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19기 장학생 김재연입니다.

칼럼 작성 중인 오늘은 벌써 D-101이네요. 제가 재수 할 때보다도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수험생분들도 '벌써 100일이야?' 싶으면서도 언제 끝나나 하는 마음이 공존할 겁니다. 더위먹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남은 100일도 화이팅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평범하게 제 수험 생활 이야기입니다. D-100일 무렵에 떠올린 마음과 생각들을 적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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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의 저는 공부의 안정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몇 개를 틀려 몇 점을 받는 결과와는 별개로, 앞으로 100일 동안 이러이러한 공부를 마친다면 무리 없이 목표를 이룰 수 있겠구나 하는,

여태까지 해온 공부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명확히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수능날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느냐 하면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전 칼럼들에서도 누누히 언급되었던 부분이지만, 저는 수능날에 대한 불안이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보다도 심했을 겁니다.

그저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떠올리고 메모하고 대비하려 힘썼을 뿐이죠.

국어는 비문학, 문학, 언매의 배분 시간과 문제 출제 유형, 그 유형마다의 접근법을 정리하기 시작했구요.

수학은 이전 칼럼에 써둔 바, 어려운 문제조차도 하나하나의 힌트로 쪼개어 풀어나가는 차분함과 끈기를 연마하고 있었습니다.

영어는 빈칸/순서/삽입의 풀이를 익혀 안정적인 1등급을 연마하고 있었으며.

한국사, 스페인어는 수능 직전 암기를 위해 내용을 정리해두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탐구는 본격적인 모의고사 풀이와 구석진 개념들까지 꼼꼼히 정리해두었죠.

과목별 공부에 이어, 공부한 내용을 무사히 시험장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루틴과 준비물도 기록하고 연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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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의 이야기가 제 꼼꼼함의 자랑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초조하고 불안하고, 지금 당장 무엇이라도 채우지 않으면 뒤쳐질 것만 같은 불안과,

등교 버스에서 우울하고 하교 버스에서 허전한 하루하루.

그 시간을 거친 제가 지금 정신건강 멀쩡히 잘 지내고 있다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주는 위안과.

수험생분들께 '성공사례'가 되어버린 제가 줄 수 있는 '조급할 때 한 박자 쉬어가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기억의 습작>, <너를 그리는 시간>, <밤하늘의 저 별처럼> 등의 좋아하는 노래를 틈틈히 혼자서 조용히 감상하고.

갑갑하고 울적한 밤마다 커튼을 쳐놓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비긴어게인> 등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죠.

주말마다 무작정 슬리퍼 끌고 한두시간 씩 산책하기도 했고.

우연히 재수학원에서 만난 중학교 친구와 게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건 휴식 후 다시 공부에 임할 수 있느냐 이지,

휴식했다는 것만으로 실패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힘겨움과 버거움을 여실히 느끼는 요즘일 테고,

100일 대라서 얼마 안 남은 것 같지만

또 99일이 되면 아주 많이 남은 것 같은 요상한 기분을 느끼기도 하겠지요.

나름의 방식으로 긴장을 조금씩 덜어내며, 하기로 한 공부를 한 발짝 씩 해나가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