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목표달성장학생 20기 경찰대학 1학년 임정언 학생입니다.

며칠 전 6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막을 내렸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도 몇몇 친구들이 재미로(!) 풀어보더군요. 각자 느끼는 난이도는 달랐겠지만, 아마 한 달 이상 전부터 긴장감에 6평을 준비했을 모든 수험생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6평 직후라 지치기도 하셨을테니,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제가 3년간 친 6평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목은 'XX의 6평 후기'라고 지었지만, 이 XX에 들어가는 저의 신분은 매년 달라졌습니다. 이렇듯 매년 색달랐던 제 6월의 경험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고3 현역의 6평

고3 때는 내신 공부에 바쁜 수시러였기 때문에 6평에 대한 대비를 진지하게 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6평을 보기 전까지 선생님들께서 귀에 닳도록 N수생의 무시무시함을 이야기하셔서, 교육청 모의고사에선 볼 수 없었던 ‘그 표본’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속세와의 모든 인연을 끊고 1년 동안 산 속에서 공부만 한다는 N수생들이 뭐 얼마나 되겠어, 하고 생각하던 부끄러운 과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 중 한 명이 되어본 결과, 내신, 학생부, 인간관계, 잡념 중 아무것도 없이 그저 수능만 붙잡고 있는 그들이 뭐가 되는 게 맞긴 했습니다.

그렇게 첫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쓴맛을 보는 고3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귀에 닳도록 들어서인지, 1교시 국어 시작 전부터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특히 바나나로 잘 알려진 과정이론 지문은 2번째 문단부터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내용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재수생에 비해 강점을 가진 부분도 있었습니다. 바로 내신 대비의 부수적 효과로 등장한 ‘EBS 연계 효과’인데, N수생이라면 하지 못할 시간 투자로 EBS 지문을 모조리 외워버리면서 당시 EBS 연계였던 PCR 지문을 3분 30초 컷 내버리는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당시 제 실력이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퍼포먼스였습니다. 이 외에도 수학, 사탐에서 연계 체감이 정말 많이 되었습니다.

고3 때의 저처럼 EBS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 현역 친구들이 있다면 6평을 생각보다 잘 봤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들에게 성적표에 나온 그 점수가 본인의 실력이 아님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6평에 비해 수능은 모든 면에서 체감 연계율이 떨어집니다. 연계 효과로 맞힌 문제들을 모두 실력으로 또 맞출 수 있어야 자신의 진짜 실력이지만, 제게 있어서 PCR 지문처럼 순수 실력으로 다 맞히지 못했을 문제들은 내 진짜 실력이 아닌 허상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실력과의 괴리가 큰 점수를 만드는 것이 EBS 문학입니다. 6평은 익숙한 파트나, 저명한 고전 작품이 등장하는 경우가 잦아 연계가 적은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문제를 풀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6평 때 연계 효과를 많이 봤다면, 실제 수능 때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3 친구들은 항상 경계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경험상 EBS 연계에 의한 점수를 실력으로 여기는 것은, 다가올 분수령이 될 6평과 9평 사이의 기간을 자만으로 허비하는 결정적 패착이 될 수 있습니다.

# 기숙 재수의 6평

이곳에서는 몇 달간 6평이 아닌 다른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상태로 준비했기 때문에, 현역과는 다른 의미로 긴장이 되었습니다. 반년동안 수능에 모든 것을 갈아 넣었는데, 오히려 작년보다 좋은 점수가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아침에 벌벌 떨면서 기숙학원 계단을 걸어 올라가다 넘어지면서 발가락이 새파랗게 멍이 들며 부풀어 올랐는데, 그 고통을 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의식했던 정도였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모든 루틴을 수능에 맞추었고, 느낌은 더프를 칠 때와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6평에서 좋은 점수가 나오지 못한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그 이유를 고민해보니, 6평 전까지의 기숙학원 커리큘럼이 개념 정립 및 기출 회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숙학원에서 대부분 학생들의 실력 상승이 N제와 문제 풀이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6평과 9평 사이 기간에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이맘때쯤 기숙학원에서 시간과 돈을 투자했으니 그만큼의 결과가 나와야한다는 조급함에 시달립니다. 저 역시도 ‘노력한 만큼 성적이 오르면 안 된다’라는 강박에 시달렸지만, 그 성적 향상은 ‘노력하다보면 조금씩 오른다’보다는 꾸준히 개선의 여지를 찾아보던 중 드는 순간적인 깨달음과 풀이습관 변경에 의해 한순간에 크게 오르는 경우가 잦았던 것 같습니다. 당장 6평에 눈에 띄는 변화가 안 드러났다면, 자책도 안도도 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자발적으로 찾아나가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또 혹시나 6평 점수와 작년 수능 점수가 달라지지 않아 실망스러운 학생이 있다면, 6평 전까지 개념을 확실히 다져놓았기 때문에 6평 이후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너무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독재 삼반수의 6평

반수생에게 6평은 큰 의미를 갖기가 힘듭니다. 학고반수처럼 사실상 생N수나 다름없지 않다면, 대부분 학교생활을 병행하며 치르기 때문에 제대로 시험 준비를 하지도 못하고 기본 베이스만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경우가 잦기 때문입니다. 저도 학원 조교 알바와 학과 수업을 병행하면서 약점이었던 수학을 제외하고는 딱 2주 전부터 부랴부랴 기출만 풀어보고 시험장에 들어섰습니다.

재종을 6평 이후 반수반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6평은 집과 가까운 지역 러셀 홈페이지에서 외부생 응시를 신청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가보는 곳이다 보니 분위기를 살피려고 그 이전 5월 더프를 신청해 치르기도 하였습니다. 5덮은 오후 알바 일정 때문에 국어와 수학만 풀고 나왔지만, 6평 미리보기 격으로 의미 있는 시험이었습니다.

삼반수생 임정언에게 6평은 사실상 그동안의 노력을 체크하기보다는 스스로의 피지컬과 수능 시험장에서의 태도를 체크하고 수험생의 마음가짐을 되새기는 계기였습니다. 실제 수능 시험장처럼 도시락도 싸오고, 예열지문, 수능 루틴 등 모든 것을 수능과 똑같이 체크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시험 당일 새벽에 지하철 반대 방향 역주행(!)을 하는 등, 어김없이 실수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6평 당일의 실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수능에만 실수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6평 당일에 생겼던 사건들 중 수능 당일에 실수할 법한 내용들은 기억해놓고 시험이 끝난 후 수능 행동 강령에 반영하였습니다.

독재를 하게 되면 응시 신청을 하지 않고 그냥 집모고를 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평가원 모의고사는 집에서 혼자 치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풀게 되면 편안함, 시간 미준수, 환경 등으로 평상시보다 좋은 점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6평은 학업 때문에 그럴 수 있더라도, 9평만큼은 꼭 재종이나 외부 응시 신청을 통해 모교, 학원 등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제시간에 응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경험을 쌓는 것이 수능 시험장에서의 기복을 줄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 (번외) 재종 삼반수의 9평

9평이지만 잠깐 그 내용을 다뤄보자면, 재종에서 보는 9평의 경우 본인의 교실에서, 평상시 수업을 듣는 장소에서 평상시 더프와 똑같이 시험을 치다 보니 안정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수능 시험장은 내게 익숙하고 안락한 학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려 노력했습니다.

저는 모의고사 당일만큼은 생전 처음 보는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습니다. 화장실이 어딨는지 알면서도 한번 더 체크하였으며, 매일매일 앉던 아늑한 책상 역시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듯이 흔들어 보고 어제 털어낸 먼지를 또 털어냈습니다. 본게임은 언제나 수능이기에, 모의고사를 모의고사처럼 여기지 않는 태도가 실제 수능에 도움이 되는 경험으로 만드는 비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은 약속한 대로 빈도가 높았던 비밀글 질문들을 모아왔습니다.

Q1. 경찰대 학생들 나이가 어느 정도 되나요? / 경찰대 학생들 연령대가 높나요? / 제가 나이가 많은데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경찰대는 사관학교와 달리 나이 제한이 42세 미만으로 확장되었고, 수능 비율이 높은 전형 특성 상 학생 연령대가 상당히 높습니다. 저희 기수는 현역:재수:삼수가 1:1:1의 비율이고, 그 위로도 꽤 있습니다. 다른 기수 선배님들을 살펴보면 현역이 가장 적은 경우도 있을 정도로 N수 비율이 높습니다. 나이에 대한 걱정은 덜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Q2. 체력시험 빡센가요? / 체력이 안 좋은데 어떡하죠? / 언제부터 준비하면 될까요? / 체력시험 과락 나면 어떡하죠?

저는 경찰대 본교에서 진행하는 예행연습이 끝난 후 시험 2주 전부터 체력학원을 다니면서 준비했습니다. 입학 시 진행하는 체력검사는 상당히 약화된 기준이 적용되어 제한 시간이 연장되고 무거운 조끼를 입지 않는 등 평상시 운동을 좋아했다면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요령이 없으면 통과하기 힘든 일부 구간이 있고 (밀고 당기기, 장벽 등) 수험생 특성 상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을 수 있으니 본인의 상황을 고려하여 저보다 더 많거나 적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본인의 상황을 파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1차 시험 예행연습 기간에 학교를 직접 찾아가서 연습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나중에 다루겠지만 작년의 높은 합격률로 인해 작년보다 시험 요강에 명시되지 않은 시험 환경이나 방식에 있어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혹시 작년 기준으로 생각하고 계신 수험생 분들이 계신다면, 이 점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졸업 요건에 입학 시보다 강화된 기준의 체력검사를 통과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각보다 둘 사이의 난이도 차이가 크고, 입시 당시 약화된 기준을 통과한 현 재학생들도 과락 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입학이 끝이 아님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3. 수시납치처럼 경찰대 납치 없나요? / 경찰대 붙어도 정시 원서 쓸 수 있나요?

납치 없고 똑같이 정시 원서 쓰실 수 있습니다 :)

Q4. 정시파이터라 내신이 안 좋은데 경찰대 갈 수 있을까요? / 내신 반영 비율이 큰가요?

경찰대는 정시와 1차 시험 위주긴 하지만, 내신 역시 반영됩니다. 다만, 내신이 안 좋아도 다른 영역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습니다. 저희 기수에도 자사고, 특목고, 공부 잘하는 일반고 등에서 내신 바닥을 찍었음에도 좋은 수능과 1차 시험 성적으로 경찰대에 온 친구들이 꽤 있습니다.

다만, 정시파이터처럼 학업을 아예 포기한 경우 이것이 생기부에 기록되면 성실성의 측면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으니, 경찰대를 목표로 하시는 고등학생이라면 최대한 내신을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Q5. 재수 생활을 어떻게 버티셨나요? / 기숙학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요. / 어떻게 하면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재수를 하게 되면서 자습시간이 많아졌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내가 스스로 책임져야 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재종이라면 본인의 의지에 따라 나태해지는 것이 가능하기에 더욱 스스로를 채찍질할 동기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플래너에 제 능력에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에게 많은 공부 부담을 지웠습니다. 특히 플래너를 시간 단위로 짜면서 빼곡하게 할 일들을 집어넣었었는데, 그렇게 빡빡한 시간표를 세우니 그 계획표에 쫓겨서라도 능률적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힘든 기숙재수 생활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분노'라는 감정을 통해 자신을 채찍질했던 것 같습니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 다 한 번에 대학 가서 MT 가고, 놀고, 밤새 술 마시는데, 나만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올해 성공하지 않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기력한 실패를 경험했던 저에 대한 분노가 곧 제 수험생활을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6. 경찰대 1차 시험 응시할 때 6평 점수가 어느 정도셨나요? / 경찰대 1차 시험 통과하려면 모고 점수가 어느 정도 나와야 하나요?

고3과 재수 때는 경찰대 시험에 아예 응시하지 않았고, 삼수 때는 경찰대 1차 시험 직전 6월 평가원 모의고사 백분위가 95 95 1 98 97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탐구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서 표점 ±1점 정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또 삼수 6평은 아르바이트와 대학 수업을 병행하면서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였고, 제 본격적인 수능 공부는 1학기 종강 이후부터였기에, 6평 후부터 경찰대 시험 전까지 어느 정도 성적 향상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경찰대 1차 시험 이전 마지막 모의고사 점수는 그러하였습니다.

Q7. 경찰대 합격하면 밥약 해주시나요? / 합격하면 연락해도 되나요? / 꼭 후배로 들어가고 싶어요!/ 밥 사주세요! 등...

입학하시고 카톡으로 연락주시면 얼마든지 다 해드립니다 :) 아무래도 경찰대는 전교생이 적다보니 전교생이 한 다리 건너 연결되어 있어 다른 멘토님들보다 훨씬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특히 학번, 동문, 섹터, 동아리, 일명 ‘학동섹동’ 후배로 들어오신다면 저와 매주, 학교 내외 할 것 없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영예(?)가 주어집니다. 학번은 가나다순이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혹시 충남 지역 학교 출신이시라면 저와 제 동기가 동문 모임에서 많이 아껴 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상으로 칼럼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6월 모의고사 응시하느라 수고 많으셨고, 가까운 시일 내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한가한 어느 봄날 정의탑 위에 앉아 쉬고 있는 경찰대 고양이들을 찍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