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도 끝났고, 이제 수능까지 17일밖에 남지 않았네요. 날씨도 슬슬 추워지는 것이 수능이 다가온 게 느껴집니다. 수험생 여러분들은 사실상 마지막 스퍼트를 하고 계실 것입니다.

수능 전 마지막 칼럼인 만큼, 공부 조언이 아닌, 실제 저의 수능 날 이야기를 담아볼까 합니다.

수능 전날 저는 마지막으로 수능특강 영어 문제집을 풀고, 다음날 학교에 가져갈 모든 것을 챙긴 뒤에, 다시 한번 확인하고 10시에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평소에 잠이 잘 들지 못했던 저였기에 혹여나 잠이 안 오면 어떡하나 생각했지만, 운이 좋게도 10시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아침 6시에 알람 소리와 함께 번쩍 눈이 떠졌습니다. 처음부터 운이 좋았습니다. 제가 딱 생각한 만큼 잔 것이었으니까요. 일어나서 세수를 한 뒤 아침으로 불고기 백반을 먹으며, 피곤함을 없애기 위해 박카스를 한 병 마셨습니다. 그 이후에 샤워를 하고 준비를 한 뒤, 마지막으로 잊은 물건이 없는 지 확인했습니다. 먹을 것, 컴싸, 수험표, 샤프심, 반바지, 수능 시계 등......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까지 대비하여 수능 시계는 하나를 더 챙겼습니다. 드디어 준비가 끝나고 가족들이 다같이 차를 타고 시험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제 시험장은 평촌공업고등학교였는데, 집에서 차를 타고 20분 정도 갔던 것 같습니다. 시험장 앞에서 어머니께 잘 보고 온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 수능장에 들어갔습니다. 긴장될 법도 했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긴장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유였을지는 모르지만, 그날은 모든 게 다 잘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수능 시험장에 도착해 수험표를 꺼내고 필기구와 모든 준비를 마친 다음,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오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수능날 읽었던 책은 김승섭 작가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라는 책이었습니다. 몇 번 읽었던 책이어서 잘 읽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 자리가 히터가 너무 강하게 오는 자리라 화장실에 가서 반바지로 갈아입은 뒤 계속해서 책을 읽었고, 그렇게 운명의 시간인 8시 40분이 다가왔습니다.

8시 30분이 되고, 시험지와 OMR을 받으니 그제야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내 고등학교 3년이 이 시험 하나에 달려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습니다. 그렇게 10분이 흘러 시험이 시작되었고,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80분이 지나갔습니다. 제가 평소에 가장 자신있던 국어, 그중에서도 비문학이 너무나도 어려웠습니다. 경제 지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저는 자동차 지문까지 그 후폭풍이 이어졌고, 이대로 가다가는 시험을 말아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자동차 지문을 푼 뒤, 문학과 언매 순서대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평소 시험을 치고 남는 시간보다 너무 조금 남았던 저는 OMR을 마킹한 뒤 앞의 못 푼 한 문제를 고민할지 뒤의 언매와 문학을 검토할지 고민했습니다. 결국, 남은 시간을 앞의 비문학 문제를 고민하는데 투자하였습니다. 국어 시험이 끝나고 반 전체적인 분위기가 침울했습니다. 너무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저 또한, 제가 지금까지 본 국어 시험 중 가장 어려웠고, 가장 많이 틀릴 것 같았기에 크게 상심한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초콜릿을 하나 먹고 살짝 해탈한 채로 수학 시험을 치렀고, 다행히도 수학 시험을 잘 끝냈습니다. 오히려 해탈하여 긴장을 하지 않았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영어와 탐구는 사실 그렇게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국어 수학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 그 다음 과목부터는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리1과 지구과학2 모두 굉장히 어려웠지만, 많은 대비를 했던 덕분에 잘 넘길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수능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수능이 정말 다가왔다는 것을 느끼시고, 남은 시간도 최선을 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1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누구보다 힘드셨을 텐데, 지금까지 최선을 다하신 수험생 여러분들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딱 17일만 더 파이팅하세요! 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