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첫 칼럼을 올리던 날 즈음엔 쌀쌀한 공기에 외출을 할 때면 꼭 두툼한 겉옷을 챙겼던 것 같은데, 어느새 가벼운 옷 한 벌만 입고도 낮이면 더운 공기가 느껴지는 날씨가 되었네요.

이건 제 두 번째 칼럼이 그만큼 늦어졌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죄송한 마음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적어 보겠습니다. (저를 용서하세요 여러분..)

제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각자가 가진 마음의 무게에 대해서 입니다.

이건 누가 수험이라는 싸움에 더 간절한지, 누가 더 이 레이스에 전력을 다하는지를 가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마음의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험을 똑같이 망치더라도 며칠간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신경도 쓰지 않고 훌훌

털어버리는 사람도 있죠.

똑같은 하루를 쉬더라도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과 마음 편히 쉬는 사람이 있을 거고요.

이건 사실 누군가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싫어한다는 것 정도의 차이입니다.

제가 수험생활을 하며 느낀 것은, 같은 일을 겪더라도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는 노력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닌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마음의 무게가 참 가벼운 사람이었습니다.

시험을 망쳐도, 공부는 안 하고 여기저기 놀러다녀도 진심으로 반성하는 법이 없는 열아홉 살 수험생이었어요. 지난 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건 어쩌면 수험생으로서 지녀야 할 당연한 자세임에도, 걱정 없는 스스로를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착각에 빠진 채 일 년을 보냈습니다.

만약 제가 정말로 강한 사람이었다면, 그 해 받은 수능 성적에 만족하고 제가 갈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아갔을 겁니다. 하지만 그 날의 성적표는 어쩐지 제게 ‘너는 틀렸다’ 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 후회 따위 없을 것만 같던 제 발걸음 하나하나가 화살이 되어 제게 쏟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매일 했어야 하는 반성을 그제야 몰아 하며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지키려고 했던 자신감, 강함, 그리고 나 자신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는 정말 나 자체로 강한 사람이 맞기는 했었던 걸까?

맞닥뜨렸어야 하는 시련들을 그저 외면해오기만 한 건 아닐까?

겨울 내내 고민한 끝에 저 스스로 내린 결론은, ‘자유로움과 강함은 다른 것이구나’ 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공부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놀고 싶은 만큼 놀면서 걱정도 없는 저 자신을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습니다.

매일 노력하고 반성하며 최선을 다해 나아가는 삶.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자세이자 스스로를 자유롭게 놓아주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안에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어떤 마음을 가지든 의심 없이 스스로를 놓아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런 질서 없이 그저 그날의 즐거움에만 빠져 살았던 저는, 순간의 쾌락에만 매달려 행복과 자유를 찾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던 겁니다. 지금 당장 나를 즐겁게 해 주는 것들이 아니라면 무작정 외면해버리는 일 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제가 장기전인 수능 공부를 제대로 해냈을 리가 없었습니다.

첫 수능이 끝나고 집에 와 가채점을 하고 처음에는 운이 나빴던 거라며 제 실력을 부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깨달음을 얻고 나니, 저는 당연히 그 정도의 성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공부를 해왔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작한 재수 생활은 이전과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일 년 동안 무조건 지킬 규칙들을 만들었습니다.

기상과 취침 시간 지키기, 공부할 때 전자기기 절대 사용하지 않기.

어쩌면 보잘 것 없는 작은 약속이었지만, 이 두 가지 규칙은 저를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체력과 컨디션도 이전 해에 비해 좋아졌고, 내가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러자 비로소 제 마음의 무게와 진심으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재수를 할 때의 저는 분명 현역 때와 똑같이 걱정할 줄 모르고, 놀고 싶은 만큼 놀고, 이래도 저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무게가 가볍디 가벼운 사람이었지만, 저는 그런 스스로를 믿었습니다. 그건 내가 어떤 마음의 무게를 가졌든, 이 무게는 분명 나를 최선의 길로 이끌어줄 거라는 믿음이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길게 풀어놓았지만 제가 여러분들게 드리고 싶은 말은, 스스로의 마음의 무게를 믿으시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있기 위해서는 매일 나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 노력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여러분 각자만의 행성이 가진 중력은, 나 자신에게서 태어난 무게인 만큼 스스로에게 가장 알맞은 크기일 것입니다. 내 마음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다른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도 마음의 짐을 지거나 덜어내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나를 끌어당기고 있는 내 마음의 중력가속도, 그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하세요.

시험을 볼 때 긴장을 과하게 하는 것 같아도, 같은 시험을 봤는데 나만 회복이 더딘 것 같아도 스스로를 원망하지 마세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곧 다가올 6월 모의고사가 너무 실감이 안 나는 것 같아도, 시험 볼 때 너무 긴장을 안 하는 것 같아도 괜찮습니다. 분명 그 마음은 여러분을 가장 잘 아는 존재인 자기 자신에게서 태어난, 나에게 꼭 맞는 무게의 마음일 거니까요.

그저 오늘의 일을 묵묵히 해내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 마음의 무게와는 상관없이 여러분은 분명 최선의 결과를 얻으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이야기에 관련해 제게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거나, 다른 질문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틈틈이 확인하고 답변 남겨 드리겠습니다.

저는 그럼 6월 직전에 실전 칼럼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앞으로는 칼럼 올리는 주기를 좀 좁혀 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오늘 하루가 어제보다 좀 더 편안한 하루였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