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19기 메가스터디 목표달성 장학생 이우주입니다.

끝이 다가옵니다.

두 번의 '수험생의 11월 초중반'을 겪었고,

두 번 모두 날마다 불안과 공포로 가득했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인한 초조함과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이 시기를 견디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진심으로요.

수능 이전에 작성하는 마지막 칼럼인 만큼,

지난 글들과는 달리 학습 및 훈련법보다는 실전과 직결되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수능장에 들어가기 전, 즉 이 시기에 새로이 해보아야 할 것들을 제 경험과 연관지어 말씀드리겠습니다.

 1.  수능장에서 할 수 없는 것을 버려보기

 수능장 내부의 기준은 생각보다 깐깐합니다.

웬만한 물건은 들고 사용할 수도, 또는 들고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내가 수능장 밖에서 너무 당연하게 소지하고, 사용하던 것들은

잠깐이라도 내 곁에 머무르지 않는 상황이 오면

생각보다 더 큰 당혹감과 공황을 선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나의 일상생활과 다른 부분이 수능장 내에서 늘어난다면,

이는 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낯섦'을 한층 더 강화할 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잠깐 이러한 소중한 것들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해보세요.

저는 예전부터 커피가 삶의 소중한 일부로 여겨졌을 정도로 커피를 좋아했는데요,

수능을 준비할 때는 등원하는 길에 있는 메X커피에서 대용량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습관처럼 사서 마시며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현역 수능 당시 오픈 시간이 입실 시간보다 늦었기 때문에

저는 따로 커피를 사지 못하고 별 생각 없이 인스턴트 커피만 텀블러에 타서 갔는데요,

시험 시작 직전, 너무나도 당연시되었던, 메X커피만의 '카페인 수혈되는 시원한 느낌'이 오지 않아

무언가 머리가 멍한 느낌이 계속 들어 굉장히 당황하고 겁에 질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반수 당시에는 11월 초반부터 시중 커피를 끊고 매일 일정량의 인스턴트 커피만

계속해서 텀블러에 타 먹는 습관을 들여놓으니, 

시험장에서 마시는 커피의 이질감이 한결 줄어 편안했던 기억이 있네요.

이 외에도 실전 모의고사를 과목별로 연달아 볼 때,

한 과목을 치고 바로 채점하지 않으면 안달이 날 것 같은 분들이나,

쉬는 시간에 유튜브 시청 또는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으로 멘탈을 유지하시는 분들은

수능장에서 '처음으로' 이런 행동들을 하지 못하게 되면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불안정하고 초조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차츰차츰 실제 수능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만으로 본인의 하루를 구성해보시기 바라요.

2. 시계 보는 방법 정해놓고 적응하기

수능은 거의 어떤 과목이든 시간 싸움이 성적을 가르는 가장 주된 요소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시간 관리에 있어 수능장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의 손목시계 하나 뿐입니다.

따라서 어떤 시계를 어떻게 보는지도, 수능장에서 이미 익숙해져 있는 요소인지가

멘탈 관리 및 시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죠.

우선 어떤 시계를 볼 것인지를 미리 정해놓으세요. 저는 웬만하면 저가 시계 중

시계알과 눈금이 큼직하고, 소리가 나지 않는 무소음 시계를 미리 하나 사서

지금부터 실전 모의고사를 응시할 때마다 함께 훈련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음으로, 시계를 어떤 형태로 둘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평소에 손목시계를 차는 분들은  아마 그대로 손목에 찬 상태로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편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상시로 확인하고, 시간을 확인할 때 굳이 불필요하게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게끔 시계를 책상에 올려놓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런데 아무리 시계를 말고 세워봐도 시계알이 본인이 확인하기 편한 각도로 배치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가장 안쪽 구멍에 심을 넣어 스트랩을 최대한으로 말아버린 후,

알을 내 쪽으로 향하게 책상에 올려놓을 때 방해가 되는 뒤쪽 꼬리 부분을 최대한 짧게 잘라버리면

상당히 편하게 시계를 올려놓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계를 보는 방법도 상당히 중요한데요,

수능 시간표대로 시계를 보는 것이 훈련되어 있지 않다면

시험 당시 시계를 보고, 이 영역의 종료 시각을 한 번 기억해서 떠올려 보고, 

남은 시간을 직접 계산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따라서 실전 모의고사를 응시하며 충분한 연습을 해놓음으로써

급박한 상황에도 시계를 보는 즉시 흐른 시간, 남은 시간이

별도의 사고과정 없이 본능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떠오를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국어, 수학, 영어 영역의 경우에는 몇 번의 실전 모의고사 때 시계를 보는 습관을 들이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문제는 탐구 영역입니다.

탐구 영역에서는 첫 번째 과목을 15시 35분 ~ 16시 5분 / 두 번째 과목을 16시 7분~16시 37분에 응시하게 됩니다.

이때 첫 번째 과목은 시작 및 종료 시각의 분 단위의 일의 자릿수가 0이 아닌 5이기에,

시간에 쫓기는 초조한 상황에서 시계를 보고 남은 시간이 제대로 계산이 되지 않거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심지어 두 번째 과목에서는 7분 단위이기 때문에

실제로 남은 시간을 착각하여 시간이 뜨거나 마킹을 아예 하지 못하는 대참사도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때문에 저는 탐구 첫 번째 과목 직전의 대기 시간, 즉 한국사 영역 직후에

시계의 다이얼을 바깥쪽으로 빼서 시침, 분침, 심지어는 초침까지도 12시 정각으로 맞추어 놓고,

시작령이 울리는 순간 다이얼을 눌러 작동시켜 종료령이 

나의 시계를 기준으로 정확히 12시 30분에 울리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탐구 두 과목 사이의 2분의 시험지 교체시간에도 이 과정을 반복하여 

두 번째 과목의 종료령 역시 12시 30분에 울리게끔 설정하였습니다.

3. 최악의 가정 하에서의 시뮬레이션 돌려보기

결국 당일 수능장에서는 내가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 요소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요소가 기대했던 바는 아니더라도, 사전에 예상했던 범위 내에는 있게끔 해야 합니다.

이러한 나쁜 변수는 자신에 의해, 타인(또는 빌런)에 의해, 또는 환경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험 당일 자신의 모든 행동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보는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예상되는 이러한 악의 변수들을 모두 넣고 그때의 대응 방안을 한 번씩만 생각해보세요.

나는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향하고 시험을 보는데, 왼쪽 학생이 다리를 심하게 떨고 있다면?

-> 손으로 그 방향을 가리거나 고개를 돌린다. / 주저하지 않고 감독관에게 이야기하자.

앞자리 학생이 지장 있을 정도의 악취의 소유자라면?

-> 시험장에 쓰기 편한 마스크 두세 개를 챙겨가자.

국어 시험 도중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가고 싶다면?

-> 무조건 참고 쉬는 시간을 이용한다. / 멘탈을 위해 그 즉시 최대한 빠르게 다녀온다.

시험장이 생각보다 덥고 갑갑하다면?

-> 이를 대비해서 안에 최후의 반팔 하나를 입고 가자.

이런 생각들을 불안감으로 바꾸어 이에 매몰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시험장에서 이러한 상황들을 마주했을 때 과하게 당황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한 번 정도는 미리 생각해보고 들어간다는 느낌으로 간단히 떠올려 보면 됩니다.

마무리하며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말, 긴장하지 말라는 말, 매일매일 들으면서도

크게 와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자신의 심적인 요소가 그러한 극한 상황에서 가장 자기 힘으로 컨트롤하기 어려운 영역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직접, 물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모조리 생각해놓고, 또 시험장에서 빠짐없이, 계획했던 대로 상황을 설정해놓으세요.

한결 마음이 편안할 거에요.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을 줄이거나 없애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일 년 동안 갈망했던 자유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대감을 가지는 건 충분히 가능하잖아요?

삶의 질이 쭉쭉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

수능이 끝난 추운 11월 말, 공부할 의무 없이 전기장판을 켜놓고 넷플릭스를 보는,

친구들과 온천워터파크로 놀러가서 따뜻하게 몸 지지며 노는,

그런 행복한 상상을 삶에 곁들여보세요.

수험생이라고 불행할 의무는 없습니다.

3주 후에는 행복할 의무만 있겠네요.

기운을 내서 조금만 더 달리길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