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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오세요

이름 : 유은강  스크랩
등록일 :
2022-10-31 23: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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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37,472

안녕하세요. 유은강입니다. 이제 진짜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난 해 이 날의 저는 길었던 수험 생활이 끝날 수도 있다는 마음에 꽤나 설렜었고 흥분되었습니다. 

이런 생활을 1년 더 해야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이 때만큼은 거의 사라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수능 직전의 이 짜릿한 느낌을 여러분들도 적당히 즐기면서 남은 기간 착실히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는 항상 열심히 하자, 버티자만 말해왔던 것 같은데, 이제는 진짜 '운'의 영역에 기대어봐야 할 때가 온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 하는 공부 또한 충분히 유의미하고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이제까지 해온 것들에 비하면 꽤나 사소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여러분이 이제껏 잘 버텨왔고, 잘 해내왔기에 지금 이 시기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겠죠.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수능은 운입니다. 운이 정말 중요한 시험입니다. 

저도 운 좋게 시험 한 번 잘 보았기 때문에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수능에서 운 좋게 아는 문제들이 나와 잘 볼 수도 있는 것이고, 운 나쁘게 전혀 모르던 문제들이 나와 잘 못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시험 당일 특정 과목을 잘 못 본 것 같다고 다른 과목도 포기하면 안됩니다. 

그저 운이 안 좋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고, 다른 과목에서는 운이 좋을 가능성이 꽤나 높기 때문입니다. 

저도 망친 것 같은 과목들을 막상 채점해보니 막 엄청 심각한 점수까지는 아니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한 과목을 못 본 것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고, 단지 운이 나빴을 뿐입니다. 운이 안 좋았던 과목은 제쳐두고 다른 과목을 잘 보면 되는 겁니다.

 

저는 인생을 그리 길게 살지는 않았지만, 나쁜 일이 있을 때는 항상 미래를 생각하며 버텨왔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수능 직후 의대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평생을 의대의 ㅇ자도 생각하지 않으며 살았는데, 막상 점수를 보니 의대 욕심이 안 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수능 점수가 의대에 가기에는 약간 부족했기도 하고, 생2 오류 사건 등으로 인해 의대를 지원하는 것이 아슬아슬하게 위험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서울대를 쓰기로 했고, 지금 잘 다니고 있습니다. 나름 적성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지금 서울대를 잘 다니고 있으니 저의 부족한 수능 점수가 괜찮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살아가면서 의대를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저는 미래에 일어날 좋은 일이 모두 제가 의대가 아닌 서울대를 와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여기서 배운 내용을 가지고 창업을 해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며, 결국 제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사건이 일어난다면 그 일은 제가 서울대에 진학했기에 일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운이 안좋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1년은 아마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이 나쁜 일이, 이 힘든 삶이, 미래의 가장 좋은 일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힘들고 나쁜 시기를 여러분은 꽤나 잘 버텨왔고, 모두 미래의 행복으로 보상받을 겁니다. 

시험 잘 보고 오세요. 저도 당일날 문제 좀 풀어보고, 마지막 칼럼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기분 좋게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볼 수 있을 겁니다. 응원합니다.

  • 유은강
  • 수능
멘토

서울대

유은강 멘토

  • ○ 서울대 생명과학부 22학번
  • ○ 자연계열 / 정시전형
  • ○ 메가스터디 18기 목표달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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