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9기 장학생 김재연입니다. 지난 번 글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다시 찾아왔네요.

여태 칼럼에서 수능과 관련된 이야기만을 해온 것 같아, 입시와는 별개로 제 대학생활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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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재학 중에 심리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벌써 2년이 지나 자세한 내용이나 이론은 기억나지 않지만... 기억에 남는 발달심리학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청소년기(10대)에는 정체성의 발달과 혼란을 느끼며

성인 초기(20-40)에는 연인관계와 같은 친밀감의 형성과 그에 따른 외로움 사이에서 고뇌한다고 하죠.

용어로만 놓고 보면 잘 와닿지 않는데요.

청소년기, 굳이 따로 떼어놓고 보자면 고등학교 시기에는 친구들과 주구장창 붙어 지내느라 싸우고 화해하고, 집단 속에서 나의 위치는 어떠하고... 이러한 것들에 신경을 기울이며 나의 위치, 나의 성향, 나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혼란스러움을 주로 느낀다면.

성인이 되어서부터는 내가 신체/정서적으로 의지하고 교류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의 기준과 대상을 찾지 못해 느끼는 외로움을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몇 번 언급한 바 있듯이 저는 전교생이 기숙사에 살아야 하는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싫더라도 24시간 재학생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했기 때문에, 저 또한 위에서 언급한 자아 정체감과 정체감 혼미라는 갈등을 자주 느꼈죠.

와중에 입시라는 장벽이 껴있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친구 관계에서의 혼란+입시의 부담과 압박 이라는 환경에 놓여 있었고. 이에 따라 상당히 근시안적인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흔한 학생의 삶이었죠.

그런데 재수 끝에 대학에 합격한 뒤 무한한 자유가 주어지고

부모님뿐만 아니라 늘 만나던 친구들의 곁을 떠나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된 저는,

말 그대로 벙 쪄버렸습니다.

대학 1학년 1학기에 공부를 해야 하나? 뭐 자유로운, 공부다운 공부를 할 수 있긴 하겠네. 안 해본 미적분도 해보고 행렬도 배워보고 파이썬도 해보고.

그런데 애써 공부해서 대학까지 왔겠다, 지금 공부를 굳이 왜 해야 하지?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고 공부는 내다던지고 놀아보면 안 되나?

안 될 것 뭐 있나. 그런데 뭘 하고 놀지? 게임은 하지 말라고 할 때 하는 게 재밌지 막상 혼자 하면 쓸쓸하기 그지없고. 운동도 아는 친구들과 같이 할 때 재밌었는데, 혼자 모르는 사람 틈바구니에서 땀흘리기는 왜인지 거북하고. 여행 다니기에는 학기 중이라 일정이 오래 비지 않고, 대학 술자리는 한 달 지나니까 재미도 식어버리고. 막상 동아리도 끌리는 곳이 없고.

써놓고 보니 소위 말하는 아싸의 삶이 아닌가 싶은데, 나름 활달하게 학과 생활을 했어요!ㅠㅠ

그럼에도 이러한 생각들이 들더군요.

아 그렇다면 미팅을 나가든 뭘 하든 연애를 해봐야 하나.

그런데 늘 가까이서 지지고 볶느라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던 고등학교 시절 연애와는 다르게, 새로 만난 사람과 간질간질하게 친해져서 사귀고 나서 알아가는 연애는 왜인지 불안하고, 안 해봤으니 더더욱 어렵고.

고교 때처럼 같이 붙어 있는 사람이 많질 않으니 자연스럽게 골인하는 연애도 어렵고.

공부 / 친구 / 취미 / 자기계발 / 연애

라는 항목들 중에서 중심 잡기도 어렵고, 목적을 공유하며 정서적으로 교류하고 성장하는 친우를 만들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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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희 대학 와봐야 크게 재밌는 것 없어'라는 의도가 아닙니다.

정말 재밌고 뜻깊게 대학 새내기 생활을 하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저도 이번 방학을 보내며 공부의 목적이나 친우의 정의, 가슴 깊숙이서 해보고 싶다고 떠오르는 문화생활들을 정리하고 누려보고 있습니다. 꽤나 정리가 되었지요. 2학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떻게든 힘들게'만' 공부하면 당연히 성적이 올라야 하고, 어떻게든 수능'만' 끝내고 대학을 어디든 가고 나서, '당연히' 놀아야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대학에 와서도 마주해야 하는 딜레마와 고민거리는 수도 없이 쌓여 있고, 각자 헤쳐나가는 방법도 다 다르며.

그 헤쳐나가는 '방법'과 '기준'을 성장시키는 시기가 바로 고교 입시 시절이라는 점을, 또는 입시라는 기간을 '성인이 되었을 때를 위한 성장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번 글에 이어 두서없이 이야기를 한 것 같네요.

대학 생활을 하며 느꼈던 제 혼란을 통해서, 여러분들이 힘들게 보내고 있는 입시 시기에 나름대로의 의미가 부여되고.

또 장기적으로 계획을 짜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100일이 깨졌음에도 의외로 남은 시간이 길게 느껴질 텐데요.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니까,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다음 달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