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러분께 보내는 세 번째 즐거운 편지, 18기 목표달성 장학생 이강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늦게 찾아뵈었는데요. 이번 달 칼럼은 '가벼운' 수학 공부법이 될 것입니다.

2. 수학 영역

 저의 '수학 공부법'은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수기를 읽고 오시면 아시겠지만, 수학은 정말 저에게 '아픈 손가락'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서 수학 공부는 저의 수험 생활의 8할 이상을 차지합니다. 7시간 공부면 5-6시간 정도는 수학에 투자했다고 할 수 있죠. 이유는 수시 모집에 지원했음에도, 수능 최저기준이 필요한 학교가 있었기도 했습니다. 또한 저만의 '수학과의 전쟁'에서 나름대로 나아가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수포자'가 될 수 없었던 저는, '수학을 하려고 노력하는 자' - '수노자'라고 해 볼까요? - 로 고등학교 3년을 살았습니다. 저의 공부가 그렇듯이, 수학에 역시 '공부법'이라고 자랑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공부했던 방식을 한 번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밑의 수학 공부법은 수학을 영역별로 '잘'하는 법이라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수노자'가 문제를 잘 이해할 수 있을지 노력한 것에 가깝습니다. 

2.1. 채점 방식

 채점할 때에는 하나의 원칙을 세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지문을 볼 수 있고 지문에 의거한 답이 나와있는 국어 영역과 영어 영역과는 다르게, 수학 영역은 문제만 보고 직관적으로 풀이 과정을 떠올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모의고사나 수능을 볼 때, 문제를 보고 바로 관련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면, 그 문제의 '기세'에 밀리는 셈이 되죠. 만약, 집에서 혼자 문제를 풀 경우, '바로' 안 떠올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시간을 두고 생각해도'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문제를 풀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저는 이것을 염두에 두고, 제가 '직접' 관련 개념을 적용시키지 못했다면, 그 문제는 '틀린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틀린 문제'는 그 정도에 따라 세 가지 정도로 분류했습니다.

2.1.1. 세모 표시

 세모 표시는 가장 약한 정도의 '틀린 문제'입니다. 작은따옴표가 들어가는 이유는, 사실은 맞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문제집을 보았을 때, 가장 많은 유형이기도 합니다. 세모 표시가 '틀린 문제'인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세모 표시는 '답은 맞은' 경우입니다. (찍어서 맞은 경우는 제외합니다. 집에서 풀 경우, 찍어서 맞은 경우는 '별표 이상'으로 간주합니다.) 이 경우 틀렸다고 할 수 있는 경우는 대부분 '풀이가 틀린 경우'입니다. 풀이집과 나의 풀이를 비교해 보면서, 틀린 부분이 '한 부분이라도' 있으면 과감하게 세모를 그려줍시다. 풀긴 풀었는데, 내 풀이지만 중간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과감하게 세모를 그려줍시다. 이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시험장에서도 내가 이것을 '요행'을 바라지 않고 풀 수 있는가?'입니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는 경우는 모두 '틀린 문제'로 간주합니다. 반대로 답안지의 풀이법과는 다르지만, 자신이 직접 문제를 이에 의거하여 풀 수 있다면 세모 표시는 아닙니다. 대신 그 풀이 과정에는 '요행'이나 '오류'가 들어가 있으면 안 됩니다. 만일 자력으로 이것을 파악할 수 없을 경우에는 선생님께 여쭤보는 것이 제일의 선택입니다. 학교 선생님 혹은 메가스터디 질문 게시판 등, '선생님'께 여쭤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다른 경우는 '답을 보고 문제를 풀어 맞춘 경우'입니다. 이것은 보통 저의 실수에서 기인합니다. 예를 들어, 문제집의 1번 문제를 고심한 끝에 풀었습니다. 이제 답을 보려고 답안지를 보는데, 실수로 2번 문제의 답을 보고 말았습니다. 이 경우 풀이는 보지 못했더라도, 냉정하게 세모부터 출발합니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2번 문제의 답을 본 그 순간, 2번 문제의 풀이가 그 답으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2번 문제의 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백지로 시작할 때와 답(목적지)을 알고 출발할 때, 과정은 확실히 다릅니다. 시험장에서는 답을 알고 풀지 않습니다. 시험장의 '백지'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서는 저런 문제도 틀렸다고 간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경우는 '해설을 조금 본 경우'입니다. 여기서 해설을 조금 봤다는 것의 의미는, 자력으로 90% 정도는 풀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거의 다 풀고, 한 가닥만 잡히면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안 잡힐 때, 그것이 세모 표시를 할 만한 문제입니다. 다만, 한 문장이라도, 한 '티끌'이라도 해설을 참조했다면 세모 표시를 해 주세요. 예외의 경우는 그 '한 가닥'이 중요한 부분일 때입니다. 이 경우에는 이것을 별 표시로 넘겨야 하는 '중대사안'이 됩니다. 

 답이 틀렸을 때도 세모 표시를 해야 하는 사안이 있습니다. 정말 '어이없게' 틀렸을 경우입니다. 보통의 경우는 계산 실수이거나(+를 *로 잘못 계산했다던가), 문제를 잘못 이해했을 경우입니다(f(1)을 f'(1)로 잘못 봤다던가). 이 경우에도 어이없이 틀렸다고, '다음에는 맞겠지' 마인드로 동그라미를 치지 마시고, 세모 표시를 합니다. 물론 이것은 위의 세 가지 경우와는 다른 경우이기에, 세모 표시 위에 '계산 실수' 등의 표시를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가장 많이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 이 세모 표시입니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풀 수 있는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최후까지 잡고 놓지 말아야 하는 문제는 (아마 X표가 점철되어 있을) 어려운 4점 후반의 문제들이 아닌 점수대에 상관없이 분포해 있는 세모 표시의 문제들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X표의 문제들에 집중해서 세모 표시 몇 문제를 날리는 것은 시험에 있어서 굉장한 손해입니다.

2.1.2. 별 표시

 별 표시부터는 진정한 '틀린 문제'입니다. 이제 답까지 틀린 문제입니다. 세모 표시와 별 표시를 나누는 요건은 '풀이과정을 얼마나 참조했는가?'이고, 별 표시와 X 표시를 나누는 조건은 '내가 이 풀이법을 이해했고 자력으로 쓸 수 있는가?'입니다. 별 표시의 문제를 요약하자면,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풀이를 봤는데 이해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보통 4점 중반 문제(일명 '준킬러 문제' 이하)에 포진해 있는 이 표시의 문제들은 잡는 것이 중요한 문제들입니다.

 별 표시와 나머지 표시들의 분류 방법은 정말 '정성적'입니다. 제가 어떻게 '정량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가 없네요. 풀이 과정은 어림잡아 40% 이상이 되면 별 표시 문제로 분류합니다. 이것은 정말 어림잡은 것이고, 풀이를 보다보면 '아, 여기서부터는 정말 못 풀겠다.'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냥 자신이 생각한 일정 부분 이상 참조했는데, 풀이 과정이 이해할 수 있고, 나중에 백지 상태에서도 쓸 수 있겠다 싶으면 별 표시 문제입니다. 마찬가지로, 이해 관련해서도 '정성적'인 기준이 적용됩니다. 천천히 풀이를 읽고 있는데, '내가 정말 이것을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이 나타나면 X 표시입니다. 이것을 칼 자르듯 나누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뭔가 '쎄한' 느낌이라고 설명드리는 것이 전부일 것 같습니다.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니만큼, 거듭된 회독으로 가장 많이 바뀌는 부분이 이 '별 표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2.1.3. X 표시 (+a)

 X 표시는 '틀린 문제'를 넘어, 내가 풀 수 있을까 의심이 되는 문제입니다. 저와 같은 '수노자'들은 4점 후반대에 점점 많아지는 표시입니다. 풀이를 봤는데 '이게 무슨 소리야?'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시험장에서도 아주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면 풀 수 없는 문제들이죠. 답을 보고 풀어야 하고, 이른바 '감각'이 없으면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사실 저는 '완벽주의'가 은은하게 있어서, 이 문제들까지 복습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사실 '수노자' 단계에서는 X표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오히려 세모나 별표 문제들을 복습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번외로, 조금 스트레스 받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풀이를 봐도 문제를 풀 수 없는 것을 넘어 문제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경우나, 풀이가 굉장히 '짜증나는' 정도의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스트레스의 정도만큼 X표를 쳐 주세요. 스트레스 받을 만한 문제들이어도 계속 보다 보면 익숙해지긴 하더군요. (저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별 표시나 적어도 X표시로 다운그레이드되는 효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2. 풀이 '지표' 만들기

 풀이 '지표'는 그저 재미있게 공부하기 위해 만든 수단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현우진 선생님의 '뉴런'이나 '수분감'을 보면 문제편이나 해설편에 'Comment'를 써놓으십니다. 정말 막막할 때, 'Comment'를 보면 문제를 뻗어나갈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의 위 2.1. 규칙에 따르면, 이 '힌트'를 사용하면 세모 표시부터 시작한다는 함정도...) 하루는 수분감 수학 II의 문제를 풀다가, 저에게도 저만의 'Comment'가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해설편에 현우진 선생님께서 작성해 주신 'Comment'가 있긴 하지만, '그것과 함께 나에게 좀 더 다가오는 방법의 Comment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저만을 위한 작은 프로젝트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것은 약간 수험 생활 후반기에 정립한 생각인지라, 많이 적용하지는 못했고 '수분감' 수학 II의 STEP 2 (4점 킬러부분) 부분에서만 활용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해설지를 보며 해설을 한 문장으로 '센스있게' 요약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제 Comment가 센스있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첨부한 사진과 같이, 2019학년도 수능 나형 30번 문제를 보며, 'f(x)만 구하면 끝난다.'라고 적어놓거나, 직관적으로 풀 수 있었던 2021학년도 9월 평가원 나형 30번 문제에 '직관적으로 풀 수 있음. 그러나 풀이 참조가 필요함.' 등과 같은 식으로 풀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혹은 어디쯤에서 무엇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일종의 '힌트'를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2019학년도 수능 나형 30번 Comment)

(2021학년도 9월 평가원 나형 30번 Comment)

세줄요약

1. 저는 수학을 잘하지 못하는, '수노자'이기에, 제 '공부법'은 문제 이해법에 가깝습니다.

2. 채점은 '쓸데없이' 양심적으로 해야 합니다. 단계를 설정해 놓고, 그 적용에는 절대 예외를 두지 마세요.

3. 자신만의 'Comment'를 만들어 '센스있게' 수학적 감각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학을 자랑할 만큼 잘하지 못하기에, 가볍게 쓰려고 했던 것이 굉장히 스케일이 커졌네요. 본래 영어 공부법과 같이 작성하려고 하였는데, 영어 공부법 역시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서 분리하려고 합니다. 이후 일정은 영어, 사탐 등의 공부법을 다루려고 합니다. 그 후로는 자기소개서와 멘탈 관리 등을 작성하려고 하고요. 수능 이후로는 독서 추천이나 학과 홍보 소개를 해 보려고 합니다. 일정에 조언 같은 것이라도 해 주시려면 언제나 댓글로 환영입니다. 원하시는 주제 등을 추천해주시면 계획 변경이 되는 한이 있어도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 시기상 7월 칼럼은 '영어 공부법'보다는 '세특 작성법' 등으로 해야 할 것도 같은데, 혹시 이에 대해 의견 어떠신지 댓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다음 달에도 즐거운, 유익한 내용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네 번째 즐거운 편지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