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가스터디 18기 목표달성 장학생,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양기서입니다. 

수능이 정말 얼마 안 남았네요. 오늘은 여러분이 수능 실전에 대비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수능 전날, 그리고 수능 당일의 경험담, 마지막으로 저의 수능 당일 TIP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수능 경험담을 읽는 것도 수능 당일을 대비하는 데 꽤 도움이 되니, 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능 전날 오전에는 고등학교에 수험표를 받으러 가야 했습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시험 장소가 나오는 날이고, 수험표를 실물로 받으면서 정말 수능이 코앞이라는 게 느껴지는 날이기 때문에 약간은 긴장되던 날이었습니다. 시험지가 홀수형일지 짝수형일지, 또 누구와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보게 될지 등의 변수들도 사소하지만 그 당시엔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아침에는 여느 때처럼 국어 모의고사를 하나 시간 맞춰 풀었습니다. 모의고사 풀고, 오답하고, 고등학교에 가서 수험표를 받아왔습니다. 운동장에서 담임 선생님이 수험표, 핫팩, 물티슈, 휴지, 가채점표를 함께 챙겨 주셨습니다. 먼 학교에 떨어질까 봐, 또 낯선 동네에 떨어질까 봐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히(?) 차로 15분 정도의 학교에 배정되었고, 학교도 이름은 들어본 같은 구내 학교라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시험지는 제가 바라던 홀수형이 나와서 별 건 아니지만 안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혹시 자기가 원하던 유형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절대 걱정하거나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는 없는 것이고, 주변 변수들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교 친구들이랑 같은 학교, 반에 꽤 많이 배정되었고, 또 TMI를 말하자면...저는 쌍둥이 동생이 있는데요, 3학년 때 같은 반이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또 멀지 않은 자리에서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가까운 사람이 같은 시험장에 있는 게 신경 쓰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낯선 환경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저로서는 이런 조건이 좋게 느껴졌고, 정말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ㅎㅎ 제 성격상 이미 정해진 것에 대해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도 하지만...그래도 저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기본 요건들이 세팅되어서 감사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나와 다시 독서실로 향했고, 마무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수학 6,9평 문제들을 다시 보고 다시 풀어보면서 출제 경향을 파악하려고 했고, 그동안의 오답노트를 돌아보면서 특히 약한 유형, 개념의 문제들을 다시 풀어보았습니다. 영어도 역시 6,9평 문항을 다시 보고 풀어봤습니다. 사문은 여러 유형의 도표 문제들을 다시 풀어보고, 저의 풀이법을 점검해보았습니다. 정법은 개념과 오답 선지 정리한 노트를 다시 보면서 정독하고, 선거 문제도 다시 풀어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녁 시간쯤, 부모님 차를 타고 저와 제 동생이 시험 볼 고등학교 앞에 미리 다녀왔습니다. 물론 출입은 불가했지만, 학교 앞에서 이런 곳이구나 체크하고, 수능장 시뮬레이션도 더 자세히 해 봤던 것 같아요. 

저녁을 먹고 나서는 정말 마지막 점검을 해봤습니다. 뉴런 정리노트의 극한 파트를 다시 보면서 헷갈리는 개념을 정리해보고, 사문 실모 틀렸던 문제들을 모아서 다시 풀어보면서 풀이법을 마지막으로 시험해봤습니다.

그리고, 행동 강령과 시험장 계획을 A4 한 페이지에 정리했습니다.(이건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수능 보고 오자마자...버려버렸네요 ㅜ) 

대략적으로 정리해보면

등등을 적어갔던 것 같아요! 행동 강령, 계획표 내용은 9월 모평 대비 칼럼에 있으니 더 궁금하신 분들은 그 칼럼을 읽으시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행동 강령을 적으니 자동적으로 시험장 상황이 머릿속에서 상상되고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지면서 수능이 코앞인 게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약간 긴장이 되었습니다. 수능 전날인데도 시간은 부족한 것 같고, 준비가 안 된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채점표 등 준비물 안 챙긴 것 없나 확인하고, 수능장에서 풀 국어와 영어 예열문제를 프린트했습니다. 국어와 영어의 경우, 김동욱 선생님과 조정식 선생님이 올려주신 예열문제를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자려고 누웠습니다. 11-12시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수능 전이면 떨려서 잠이 안 올 줄 알았는데, 그날 피곤했는지 저는 잠은 잘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여유롭게 집을 나섰습니다. 집에서 시험장까지 15분 거리라면, 30분 정도 잡고 나가는 등 무조건!! 여유롭게 나가는 게 좋습니다. 저도 여유롭게 나갔고, 시험장에 갔더니 1-2명 정도 와 있었습니다. 제 자리는 앞쪽 출입문 바로 앞 자리, 감독관 바로 앞 자리였습니다. 

저의 경험에 따르면, 맨 앞자리는 장단점이 모두 있습니다. 장점은 의외로 시험이 시작되면 감독관이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맨 앞자리다 보니 다리 떠는 것, 앞사람 문제 푸는 모습을 볼 일이 없어서 같이 시험 보는 사람들 때문에 신경 쓸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문 쪽이라 추울까 걱정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단점이라면...저에겐 의외이긴 했는데요, 제 자리는 복도 쪽 자리였고 먼 자리고 문이랑 창문 그림자가 있어서 책상에 그늘이 좀 졌습니다. 이건 예상을 못 했던 일이라 약간은 당황했던 것 같네요. 

어쨌든, 수능 전 교육 때였나...자리 관련해서 가장자리 쪽에 대한 부정적인 말이나 사진을 보고 갔었는데, 자리 때문에 집중이 안 되거나 고생했던 건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보단,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 좋은 것 같습니다. 

행동강령에 써 놓은 대로, 화장실에 갔다, 예열지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와 같은 풀이법으로 읽는데, 평소보다 더 떨리고 잘 안 읽혔던 것 같아요. 잘 읽히던 방식이 갑자기 안 읽히니까 그것 때문에 더 긴장이 되었던 것 같은데, 수능 날 떨리는 거 당연한 거니까 떨린다고 너무 당황하지 말고 마음 잘 다잡으셨으면 좋겠네요:)

어쨌든...그렇게 예열지문을 다 읽고, 문법 조금 둘러보고 나니 시간이 금방 지났습니다. 신분증이랑 수험표 검사하고, 대기 시간, 시험지 배부 시간이 빠른 듯 느린 듯 지나갔고, 드디어 1교시 국어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1교시는 저에겐 한마디로 멘.붕.이었습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저에게 국어는 크게 걱정되지 않는 과목이었어서 더 충격이 컸습니다. 그동안의 수많은 모의고사와 실모 때에 항상 안정적인 1등급을 받았어서, 가장 중요한 시험장에서 마주한 예상치 못한 문제, 지문, 저의 상태에 크게 당황했던 것 같아요. 처음 푼 문학 지문들은 꽤 낯설긴 했지만 무난했습니다. 문제는 비문학이었습니다. 원래 푸는 순서대로 경제 지문부터 풀기 시작했는데...분명 수능완성과 경제 지문들에서 봤던 개념인데도 글이 잘 읽히지 않았고, 지문 전개가 낯설기만 했습니다. 3년동안 풀어서 익숙해져 있던 수능 지문의 패턴과 많이 달라서 멘탈이 조금 나갔던 것 같아요. 경제 개념도 열심히 보고 가서 자신 있게 도전했는데 첫 지문부터 막히니 더 당황했습니다. 그 상태로 넘어간 과학기술 지문은 어떻게 읽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네요. 시간 압박과 당황스러움 때문에 꼼꼼하게 풀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이 지문을 지나면서 멘탈을 다잡았고, 

'침착하고 집중해',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스스로 질문하면서!'와 같은 말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헤겔 지문을 풀었습니다. 물론 100% 이해를 하진 못했지만 전보다 나아진 상태로 문제를 풀었고, 다 풀어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40분에는 진짜 언매로 넘어가자!'라는 규칙을 세워 놓아서, 다 못 푼 3점 문제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되자 바로 언매로 넘어갔고, 문제들을 무사히 시간 내에 풀 수 있었어요. 비록 가채점표는 작성하지 못했지만...나간 멘탈에 비해서는 시간 내에 문제를 잘 풀었던 것 같습니다.

국어 시험은 외울 게 많은 건 아니지만, 글을 읽고 문제를 푸는 것이다 보니 멘탈과 심리 상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과목인 것 같아요. 평소에 비슷한 심리 상태를 만들어서 연습을 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시험장에서 더 당황하기 쉽습니다. 평소에 최대한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연습해보고, 심리적 압박을 경험해보고, 멘탈을 다잡는 자기만의 방법을 만들어놓으면 훨씬 문제 풀기 수월할 것 같네요!

국어 시험이 끝난 소감은...'와 어떡하지?'였습니다. 국어에서 멘탈이 나갈 거라곤 생각을 못했었는데, 남은 시험은 어떡하지...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고작 한 시험이 끝난 거였고, 멘탈이 어떻든 적어놓은 계획표대로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풀려고 미리 체크해놓은 문제를 풀고, 헷갈리는 개념을 마지막으로 확인했습니다.

수학의 경우 계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와 손을 풀어 놓는 게 중요해서, 중요 개념이 사용된 킬러 문제뿐 아니라 간단한 계산 문제들도 풀면서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솔직히 수학은 저한테 완전 자신 있는 과목은 아니었습니다. 수능이 다가오면서 스스로 실력이 오른 게 느껴졌고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백분위도 올라가긴 했지만, 항상 변수가 많은 과목이었고 열심히 대비했어도 출제 경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과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앞 시험으로 털린 멘탈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고, 거기에 더해서 컨디션 문제로 인한 허리 통증까지 시작되었습니다. 

평소에 비해 좋지 않은 상태로 문제 풀이에 들어갔는데, 신기하게도 뉴런과 드릴로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했던 개념들이 문제 속에 숨어 있는 게 보였습니다. 그동안 많이 연습하고 시험을 봤지만, 수능을 보는 딱 그 때, '아 이래서 정말 수학은 개념을 잘 응용하는 게 중요하구나'를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객관식 1-13번->단답형 16-20번->확통 23-28번->확통 29,30->나머지 킬러 문제 순으로 풀었는데, 객관식의 경우 13번에서 처음 막혀서 넘어갔고 주관식은 쭉 잘 풀 수 있었습니다. 특히 20번 문제에서 현우진 선생님의 설명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문제를 잘 풀었던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수능 날 가장 신기한 인지적 경험이었습니다. 확통은 객관적으로 어려운 난이도는 아니었지만 6,9평의 쉬운 난이도에 비해서는 급격하게 올라간 난이도였습니다. 29번까지는 쭉 잘 풀었고, 30번에서 좀 막혔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못 풀었던 문제들, 킬러 문제들도 풀었습니다. 걱정했던 21, 22번은 그렇게 생소한 유형은 아니었고, 평소 하던 대로 하면 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객관식 문제들에서 좀 헤맸습니다. 남은 문제들을 쭉 풀다가 마지막으로 푼 문제가 10분 남기고 푼 30번 문제였는데요,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데 여러 경우의 수를 나누고 계산을 해야 해서 실수할까 조마조마하며 풀었습니다. 

마킹, 가채점표 작성까지 무사히 마치고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평소 풀었던 모의고사보다 망하진 않겠다는 생각을 했고, 결과가 어떻든 시험을 푸는 과정에서 나아진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아졌어요.

점심 도시락 꺼내서 밥을 먹었습니다. 솔직히 그렇게 잘 먹히진 않습니다. 전 아침 메뉴랑 똑같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는 국, 밥, 불고기 정도를 먹었습니다. 점심 먹고 화장실 갔다 오니 생각보다 남은 시간이 길지 않았어요. 얼른 예열 지문 꺼내서, 그동안 공부했던 것, 풀이방식을 기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영어도 안 읽다 처음 읽으면 잘 안 읽히기 때문에, 예열 지문의 역할이 중요한 과목인 것 같습니다. 

영어는 딱 예상대로 흘러간 과목이었습니다. 듣기 동안 풀기로 계획한 지문을 순서대로, 시간 내에 잘 풀었고, 평소 풀던 순서와 방식대로 문제들을 풀어 나갔습니다. 9평 이후 실전 연습과 유형별 연습을 많이 해서인지 막히는 부분이 덜 했던 것 같고 시간도 단축되었던 것 같아요. '이래서 실전 연습이 중요하다고 하는구나'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문제 다 풀었더니 시간도 여유 있었고, 마킹하고, 가채점표 작성하고, 헷갈렸던 문제도 다시 점검하고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이 쉬는 시간이 끝나면 한국사, 탐구 2개를 연달아 보게 되기 때문에, 시간을 잘 분배해서 개념 복습을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저는 미리 준비해간 사회문화 도표 문제를 보고, 보기로 정해 놓은 정법과 사문의 선지정리노트를 정독했습니다. 

저는 한국사, 정치와 법, 사회문화 순으로 시험을 봤습니다. 

-한국사

한국사는 어려울 게 없기 때문에, 남는 시간에 바로 다음 시험인 정치와 법 개념을 시험지에 써가며 복습했습니다.

-정치와 법

작년 정치와 법은...선거 문제마저 쉬워버린 탓에 컷이 50점이었고, 만점 표준점수도 63점으로 다른 과목보다 매우 낮았는데요...물론 시험볼 때 그런 것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지만 무난하다고 생각하며 풀었던 것 같아요. 저의 경우 킬러문제 풀기 전에 마킹을 하고 마지막 문제를 풀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하든 시간이 부족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정법은 어떤 식으로 출제될지 모르겠지만, 작년 표준점수와 등급컷을 고려해볼 때 작년보단 변별력 있게 출제하지 않을까? 라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ㅎㅎ

-사회문화

사회문화는 엄청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난이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윤성훈 선생님 모의고사 풀면서 하도 많이 데인 탓에 도표에 대한 자신감이 100%는 아닌 상태였지만...도표 문제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사문도 정법처럼 도표 문제 제외하고 풀고 마킹한 후 도표 문제를 풀었는데, 시간이 부족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한 문제에서 함정에 빠져 완전히 잘못된 풀이를 할 뻔했는데, 사회문화 도표 풀 때 작게 쓰인 글씨, '단'과 같은 유의사항을 꼼꼼하게 보는 게 매우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주세요!

탐구까지 끝나면 사실상 중요한(?) 단계는 모두 끝났다고 보면 되는데요...제 2외국어 시험장인 경우 탐구가 끝나고 남은 시험 포기를 하고 나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남은 사람들도 약간 긴장이 풀어져 많이 떠들고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그래도 마지막 시험이 남은 만큼, 짧은 시간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한문 응시자였는데, 솔직히 교재가 눈에 잘 들어오진 않았지만 어떻게든 붙잡고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2외국어는 풀 수 있는 문제와 못 푸는 문제가 매우 명확해서, 풀 수 있는 문제를 모두 풀고 나면 남는 건 잘 찍는 일밖에 없습니다. 저는 열심히 추론을 하며 풀고 나니 100% 찍어야 하는 건 한 문제였는데, 그거 가지고 꽤 오래 고민을 했던 것 같네요 ㅎㅎ 사실 그렇게 열심히 고민하고 문제 풀고 마킹하고 검토까지 해도 시간이 아주 널널하게 남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집니다. 시험에 정신 없어 미뤄뒀던 오만 가지 생각, 시험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들, 앞으로에 대한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밀려왔습니다. '이렇게 정말 1년, 아니 3년 동안 준비해온 시험이 끝나나', '나 정말 최선을 다해서 잘 한 게 맞나?', '내가 정말 그 수능을 본 거야? 이제 정말 끝나는 거야?', '앞으로 면접은 어떻게 하지? 시험 결과가 언 좋으면 어떡하지?; 같은 진짜 시험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생각을 다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드디어...시험이 끝났습니다. 절대 안 끝날 것 같던 수능 시험이, 쉼 없이 달려온 1년의 레이스가.

무슨 감정인지 모를 감정을 안고 시험장을 나왔습니다. 밖은 어느새 깜깜해져 있었습니다. 

교문 앞에서 부모님들이 수험생들을 안아주고 있었습니다. 저의 부모님도 차에서 기다리다 나오자마자 달려와 꼭 안아 주셨습니다. 그때 울컥했던 것 같네요. 

어제까지 집처럼 드나들던 독서실에 들러 짐을 뺐습니다. 독서실에서 수험생들 책 버리라고 큰 사각대차(?)를 엘리베이터 앞에다 가져다 놓았더라고요. 거기에 정말 미련없이 책장에 박혀 있던 실모들, 교재들을 다 버리고, 털어버리고 나왔습니다. 후련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정말 다 끝났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집에 가자마자 가채점을 시작했습니다. 가채점표 작성 안 한 국어는 미뤄두고, 수학부터 시작했는데, 메가스터디에 다 입력하고 기다리는 짧은 순간이 지나자 '98점'이라고 숫자가 떴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 바본가?'라는 생각을 먼저 했어야 하나...싶지만 저에겐 정말 다행인 점수였어요. 실수를 안 했다는 것, 1년, 아니 중학교 때부터 6년 동안 가장 많이 시간 투자하고 스트레스받고 노력했던 과목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오니 기뻤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론 98점과 100점의 표준점수가 같아서 차이가 없었고, 그래서 결국 지금은 제가 1번을 틀렸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영어, 탐구, 한국사, 한문을 채점했는데, 영어는 97점, 나머지는 다 50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국어를 열심히 기억을 되살려 시험지를 보면서 가채점표를 채웠고, 채점 결과 91점이 나왔습니다. 아마 실제로는 87-89점 정도였던 것 같아요. 평소에 비하면 절대 만족스런 점수는 아니었지만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보다 나아서 안도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절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수능 레이스가 끝이 났습니다. 앞에 남은 면접이 있었고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관문은 통과한 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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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저의 수능 전날, 수능날의 경험담을 들려드렸습니다. 작년에 저도 목달장 선배들의 수능날에 관한 칼럼을 읽으면서 시험장 시뮬레이션을 하고 여러 가지 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서, 저의 경험 역시 도움이 될 것 같아 올려드립니다:) 

그리고 수능장에서 기억하면 좋을 몇 가지 팁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같은 시험장에 같은 학교 사람들이 상당수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수능날이지만 쉬는 시간에 교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아는 친구들끼리 떠드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수능날엔 다들 쥐죽은듯 공부만 할 줄 알았는데, 특히 시험 후반부가 되면서,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수다를 떠는 사람들도 꽤 생겼습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시험 관련 이야기일 경우,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되는데요, 가끔 나의 생각과 다르게 시험에 대해 평가하는 소리를 듣게 되기도 합니다. 나는 어렵게 느낀 시험에 대해 쉬웠다고 이야기하거나, 문제의 답을 맞춰보는 소리에 신경쓰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고, 내가 틀렸나, 잘못 풀었나 하는 생각에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저는 다행히 답 맞추는 건 못 봤지만, 쉬는 시간에 제 앞에서 친구랑 떠들면서 '서울대 갈 수 있는데 수시 넣어서 00대에 수시 납치 당할 것 같다'와 같은 말을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분들 사이의 대화니 제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지만, 국어 보고 멘탈이 털린 상황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고 저만 시험을 못 본 것 같아 더 불안해졌습니다. 하지만 곧 '내 할 일에 집중하자'. '저 사람이 떠들 동안 나는 공부해서 점수 올릴 거야'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멘탈을 잡았습니다.

시험장에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시험장, 시험지 짝수 홀수형, 자리, 내 주위 사람들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고, 내가 노력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시험장에서 여러 변수를 마주할 때, 그게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인지 없는 일인지 생각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변에서 듣기 싫은 소리가 들릴 때, 이미 들은 소리는 어쩔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따라서, 그런 소리를 듣거나 마음이 불안해지는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내 마음을 어떻게 컨트롤하고 앞에 놓인 일들에 집중하도록 만들 것인지를 미리 생각하고 고민하는 편이 더 좋을 거예요. 짧은 시간,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사실 무언가 일을 하기 전에 많이 망설이고 스스로 검열을 많이 하는 편이라, 모의고사를 보거나 시험을 보면서 불편한 점이 있어도 참고 넘어가는 타입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수능에 있어서만큼은 이기적으로 행동하라고 많이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네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나에게 맞게, 나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도록, 철저히 나를 생각해서 움직여야 합니다. 남을 생각해서 참고 넘어갔다고 해서 보상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본 피해를 누가 알아주지도 않습니다. 저와 같이 평소 남이 어떻게 나를 생각할지 많이 신경쓰고 행동하시는 분들에게 특히 이 조언을 해 드리고 싶어요. '수능날만큼은 조금은 이기적으로 행동해도 된다!' 온전히 나를 위한 날, 나의 미래를 위한 날,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것의 결실을 맺는 날입니다. 불편한 게 있다면 즉각적으로 감독관에게 말하고, 내가 바꿀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적의 환경을 만들고,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수능날 멘탈이 터지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전 시험 때문일 텐데요, 특히 1교시 국어 영역을 보고 멘탈이 나가거나, 다음 시험에 집중을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100% 멘탈을 통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그 전 시험을 망치더라도, 무언가 실수가 있더라도 잊고 다음 시험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한 과목 망했다고 싹 다 망할 수는 없습니다. 또 특히, 사람마다 느끼는 난이도가 생각보다 다르지 않아서, 내 예상보다는 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내가 어려웠으면 남도 다 어려웠을 거야'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생각보다 결과가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지나간 시험은 잊고 남은 시험을 잘 헤쳐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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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일주일 남았네요. 여러분 모두 정말정말 수고하셨고, 남은 시간 컨디션 관리 잘 하시고, 건강하게 시험 잘 보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아마 2023 수험생 여러분을 위한 칼럼은 이게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동안 부족한 제 글 읽어주시고, 따뜻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했고, 제가 쓴 글과 댓글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수능 처음 보는 고3 수험생 여러분, 큰 시험이지만 넘어가지 못할 고비는 아닙니다. 첫 시험이 떨리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아자아자!!

내 친구들을 포함한 재수생 여러분, 그리고 N수생 여러분, 미래를 위해 한 번으로도 힘든 시험을 또 다시 보기로 도전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저는 다시 그 과정을 겪으라면 솔직히 두려워서, 더 N수생 여러분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무조건 잘 될 거예요. 긴 시간 달려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까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