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7기 목표달성 장학생 정혁입니다.

오랜만이네요. 저도 드디어 지난주 금요일에 종강을 하고 크리스마스 푹 쉰 다음에 다시 복귀하러 왔습니다~! 저번에 쓴 칼럼이 조금 쓴 소리였는데 오늘은 그 연장선일 것 같아요. 음… 일단 이번 칼럼은 재수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오늘만 재수생 2명과 상담이랑 조언을 해주고 왔는데 공통되는 질문들이랑 제가 재수를 결심한 계기에 대해서 조금 끄적여보겠습니다. 고3에게도 당연히 도움이 되는 얘기들이지만 절박함이라는 면에서 수능에서 쓴 맛을 한 번 본 재수생들에게 더 공감이 되는 글이 아닐까 싶네요. 그럼 거두절미하고 시작해보겠습니다. 

제가 재수생에게 하고 싶은 단 한마디가 있다면 바로 ‘탓하지 마라’ 입니다. ‘탓’이라는게 참 무서운 것 같아요. 굳이 제가 ‘남탓’이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이 탓에는 ‘자기 탓’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엥? 저번 글에서는 실패를 바탕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발전할 점을 찾으라며. 이번엔 또 딴 소리하네. 말만 번지르르 한 놈’ 이라고 하실 수 있지만 저는 ‘자기 탓’과 ‘자기 객관화’는 어마무시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국어 사전에서 탓을 검색해보면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 원망하거나 나무라는 일.’이라고 나오는데요, 여기서 구실이나 핑계라는 부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의 실패나 아픔에 대한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서 회피하려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자기 탓과 자기 객관화가 다른 점은 자기 탓은 과거의 나에게 탓을 돌리며 합리화를 하는 것이고, 자기 객관화는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고 무엇이 달라져야 될까를 고민해보는 것입니다. 둘은 명백한 차이가 있죠.

탓을 한다면 그 순간의 압박감에서 벗어날 순 있어도 결국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보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탓을 굉장히 자신에게 무책임한 현실 회피라고 생각해요. (워딩이 조금 쎄지만 개인 견해니 너그러운 이해 부탁드립니다ㅠㅠ) 제가 모든 재수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결국 ‘이건 너의 인생이고, 너가 선택한 길이며, 그에 대한 책임도 너에게 있는 거야’입니다. 가혹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탓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나 과거의 내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는 않아요.

결국 재수를 한다는 것은 본인의 지난 1년의 과정이나 결과 중에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 것이 있고, 인생에서 무척 소중한 1년을 투자해서 더 좋은 과정과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입니다. 1년 뒤에 비슷한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중요한 것이 바로 자기 객관화입니다. 사람들마다 재수를 결심한 이유는 다 다릅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좋은 성적이라도 본인이 불만족스럽다면 재수를 할 수도 있는 겁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재수를 하려면 ‘’자기 선택’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재수를 한다는 것은 여러분은 이제 성인이라는 것이죠. 자기 인생의 판단은 자기가 해야 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단 한 번도 재수를 하라 하신 적이 없습니다. 의대에 가라는 것도 마찬가지죠. 저는 제 의지로 재수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정말 의사가 되고 싶었거든요. 남들 만나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고, 사람을 도와주는 것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고, 평소에 몸이 안 좋아서 의학에 관심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남을 치료해준다는 것에 엄청난 매력을 느꼈고, 이 직업이라면 내 인생을 후회하면서 살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있었죠.

그래서 저는 재수를 고려하기 시작한 뒤로 우선 제가 현역 수능에서 부족한 점이 무엇이었는지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문제점은 국어를 너무 감으로만 푼다는 것과 수학 문제를 보고 접근할 때 어떤 단원의 어떤 내용을 써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과 중요하지 않은 공식들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는 점, 그리고 영어는 ebs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제 수능까지는 ebs 직접 연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제문이나 빈칸 등의 문제에서 중요한 문장을 골라내지 못하고 너무 시간을 많이 쓴다는 점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 간 내가 공부한 것들이 수능 시험장에서, 특히 수학과 영어 과목에서 제대로 적용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것 말고도 더 구체적으로도 많이 파악했고, 이러한 부분들을 재수 때 어떻게 수정해야 좋은 결과가 있을 지, 그리고 수능 시험장에서 어떻게 해야 내가 1년 간 공부한 것들을 적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 기간이 12월이었죠.

그리고 재수도 재종이 좋을 지, 기숙이 좋을 지, 아니면 독재가 좋을 지 많은 고민들 하고 각 방법의 장단점을 다 적어봤습니다. 제가 독재를 선택한 이유는 저는 배속과 되돌리기가 있는 인강이라는 플랫폼이 굉장히 익숙했고, 저와 맞지 않는 선생님의 수업은 수업의 질이 어떻든 잘 듣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습 시간을 필요할 때 바로바로 갖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비용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도 있었습니다!) 독재를 다닌다면 그러면 가장 재종이나 기숙과 다른 점이 관리성이라고 생각했고,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까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관리인이라고 그냥 앉아있는 곳보다는 최대한 계속 순찰을 돌면서 학생을 확인하는 곳을 갔고, 제가 잠이 많은데 깨워주고 나가서 서서 공부할 수 있는 곳을 갔습니다. 또한 저는 개인적으로 중독성이 굉장히 강하고 맺고 끊는 것을 힘들어해서 나중에 후회가 많은 성격이라서 전자기기를 접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래서 고3 때부터 쓴 2g폰을 계속 유지했고, 인강을 들을 태블릿도 인터넷에서 알아보고 인강 사이트를 제외하고 유튜브, 카카오톡 등이 전부 다 차단되어 있는 기기를 샀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휴대폰 잠금 앱까지 설치했고, 일부러 와이파이가 인강 사이트 외에 차단이 되어 있는 곳을 갔습니다. 저는 자기 객관화를 한 결과 전자기기가 있다면 무조건 쓸 수밖에 없는 놈이고, 그렇다면 아예 내 주변에서 변수를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요. 저에게 무책임하지 않으려면, 나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그리고 가족을 보기 부끄럽지 않으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전자 기기를 옆에 두고 쓰지 말라는 것은 중독자에게 중독 물질을 옆에 두고 쓰지 말라는 것과 다를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죠. 이 정도 각오가 있지 않고 쉬운 마음으로 남들도 하니까, 뭔가 아쉬우니까, 하면 뭔가 오를 것 같은 느낌이 있으니까 등등의 생각으로 재수를 한다면 다시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건 재수생만이 아니라 현역 학생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2022 수능이 끝난 다음 날부터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그리고 n수생 여러분의 수험 생활은 시작된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여기서 연장되는 것이 바로 ‘자기 공부에 대한 판단은 자기가 해라’입니다. 메가스터디든 아니면 다른 입시 사이트든 아니면 주변 친구들이든 재수를 결심하거나 입시를 시작했다면 이게 좋다더라, 저게 좋다더라 하는 것들이 많이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자기한테 맞는 공부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같았다면 다들 한 가지 공부법만 쓰면 성적이 올라야겠지만 그럴 일은 없어요. 아무리 평이 좋다고 해도 자신과 맞지 않으면 좋은 공부법은 아니고, 아무리 사람들이 별로라 해도 내가 그렇게 해서 성적이 잘 나왔다면 자신에게는 좋은 공부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재수를 시작할 때, 들을 인강 강사를 정할 때, 메가스터디에 계신 모든 선생님들의 ot와 커리큘럼 소개 영상, 그리고 맛보기 강의들을 전부 시청한 뒤에 내가 수능장에 가서 문제를 푸는데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은 분들을 선정해서 들었습니다. 그 결과 메가스터디에선 국어는 김재홍 선생님의 기본 강의와 ebs를 듣고 기출 분석을 혼자서 진행하며 저만의 방식을 체화했고, 수학은 양승진 선생님의 커리와 추후에 추가 문제의 필요성을 느껴서 현강까지 다녔고, 과탐은 한종철 선생님과 오지훈 선생님의 강의를 수강했고, 이러한 선택에 따른 후회는 1년 간 없었습니다. 오늘 보니 수능이 324일이 남았던데 시간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본인이 정말 재수를 왜 하는 것인지, 그리고 할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을 지,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될 지 냉철하게 자기 객관화와 분석을 하시길 바랍니다. 1~2주 일찍 공부를 시작하는 것보다 충분한 고민을 거친 후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더 좋은 과정과 결과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원래는 위로와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려고 했지만 어쩌다 보니 좀 많이 쓴 소리를 한 것 같네요. (그래도 이거 쓰는데 3시간 걸렸어요! 좋게 봐주세용ㅎㅎ) 저는 저번 칼럼에서도 다뤘지만 대책 없는 위로는 잠깐의 위안을 가져다줄 지 몰라도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제 mbti가 t라서 그래요…ㅠㅠ) 팩폭 기관차에 조금 쎄게 치여서 아프실 수도 있지만 부디 한 분이라도 제 칼럼에서 도움을 얻는다면 저는 엄청 뿌듯할 것 같습니다. 다음 칼럼은 제가 재수를 시작할 때 어떻게 공부를 계획했는지, 그리고 과목별 공부법에 관해 공통적인 부분과 각 과목 별로 개별적인 부분들을 다뤄볼 계획입니다. 모든 수험생들 힘내시고 궁금한 거 있으면 댓글 남겨주시면 이번주 주말에 몰아서 달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수요일에 3차를 맞아서요ㅠㅠ (이번에도 개인적인 사정도 있을 것 같아서 비밀 댓글 기능 열어놓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