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은강입니다. 이제 곧 3월이 됩니다. 이제 슬슬 재수, n수 분들도 공부를 시작할 시기이고, 현역 분들은 1, 2월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제 수험생활을 돌아보면, 이때쯤부터 공부를 약간 덜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2월 중후반부터 공부를 서서히 덜하기 시작했다가, 개학 후 다시 약간 열심히 했고, 그 이후로는 점점 의욕이 줄어들었습니다. 

제가 한창 공부를 열심히 할 때는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며 아침을 먹으며 항상 생각했습니다. 매일 나는 반드시 수능으로 서울대에 가서, 생명과학을 열심히 공부하며 살아가는 과학자가 될 것이라 다짐하며 밥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의지가 흐려지고, 점점 더 수능 공부에 매몰되어 살다보니 꿈을 잊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성적표를 받고 난 후에는 의대에 대한 생각이 엄청나게 강해져, 반수를 해서라도 의대에 가야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대학을 다니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아도, 내가 과연 그 당시에 정말 그렇게 열정적으로 과학자가 되고 싶었나 생각해보면 '글쎄..'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약간 스스로를 속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 생명과학 실험을 했을 때, 배지를 만들고 클린 벤치에서 대장균을 도말할 때 느꼈던 과학에 대한 애정은 그 경험이 단순히 신기하고 남들이 해보지 못하는 것을 해서 느껴졌던 감정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공부를 매일 하며, 너무나 지치고 힘들기 때문에 '왜 이런 고생을 하고있지?'하는 의문이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계속 들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그런 의문들을 최대한 외면하고 깊은 곳에 가두기 위해 과학자라는 꿈을 억지로 더 불태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의 꿈은 아직 과학자입니다. 나중에 바뀔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저는 일단 대학원에 갈 것이고 박사유학이나 포스닥 등을 통해 미국에 가 연구를 하다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 자연과학계열에서는 꽤나 평범한 코스를 통해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수능판은 원래의 꿈이 잊혀지기 좋은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점수와 등급이 나오고 그 순서대로 모든 학과가 위에서부터 나열됩니다. 저처럼 의사가 꿈이 아니었던 사람들도 점수가 괜찮게 나오면 의대를 가려 하고, 점수가 부족하여 원래의 꿈이었던 학과를 쓰지 않고 입결이 더 낮은 학과를 쓰기도 합니다. 

또한 앞서 말했듯 수능 공부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 꿈이 흐려집니다. 남들보다는 꿈이 꽤나 확실했던 저도 수능을 겪으며 흐려졌습니다. 저도 그러지 못한 것이지만, 여러분은 자신의 꿈을 좀 더 굳게 잡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들어본 말 중에 꿈이 인생의 이정표가 되어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굉장히 뻔한 말이고 저도 이런 식상한 말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많이 들어본 말들은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좋은 말들일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자신을 잃어버리기 딱 좋은 수능판에서 꿈은 그나마 우리를 잡고 있어줍니다. 

제가 한창 수능 문학을 공부하며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했을 때, 수험 생활은 모두의 시계가 1년 빠르게 흐르는 가파른 절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2023년에 살며 2024년도 수능을 준비하기도 하고, 정말 삐끗하면 아래로 떨어지기 좋은 환경입니다. 슬럼프가 오며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수능을 보기도 전에 떨어지고,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당일 수능 시험에서 떨어지는 수험생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 수많은 고비에서 우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존재는 많이 없습니다. 저의 경우는 대략 4개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저의 부모님과 친구들과 자존심과 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는 꿈이 가장 컸습니다. 

공부를 하며 힘들 때, 꿈이 점차 흐려져갈 때에도 이따금 꿈을 떠올리며 의지를 재충전하려 했고, 수능 당일에도 꿈을 위해 문제를 풀었던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때의 꿈은 과학자도 있었지만, 서울대 그 자체가 꿈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저는 항상 힘들 때마다 '잡고만 있자' 하고 생각하며 버텼는데, 그때 저를 잡아주던 것은 꿈이었습니다. 제 의지가 충만할 때에도, 의지가 흐려져 제가 꿈을 살짝 놓았을 때에도, 지금 제 꿈이 여전히 과학자인 것을 보면 꿈은 언제나 저를 잡아주고 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지금도 그렇습니다. 수능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었더라도 언제나 그 행복에 겨워 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수능 본 지 1년 넘게 지난 지금, 아무리 수능을 잘 봤다 하더라도 메꿀 수 없는 중대한 고민들과 힘겨운 역경들이 너무나 많이 생겨나버렸습니다.

지금도 그냥 꿈을 좀 잊어버리고 '좀 더 편하게 살면 안되나' 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듭니다. 살아가며 이런 생각이 훨씬 커질수도 있겠습니다. 그때마다 꿈이 저를 잡아준다 생각하며 계속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여러분도 꿈을 더 생각하며 공부하면 수험 생활을 버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처럼 꿈을 좀 더 과장해서 억지로 좋아해보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 있을 것이고, 저보다 꿈이 더 확실한 분들은 계속 그대로 가면 될 것입니다.

꿈에 대한 말을 많이 했는데, 결론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그냥 열심히 해야지 뭐 다른 방도가 있겠습니까. 

다음 칼럼이 마지막이 될 것 같네요. 화이팅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