조선과 인도가 왜이리 많으냐?'는 것은 무슨 뜻일까?

2-3. '도시 지구는 한 덩이 푸른 석류였거니...'에서 왜 지구를 '푸른' 것이라고 했을까?

3)

땅끝

― 나희덕

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렀지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넷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어릴 때는 나비를 좇듯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그러나 살면서 몇 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

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 들어오는 막바지에서

이렇게 뒷걸음질치면서 말야

살기 위해서는 이제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

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

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

그걸 보려고

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

(3번 문제)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와 '그러나 살면서 몇 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에서 나오는 '땅끝'은 서로 다르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모두 풀어보았나요? 제가 생각하는 답은 이렇습니다.

1. 화자는 시의 앞부분에서 '나는 잔무하러 사무실에 나가는 길이었다/저이들이 무엇하려고/국철을 탔는지 궁금해서 쳐다보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나는' 이런데 '저이들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있는 것입니다. 한편 화자는 자신의 '천박한 호기심'을 부끄러워하게 되고, 창 밖에서 '깃털이 다른 새 여러 마리'가 어울려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러자 나와 아세안남녀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저이들도 일자리로'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와 저이들이 다르지 않다! 는 깨달음을 앞부분과 연관지어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2-1. 제목이 '지도'라는 점과 첫 연을 참고한다면 육지가 얼룩덜룩한 것은 단순히 색깔이 다양한 게 좋아서가 아니라 각 나라의 영토를 구분해놓기 위함임을 알 수 있습니다.

2-2. '조선과 인도'가 의미하는 바가 '식민지'라는 점을 안다면 화자는 지도를 보면서 식민지가 많다는 것에 탄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3. 시가 쓰여진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내용과 시인의 생애를 참고했을 때 지구를 우주에서 보면 푸르다는 것을 알아서 이렇게 쓴 것은 아닐 듯합니다. 화자는 육지를 인간들 마음대로 나누고 식민지배하는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반면 바다와 하늘은 '이제까지 국경이 있어 본 일이 없다는' 곳으로 등장하면서 '한결 푸르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지구가 원래 '푸른' 석류였다고 하는 표현은 지구에는 국경이 없었다는(또는 없어야 한다는-식민지배 등) 함의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처음 나오는 땅끝은 내가 '아름다움에 취해' '찾아'간 곳입니다. 또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 모르는 곳입니다. 반면 다른 땅끝은 '그러나(내가 찾아간 땅끝은 실제로 끝이 아니었음에도)' '서게되는' 곳인데다가 '찾아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마주하게 되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자가테스트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1은 내용 간 관련성 파악, 상징적인 의미 파악 능력에 대한 것입니다. 이걸 단순히 현대시 능력이라고 하지 않고 국어 능력이라고 하는 것은 이런 능력들이 소설, 비문학 가릴 것 없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비문학 지문을 읽을 때도 앞뒤 내용을 연결지어 이해할 때 독해가 훨씬 잘 되고, 둘 사이의 공통점/차이점 같은 부분도 스스로 발견해낼 수 있어 중요한 내용을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제가 여기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꼼꼼히 읽자'는 것입니다. 내용 간 관련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앞에서 A를 얘기한 것 자체를 잊거나 대충 읽어서 뒷부분의 A'과 연결짓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2-1은 생략된 말/숨겨진 의미를 추론해낼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것입니다. 이런 행동을 위해서는 그 사람의 말이나 어조, 태도를 바탕으로 답을 얻는 논리성이 중요하겠습니다.

2-2는 배경지식의 필요성에 대한 것입니다. 아무리 국어적인 능력이 뛰어나도 적절한 배경지식의 뒷받침 없이는 이해할 수 있는 텍스트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2-3은 1, 2-1과 비슷한 능력들입니다. 내용을 바탕으로 연관지어서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더불어서 '왜 푸르다고 하는 거지?'라는 물음 자체를 스스로 떠올릴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김동욱 강사님이 강조하신다는 소통하며(?) 읽기에 해당되는 것 맞겠죠?)

3은 본질적으로는 1과 맞닿아 있습니다만(찾아간-찾아간 적도 없는 모순 발견에는 내용 간 관련성에 집중하는 것과 꼼꼼히 읽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별도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접속사에 대한 것입니다. 접속사를 매번 눈에 불을 켜고 볼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글의 흐름을 못 쫓아간다, 싶은 사람에게는 접속사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국어를 잘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바탕이 있을 것인데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것이라 그중 아주 일부만을 말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앞뒷내용을 연관지어 보는 것도 구체적으로는 기억력도 필요할테고 다양한 능력들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니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굳이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의식하고 꼽아가며 국어 공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시험장에서는 거추장스러울 확률이 더 큽니다. 다만 국어 공부를 할 때 내가 뭘 못하는 건지 아예 감조차 안 잡힌다! 하는 분들에게 참고 정도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편은 번외라고 생각해주시고, 생활습관에 대한 칼럼을 곧 올려보겠습니다. 다들 열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