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제20기 목표달성 장학생, 서울대학교 의예과 이규현입니다.

벌써 무더운 6월이네요, 다들 건강관리는 잘 하고 계신가요?

얼마 남지 않은 6월 모의평가가 여러분을 더욱 높은 곳으로 이끌어주기를 바랍니다.

저에게 있어 요즘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많은 때입니다. 최근의 저는 목표를 잃은 채 표류하며 자취방에서 하루 종일 누워 있다가, 몇 권 되지 않는 책을 재차 꺼내들며 현실에서 벗어나 책 속의 세상으로 도피하곤 했습니다. 책 속에서는 어떠한 상황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좇는 아이가 페이지를 뛰어 달리고 있었고, 행복한 결말을 맞아 그 이상 무엇도 필요 없을 것만 같은 사람이 마지막 페이지에 걸터앉아 여유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후속이 나오지 않은 책의 인물들은 결말에서 보여준 모습과 얼마나 달라진 여생을 보내고 있을 것인가, 고민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바보 같아 보여서 책을 그만 덮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인생을 책에 빗대는 표현은 상투적이지만, 인생의 본질을 잘 담아낸다고도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처럼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는 인생이 있는 반면, 그리스의 비극과 같이 개인이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불행이 몇 번이나 겹치는 인생도 있습니다. 이처럼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요소로 인해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 또한 인생이지만, 스스로가 정한 가치를 끝까지 밀고나가며 인생의 장르를 써내려가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만 원하는 부분만을 선별하여 글로 나타내는 책과 달리, 인생은 재미없고 지루한 부분을 떼어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존경하던 사람의 일부를 힐끗 보고 인생의 장르는 저게 좋겠다며 덜컥 결정해버린 저 같은 사람은 혼란을 겪기 마련인 듯합니다.

입시라는 확고한 목표를 갖고 나아가시는 여러분과 새로운 목표를 찾아 헤매는 저의 항해가 모두 순탄하기를 바라면서, 제가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을 하나 첨부하겠습니다. 항구를 떠나가는 증기선이 눈보라에 휘청거리듯, 항해 중에는 어려운 일도 많겠지만 결국은 무사히 새로운 정박지를 찾아가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평온한 6월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Appendix. 첨부한 작품은 윌리엄 터너의 '눈보라 - 항구를 떠나는 증기선'입니다. 원제는 이보다 더 길지만, 간략하게 표현하는 것에 양해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