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하, 나는 수능 D-30을 놓치는 멍청한 멘토...

안녕하세요, 메가스터디 목표달성장학생 김준원입니다. 다시 찾아뵙습니다. 수능 D-20이 드디어 깨졌습니다. 깨지기 전에 올렸어야 했는데, 조금 늦었죠. 하이고. 요 두 주 정도 사이에 부쩍 추워지는 듯한 날씨, 슬슬 꺼내는 두꺼운 옷, 할로윈을 지나며 크리스마스로 향해가는 카페 장식을 보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음을 체감합니다. 여러분 건강관리는 잘 하고 계신가요? 괜히 걱정 되어 한번 물어봅니다. 제가 이맘때 기껏 나아가던 비염이 도져 고생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서요.

각설하고, 솔직히 말하면, 수능 라스트 20일을 눈앞에 앞두고 있는 지금(어라 분명 이거 쓸때는 D-30 전이었는데... 어째서 눈물이...?), 여러분들에게 유의미하게 전달드릴 이야기가 몇 개 남아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제 와서 학습 조언을 하자니 지금은 마무리 단계이고, 드릴 얘기도 그렇게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지난 썰에 이은 또 한 번의 썰 칼럼, ‘재수썰’을 좀 풀어 보고자 합니다.

사실 제 재수 썰이라고 하면, 그다지 많은 내용이 있지는 않습니다. 뭐 재수가 이야기가 많아서 좋을 게 없지요. 그냥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해서, 열심히 인강 듣고 낑낑대다가, 학원 좀 다니고, 실모 좀 풀고, 수능 봤다 하는, 조금은 뻔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 전, 그러니까 고등학교 3학년 말까지의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고, 전달 드리는 가치가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더더욱, 여러분들이 겪고 있을 10월과 11월의, 1년 전 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3, 2... 1

저는 10월 즈음부터 주말마다 2회, 그러니까 토요일에 한 번, 일요일에 한 번 국어와 수학 모의고사를 풀었어요. 탐구나 영어 모의고사는 그다지 많이 투자하진 않았고, 평일에 공부할 타이밍을 활용하여 간헐적으로 했던 것 같아요. 아무튼 매주 주말 오전은 저에게 모의고사를 푸는 시간이었습니다. 실전감이 부족하다고 격하게 느꼈고, 피로한 주말의 아침잠을 몰아내기에 실전만큼 효과적인 각성제는 없었으니까요. (여담이지만, 이 외에 다른 종류의 각성제는 비추천합니다!!! 수명을 깎아먹어요...) 아무튼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떤 날이었냐면, 그냥 그 주에 복습을 조금 열심히 했던, 약간 쌀쌀해지는 날씨에도 아직 반팔에 후드 정도면 다닐 만한, 요즘 같은 그런 날이었어요. 

그 ‘어느 날’이, 제 성적 포텐이 터지기 시작한 그 날이었습니다. 정말 우습게도, 수학 모의고사를 푸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이정도면 수2는 뭐가 나와도 안 틀리겠는데?” 누군가는 자만이라고 비웃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당시의 저는 굉장히 자기혐오에 충만해 있는 상태였기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는 것부터가 엄청난 발전이었어요. 실제로 그 모의고사에서 수학2는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죠.

이때 이후로 다른 과목들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어요. 저 생각을 처음 한 날을 시작으로, 거짓말같이 정체되어있던 성적이 쭉쭉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오를 것 같다’는 믿음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기도 해요. 최근에 심리학개론 강의를 들으면서 배운 내용인데, 학습 과정에서는 체계화/구조화 과정을 위해 습득량이 줄어들고 성취도가 정체되는 구간이 생긴다고 해요. 몸이 장기적인 능률 향상을 위해 루틴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요즘 입시에서는 ‘체화’라고 부르고는 하죠. 아마 저는 성적이 정체되기 시작한 6월부터 9월까지(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정말 멘탈이 박살나는 시기였으나...) 체계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혹시 여태까지 노력의 투입에 비해 성적이 오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있다면, 곧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는 응원을 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급하게 오르기 시작한 성적과 함께, 제 10월과 11월은 거의 온전히 그간의 학습을 되돌아보는데 썼습니다. 물론 새로운 실모를 접하기도 했지만, 기존까지 다져온 것에 대한 점검으로 썼다고 생각해요. 그 외에는 대부분 틀린 문제를 다시 풀고, 역대 풀었던 기출을 기반으로 머릿속 도감을 만드는 것 같은... 과정을 거쳤던 것 같습니다. 최대한 지금까지 배운 것들의 에센스를 뽑아 수능날 들고 가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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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전날은 수험표를 수령한다고 제 모교를 방문했던 것 같습니다. 모교에 방문하여 수험표를 받고,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홀수형/짝수형 여부였습니다. 당시에도 홀/짝 여부가 수능 성적과 그다지 큰 상관관계를 지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굳이 따지면 괜히 신경 쓰이는 요소들을 최대한 없애고 싶었거든요. (홀수형/짝수형 관한 내용은 다음 칼럼에 쓸 것 같아요! 참고로 전 2년 연속 짝수형이었습니다.)

수능 전날에는 그간의 것을 돌아보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새로운 문제는 국어 모의고사 한 회분만 풀었고요(그마저도 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저를 다그치고 싶네요. 괜히 자신감 쌓겠다고 쉬운 실모 하나 풀었는데, 크게 얻어가는 것도 없고 뭐... 그랬습니다.), 수학 최근 기출 킬러 문제 갈무리, 정리해놓은 탐구 오답노트종이 읽기... 정도만 했습니다. 사실 이보다 더 푹 쉬어도 됐었는데, 괜히 마지막에 걱정이 앞서 그랬던 것 같아요. 

고사장을 확인해보니, 제2외국어를 응시하다 보니(제2외국어를 응시하는 학생들끼리 같은 고사장을 배정받습니다.) 공교롭게도 제 집에서 약간은 거리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주변에 언덕도 좀 있어, 아침부터 좀 피곤하겠다 싶더라고요. 뭐 어쩌겠어, 하고 적당히 짐이나 싼 뒤에, 내일 입을 옷을 켜켜이 쌓아 두고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두근거리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충분한 잠을 취한 저는, 조금은 경쾌하다 싶을 정도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2021년 2월부터의 여느 목요일 아침이 그러했듯 6시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일어나, 빠르게 씻고, 나갈 준비를 했어요. 수능 한파까지는 아닌, 하지만 폐에 가득히 스산함을 채우는 아침 공기를 한껏 마시며, 오늘의 전장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재수생 분들은 공감하실지 모르겠지만, 수능 당일, 특히 고사실에 들어가기까지의 기억은 거의 당일 휘발됩니다. 과도하게 긴장되고, 정신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렇다 보니 매 시간 어땠다 하고 구구절절 썰을 풀기에는 사라진 기억이 많아서, 중요했다고 생각한 지점들 몇 가지만 회상해볼게요.

여러분도 알고 계시겠지만, 작년 국어 영역이 정말 역대급으로... 어려웠습니다. 제가 수능을 준비하며 다양한 실모를 접했지만, 작년에 출시된 그 어떤 컨텐츠보다 수능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저는 언어와 매체를 13분 정도 잡고 푸는 편이었는데, 다 풀고 보니 17분이 지나 있었고, 문학보다 독서를 먼저 푸는 게 습관이 되어서 꾸역꾸역 독서를 풀어내니, 못 푼 문제 하나를 남기고 20분이 남아 있었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제가 한 해를 투자하며 쌓아온 국어 풀이 루틴이 거의 망가진 느낌이었죠. 당시에는 난이도를 객관적으로 알아 볼 방법도 없었고, 단지 실전이라 더 힘들구나, 긴장을 많이 했구나 정도의 생각만 하며 꾸역꾸역 풀었어야 했어요. 정말 날 것의 감각으로 풀어내고(물론 그 안에 제 경험과 습관이 남아 있었겠지만) 멘탈이 산산조각이 난 상태로 1교시를 마무리했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국어를 (당시에 느끼기에) 제대로 말아먹은 뒤에 있었던 30분간의 쉬는 시간은 정말 흐트러진 정신을 회복할 겨를도 없이 흘러갔어요. 이게 다 꿈이었으면 했고, 뛰쳐나가고 싶다, 그냥 1년 더 해야 할까... 하는 생각들이 마구 시쳐 지나가며 벌써 2교시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죠. 지난해의 수능과 여타 모의고사 경험과는 달리, 고사실의 분위기도 싸늘하게 식어 있다는 게 몸으로도 느껴졌어요. 그렇게 추스르지 못한 멘탈을 끌어안고 2교시가 시작됐습니다.

국어의 파괴력이 수학까지 미쳐, 수학 시험의 초반부는 그야말로 재앙이었습니다. 앞의 쉬운 문제들은 어찌저찌 풀어 나가고 있었지만, 세상에, 8번부터 막히기 시작했어요. 이미 뚝 떨어진 자신감 때문이었을지, 어렵지도 않은 문제인데 안 풀리더라고요. 그 뒤에도 비슷했어요. 8번부터 13번까지, 이런저런 이유로(현우진T의 2022학년도 뉴런 수2 강의평에 자세한 정황을 써놨었어요! 관심 있으면 구경해보세요ㅋㅋ) 한 문제인가를 빼면 전혀 풀지 못했어요. 이렇게 내 1년이 사라지나... 싶은 순간이었죠. 그래도 정말 다행이었던 건, 제가 매뉴얼을 이미 몸에 어느 정도는 박아 넣어 놓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늘 약간의 완급 조절을 위해 13번까지 쭉 풀고 잘 안 풀린다 싶으면 때때로 확률과 통계로 넘어가고는 했는데, 수능 날도 어김없이 몇 페이지를 넘겨 확률과 통계를 풀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도중 어느 문제에서 딱 멈췄는데, 그 문제는 놀랍게도 제가 몇 주 전 유심히 봐둔 모 실모의 어떤 문제를 빼닮은 문제였습니다. 그제서야 ‘그간 내가 해온 노력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상기하고, 멘탈 잡고, 나머지 문제들을 (앞에서 못 푼 것들을 비롯하여) 다 잘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시험이 거의 끝나기 직전 확통 계산 실수를 하나 발견하여, 그 답을 고쳤다는 사실에 감격해 국어의 멘붕은 완전히 잊을 수 있었어요. 뭐 그리고... 나머지는 다 잘 했습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 제 주변 지인들(특히 최근에 입시에 성공한 22학번 친구들)은 과거의 입시 경험을 회상하며 썰을 쭉 풀고는 이렇게 마무리 짓고는 합니다. “운이 좋았다”고. 특히 저는 위에 언급했듯 워낙 기복이 컸던(공부 과정 측면에서도, 수능 당일의 측면에서도) 편인지라, 늘 ‘운이 좋았다’라고 되뇌며, 스스로의 교만을 다스리고는 했어요. 멘토링을 하면서도, 괜히 ‘운으로 붙은 주제에, 과하게 뭐라 하지 말고 겸손해야지’하면서 스스로에게 주박을 걸고는 했네요. 뭐, 사실이기는 하니까, 누가 “에이, 겸손한 척 하지마~”해도 할 말이 없기는 합니다. 수학을 풀던 그 순간순간이 없었다면, 계산실수를 찾지 못했다면, 아랍어에서 마지막에 보고 들어간 단어가 거짓말같이 출제되지 않았다면, 그 몇 점이 부족해 제가 이 학교에 오지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수능이라는 시험에서 운은 유효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최근에 한 생각은, 그 운이 나를 어느 대학에 떨굴 것인지는, 그간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수능에서는 운에 따라 크게는 총 10점까지도 성적이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야속한 말이지만, 그 이상의 ‘폭망’은 솔직히 온전히 본인의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할게요.) 요지는, 운이 좌지우지하는 수능 날의 결과가 하나의 룰렛 판에 나타난다고 치면, 그 룰렛 판을 어떤 대학과 학과로 채울지는 온전히 우리의 노력에 달린 거라는 겁니다. 그렇기에, 지난 1년을 어떻게든 살아온 우리는, 그 1년+@간의 사투를 믿으며 룰렛을 향해 다트를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충만한 1년이었다면, 여러분의 다트가 어딜 맞든, 중박 이상은 하지 않을까 하고 믿어요.

제 인생 영화...까지는 아니지만, 저는 ‘록키’를 정말 재밌게 봤었습니다. ‘록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자면 웅장한 음악과 함께 나오는 훈련 장면입니다. 상대와의 승부를 준비하기 위해, 주인공은 달리고, 힘을 기르고, 땀을 흘립니다. 지금 할 입시 이야기는 이런 장면과 맞닿아 있습니다. 위에서 얘기 했듯, 수능 날 운이 아예 작용하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게 수능이라는 시험의 잔인한 면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의 성적을 결정짓는 것은 ‘그간 노력해온 자신’, 그리고 ‘그런 자신을 믿는(自信하는) 나’, 이 두 명의 호흡입니다. 수능날 제 성공의 신호탄은 연계 지문 적중도, 계산실수 발견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내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그리고 내 노력이 오늘 빛을 발할 수 있구나.’하는 믿음이, 제게는 승리의 기회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복싱, 그리고 여느 스포츠 경기와 수능은 닮아 있습니다. 복싱에서의 승부는 그 날의 퍼포먼스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혹은 게임과 같이 선수의 능력치가 수치로 표현되지도 않습니다. 다만 ‘록키’의 주인공이 그러하였듯, 그저 하루하루 더 나은 내가 되리라는 향상심을 가지고 달린다면, 그 트랙의 끝에 승리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정말 수능까지 얼마 안 남은 시점에 뭘 해야 하는지랑.. 진짜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칼럼, 이렇게 두 개 더 (그 사이에 잡 조언 관련 칼럼도?) 올릴 계획입니다. 새삼 돌아보면 여러모로 계획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고, 조금은 엄벙덤벙하며 진행했던 멘토링이 아니었나 싶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 감정이 주변 일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 굉장히 스트레스 받는 편인데, 최근 제가 겪고 있는 여러 스트레스들이 칼럼 업로드에도 영향을 적잖이 끼치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울적한 오늘입니다. 뭐, 이런 얘기해서 뭐하겠어요. 더 나은 칼럼으로 돌아와야겠죠.

최근에 메가스터디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촬영한 것이 메가스터디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습니다. 여기 하단의 증명사진과는 조금 다른, 이름만 똑같은 사람이 찍어 놓은 영상 하나가 있을 거에요. 지난주쯤 업로드 되었던가? 아무튼 궁금하신 분은 찾아보시되... 기왕이면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눈 붙이고 쉬세요... 그게 낫겠다.

제목에 거창하게 박아넣은 것에 비해, 자신을 믿는다는 것에 대한 얘기를 많이 못한 것 같기도 해요. 그냥 이런 게 중요하다고 느끼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自信)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력해온, 자신을 믿고, 결실을 맺기. 여러분들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과정일 거에요.

이번에도 모자란 칼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이번엔, 빠른 시일 내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