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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김태연 스크랩

등록일 :: 2024-05-29 15:08:26
조회 :: 14,566

안녕하세요, 김태연입니다.

저는 분주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약속과 과제 사이에서 MT도 다녀오고 학회나 세미나도 참가해보고 동아리와 학생회 활동도 하다 보니 마치 하루를 테트리스처럼 끼워맞추는 느낌입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제 앞에 펼쳐진 캄캄한 것들 위에서 표류하다 보니,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러분 앞에서 무슨 할 말이 있겠냐마는, 좋은 말로 경험이라 포장해 오늘도 짧게 적어볼까 합니다.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댓글에는 최대한 성의껏 답변하려 노력했습니다. 제 칼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감사합니다.

이번 글은 수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1, 2학년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점을 양해를 구합니다. 학종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받는 요소 중 하나인, 다음 학년에서 배울 과목을 선택하는 시기기에 '과목 선정 및 방향성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잡았습니다. 뻔한 얘기 하려고 있는 사람이 아니니 제 세특 조각조각도 소개해 보겠습니다. 뒷부분에는 역시 반응이 좋았던 서울대학교 캠퍼스 사진과 시도 준비하였으니 자신과 관련없는 주제라고 실망하지 말아 주세요. 오늘도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과목 선정 및 방향성 디자인'에서 디자인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여러분께서 만들 수 있는 과목의 조합이 천차만별이며 그것이 여러분 개인의 특색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음 학년 과목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과목별 위계관계입니다. 특히 공동교육과정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이 위계를 깨는 경우가 많은데, 꼼꼼히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그 다음으로는 지망하는 학과에서 요구하는 커리큘럼을 따라가야 합니다. 도저히 좋은 성적이 안 나올 것 같고, 수강자 수가 적어 선택이 꺼려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권장하는 과목을 듣지 않은 것은 기초 단계부터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교과전형을 생각하고 있다면 물론 자신있는 과목을 고르는 게 맞겠지만, 공부해보지도 않은 과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대학 홈페이지와 입시요강을 찾아보면 이러한 정보들이 다 나와 있으니 꼭 참고하세요!

저는 2학년 때는 영미문학읽기, 세계사, 경제, 사문, 일어1를 수강하였고 3학년 때는 (저희 학교는 3학년 때 확통과 화작이 필수였습니다) 환경, 윤사, 정법, 미적분, 정보과학, 일어2를 수강하였습니다. (공동교육과정 미포함)

3년간 정치외교학부를 바라본 문과임을 참고하고 훑어보시면 의문이 드는 과목들도 있으실 것입니다. 3학년 때는 다소 도전적으로 과목 선택을 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았을 때는 좋은 경험이었던 듯합니다.

미적분을 수강하게 된 계기는 초월함수 미분적분에 대한 순전한 흥미와 기대였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실력과는 별개로 수학 문제 푸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수학 공부를 더 하고 싶어 3학년 1학기에 확통과 미적분을 같이 배웠습니다. 그밖에도 변화하는 사회 현상을 수학으로 분석하고 풀어나갈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물론 학기가 끝나고 그 정도 역량이 되기에는 한참 멀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선생님께 계속 질문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며 다변수함수와 편미분을 공부해나갔습니다. 확통의 회귀분석과 엮으려던 시도는 무산되었지만, 사회과학에도 활용될 수 있는 변수통제에 대해 조금의 통찰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적분 과목에서 다른 과목들에 비해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습니다. 3학년 때 등급이 산출되는 과목은 6개였습니다. 사회탐구와 국어, 영어에 집중해야 했던 시기여서 자연스럽게 수학 공부에 소홀해졌습니다. 이과 친구들만큼 오래 생각하며 공부하지 못한 게 하나의 원인이었고, 시험에서 유난히도 실수를 많이 했던 게 다른 원인이었습니다. 저는 중간고사에서 평소에 안 하던 마킹 실수에 연달아 계산까지 실수했습니다. 못 풀었던 문제들까지 합하고 나니 정말 처참한 점수가 나왔습니다. 기말고사는 괜찮게 봤지만 최종 성적이 3등급 문을 열어, 등급 때문에 세특의 신빙성이 낮아지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성적이 큰 변수였다면 학종에 붙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도 제가 과목을 선택한 이유와 공부 과정, 학기가 끝나고 느낀 점에 중점을 두어 평가한 듯합니다. 제 경험을 참고하여 최선의 결정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보과학 역시 재미있어 보여서 선택했습니다. 처음 c언어를 배운 고등학교 1학년 때 컴퓨터가 입력값을 받아 프로그램을 산출하는 구조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0과 1의 조합으로 어떻게 이런 걸 만들어내지 하는 의문이 잔뜩 꼬여있었던 듯합니다. 그럼에도 계속 문제를 풀고 싶었고, 3학년 때까지 미지의 코딩 세계에 대한 흥미를 이어나갔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약간의 의무감도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간결한 코드를 짜 문제를 풀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며칠을 고생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2학년 때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친구를 도우며 학교의 선거과정과 친구들 사이의 여론을 주의깊게 살펴보았습니다. 총 4명이 출마하였고 그중 제 친구가 당선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선된 친구의 득표율은 50%를 넘지 못했고, 다른 3명의 후보에게 투표한 학생 중 당선자를 차악도 아닌 최악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3학년 때 정치와 법 수업을 들으며 우리 학교 선거가 단순다수대표제(가장 많은 표를 얻은 1명의 후보가 당선)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다수제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후보가 3명 이상이라면, 콩도르세 패자가 1위가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고 학생회장 선거도 그러한 경우였습니다. 콩도르세 패자란 다른 모든 후보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지는 후보를 말합니다. 콩도르세 패자가 당선되지 않으면 투표제도가 공정한 것이기에 현재의 제도를 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저는 공부 끝에 기존의 단순다수대표제가 아닌 절대다수대표제가 학교의 상황에 더욱 부합한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절대다수대표제란 과반수 득표와 같이 일정 기준을 두어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단순다수제를 채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선거 과정이 간편하다는 것인데, 프로그램을 통해 선거를 진행하면 절대다수제에서도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약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for문과 if문 등을 활용하여 절대다수제 중 결선투표를 프로그램으로 구현했고, 실제 시뮬레이션도 해 보았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선거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부정행위가 개입될 요소를 줄인다는 기대효과를 도출해냈습니다. 또한 사표가 총 유효 투표수의 과반 미만으로 제한되어 당선자의 대표성을 확보했습니다.

물론 오류도 많이 나고 피드백 과정에서 수정사항이 한가득이었지만, 평소 가졌던 문제의식을 직접 코딩으로 해결해본 것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선거관리위원으로 활동하며 이 제도를 도입하고 싶었지만, 입시 때문에 학교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어 프로젝트를 마무리지었습니다.

다소 구구절절한 제 이야기였지만,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감수성을 보여주었고, 문제 해결에 요구되는 핵심 역량인 코딩을 선택해서 공부한 것이 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당시 선거제 이슈와 선거제도가 갖춰야 할, 그러나 다소 상충하는 조건들에 관심을 가졌고 정치와 법 세특으로 이어나갔습니다.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지는 여러분의 공부 방향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선생님들과 많이 상담하시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시면 좋겠습니다.

5월의 캠퍼스 사진을 조금 보여드리고 마무리짓겠습니다. 학교가 정말 예뻐서 애정을 가지고 다니고 있는데 렌즈에 그대로 담기지가 않네요.

정문입니다!

마치 영화에 나올 듯한 기숙사 앞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이제 관정도서관 모습을 조금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아침 먹고 친구들이랑 공부하는 그룹스터디룸입니다. 입시할 때 열심히 머리에 넣었던 지식도 종종 도움이 되네요. 저 공간에서 훌륭한 친구의 강의도 들었습니다 ㅎ..

밑의 사진은 학생회관에서 바라본 관정도서관입니다.

관정도서관 1층입니다. 약간의 공부 자극이 될 것 같네요.

학교에서 재미있는 행사를 많이 합니다.

밑은 서울대 축제입니다. 저희도 축제 재밌어요... 물론 저희 학교 축제밖에 못 가봤습니다.. 시야가 저런 점은 죄송합니다.

오늘도 시를 하나 올려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