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재연입니다. 저는 큰 시험들을 마치고 한숨 돌리는 와중인데요. 다들 더위 안 먹고 잘 지내고 계신가요?

나름 기숙사 규율에 따라(편차는 컸지만) 12시 취침 6시 기상을 해오던 고등학교 3년과 재수생활까지 보내며 저는 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편이라 생각했습니다. 12시만 됐다 하면 침대로 기어들어가는 신데렐라였는데요. 대학 와서 치른 두 번의 시험기간 동안 그런 건 엿 바꿔먹은 듯합니다.

음주 후 밤샘 공부를 한다거나, 책 읽다보니 새벽 네 시라거나... 좋지 않은 생활 습관이 몸에 들어버렸네요. 시험 보는 하루만 반짝 집중하면 큰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피로의 여파로 잔 실수가 늘어난게 체감이 됩니다.

아무래도 잘못된 습관은 '잠'과 크게 관련이 있는 것 같아, 이와 관련된 칼럼을 쓰러 왔습니다.

수능까지 156일이 남았다는데, 66일이면 습관이 자리잡는다고 하니까요. 두 사이클은 돌릴 수 있으니 슬슬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수면시간 vs 순공시간

흔히 '잠을 줄여가며 공부한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하루에 할 일을 마치지 못했다면 새벽을 쪼개서라도 마치고 자야 한다, 또는 그러한 각오를 나타내는 말로 쓰이죠. 그런데 수능 공부에 있어서 잠을 줄이는 공부 방식이 효과적인가 하면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수능 공부란 무엇일까요?

이전 칼럼들에서도 심심찮게 언급한 바 있지만, '공부한 것들'을 '수능날 온전히' 발휘하도록 준비하는 것을 수능 공부라고 합니다. 준비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저 인강만 듣는다고 시험장에서 풀어내는 능력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수능으로 대학을 가기 위해 한 해를 온전히 투자하는 수험생에게 있어서, 하루 7-8시간만을 꾸준히 투자한다면 내용을 채우는 공부가 시간이 부족할 일은 없습니다. 기반을 다지고 나면 그것을 반복하고 숙달하는 일이 훨씬 오래 걸리고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죠.

별로 좋아하지 않는 표현인 '순공시간'을 확보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채우는 공부'를 독려하기 위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신 시험의 경우 외워야 할 양이 많다보니 수면시간을 잘라가며 공부 시간을 늘릴 수는 있겠습니다. 저도 그래왔고 그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숙달'을 목표로 하는 수능 공부는 오히려 수면시간이 일정 시간 아래로 내려가면 능률에 역효과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니 확언할 수는 없지만, 경험상 많게는 7시간 적게는 5시간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4시간 3시간씩만 쉬어가기에는 반복과 숙련에 있어 그리 좋지 않습니다.

Winning Habit

시험장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늘 똑같은 곳에서 해오던 똑같은 일들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언급했던 것들이나 운동선수들의 징크스처럼 거창한 행위가 아닐지라도, 외부 환경이나 내면을 익숙한 상태로 정돈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이죠.

예를 들어, 저는 다리 떠는 사람이 참 싫었는데요.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길래 '다리 떠는 것이 눈에 들어오기 전에 집중하는' 전략을 고민해봤습니다. 시험에 열중할 때는 눈에 안 들어오는데, 한 번 눈에 들어오면 통 집중이 안 되곤 했으니까요.

그 결과 책상에 올려두는 시계, 시험지, 필기구의 배치 상태를 예민하게 조절하다보면, 그것들에 신경이 쏠려서 다리 떠는 사람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의 예시로는 아침시간 잠을 깨는 문제가 있겠네요. 시험장에서 8시 40분에 국어를 시작하기 전에, 정신이 몽롱했다가 갑자기 깨버린다면 시험운용을 제 컨디션에서 할 수 없었는데요. 저는 12시 취침-6시 반 기상, 재종 등교하는 셔틀버스에서 7시부터 7시 30분까지 꼭 잠을 자곤 했기에 시험장에서도 그 시간에는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눈은 뜨고 있지만 멍 때리며 머리를 예열시키고, 7시 반부터 준비해간 것들을 읽곤 했죠.

자신만의 습관과 규칙을 정립해나가면 시험장에서 컨디션 이상이 생길래야 생기기 어렵습니다.

수학 시험 문제지와 답안지에 다른 표기해두고 넘어갈 뻔한 것을, 역순으로 검토하는 습관을 통해 수능장에서 발견한 경우도 있으니까요. 의식적으로 조심하더라도 만에 하나 일어날 실수를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바로 '습관'인 것이에요.

00:00 취침

6:30 기상(편차 5분)

기상 후 세신, 식사, 7시 셔틀 탑승

7:00-30 취침(휴식)

7:30-50 화장실, 공부 준비

7:50-8:10 국어 예열

8:10-8:40 시험장 대기

국어 / 수학 / 점심 / 영어

이외에도 시계는 왼쪽 위, 타종과 동시에 초침 작동, 필기구는 크기 순서로 열 맞춰서 오른쪽 위, 책상과 몸 사이는 주먹 한 개 반, 입을 옷과 신발, 머리 길이까지 신경쓰곤 했습니다. 이렇게 돌이켜보니까 되게 집착남 같네요.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위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 세 개가 되겠네요!

1. 잠을 적게 자면 공부 효율이 떨어진다.

2. 규칙적인 생활 습관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3. 따라서 적절한 수면시간을 확보함을 전제로,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반복한다.

6월 중순인데, 여름방학까지 습관 잘 계획해서 시도해보시고 방학도 꾸준히 지치지 않게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