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목표달성장학생 제 20기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멘토 김보민입니다. 요즘 날도 많이 더워지고, 분명 엊그제 본 것 같은 6평이 한 달 남짓 지나있고.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었네요.

드.디.어. 모든 현역 학생들과 N수생들의 고비인 여름 시즌이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이 시기에는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왔던 학생들도. 또는 이미 몇 번의 슬럼프를 겪고 극복했다 생각했던 학생들도. 6모도 끝났겠다, 9모까지는 아직 시간이 꽤 있고. 공부량도 어느정도 쌓였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정말 많이 늘어지고, 이 때문에 슬럼프가 가장 찾아오기 쉬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기숙학원 생활을 할 때 선생님들께서 이 여름 시즌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N수생활 성공의 핵심이라 모두 입 모아 말씀하실 정도니까요.

이전 칼럼들의 댓글을 읽어보니 기숙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남겨준 고민들이 정말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많은 학생들이 고민을 하는 지점이 비슷한 것 같아, 오늘은 ‘기숙학원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Q. 기숙학원 생활이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겨울부터 6평까지 대비하면서, 수업도 어느정도 들었고 생활패턴도 잡혔겠다, 본가로 돌아가 독학학원을 다니며 공부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 가장 많은 학생들이 남겨준 고민이였습니다. 저 또한 6평 전에 가장 크게 고민하던 지점이였고, 이 고민때문에 밤을 지새운 날도 많았습니다. 주변에서는 그냥 쉽게 결정하면 될 것이지 왜이렇게까지 고민할까싶겠지만 기숙러들에겐 정말 큰 이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할때는 먼저 ‘자기객관화’를 해야합니다. 기숙학원의 가장 큰 장점은 수업도 수업이지만, 무엇보다도 속세와 차단된 환경과 그에 따르는 압도적인 공부시간입니다. 현역 때의 내 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내가 집에서도, 주변의 유혹을 참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인지. 또 이 생활 패턴을 바깥 환경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해요.

저는 이러한 고민 끝에 나가서도 공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 생각하고 6모 직전 퇴소를 결정했습니다. 이전 칼럼에도 언급했듯이, 6평 직전까지의 이 시기가 저에게는 재수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였고, 당시에는 더 이상 버틸 힘이 남아있지 않았어요. 6평을 2주 앞두고 본가에 내려와, 일주일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휴식을 가진 후 다시 집 근처 독학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기숙학원에서만큼은 아니지만,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학원이 끝나는 저녁 10시까지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어느정도의 패턴을 유지할 수가 있었어요.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다보니, 본가의 편안함에 익숙해져 늦잠을 자는 날도 생기고, 또 공부를 하기 싫은 날에는 학원에 종종 나가지 않기도했습니다. 기숙학원에서만큼의 강제성이 없다보니, 아무리 마음을 굳게 다잡아도 그때의 생활패턴을 이어나가는건 많이 힘들더라고요.

결론을 말하자면, 퇴소를 결정할 때는 절대적인 공부 시간의 감소는 감안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공부에만 맞춰저 있는 환경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불가피한 문제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를 감안하고도, 지금 당장 이런 저런 이유(정신적 이유, 인간관계, 건강 등)로 너무 힘들다면, 본가에서 공부하는 것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부모님과 기숙학원 선생님과 충분한 상담 후에 퇴소를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방법입니다. 스스로가 망가져가고있는데 기숙학원에서 꾸역꾸역 버티는 것보다는 나와서 어느정도의 안정을 취하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절대적인 공부량이 너무 줄어든게 눈에 보이고,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다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9평 직전 다시 기숙학원에 입소했습니다. 대략 2~3개월 정도의 시간을 통학하며 공부했던 것 같네요.

Q. 기숙학원에서의 인간관계가 너무 신경쓰여요. 하루종일 붙어있다보니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기숙학원에서 혼자 다니는게 좋을까요, 인간관계를 만들지 않는게 좋을까요?

-> 기숙학원에서 받는 인간관계 스트레스는 너무나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의지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감정에 많이 지배당하는 성향이라 이 부분이 굉장히 큰 고민거리였던 것이 기억이 나요.

제 이야기를 해주자면, 저는 2월 기숙학원에 입소할 때 ‘어차피 공부하러 들어온거, 내 목표를 위해 1년간 다른 인간관계를 만들지 말자’라고 다짐하며 입소했습니다. 워낙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쓰는 성격이기 때문에, 온전한 집중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입소하고 한 10일 정도는 같은 반 친구들이 말을 걸어도, 최대한 짧게 대화를 끝내고 자습실로 들어가고, 산책을 하자고 권유하는 친구들의 말도 거절하며 혼자 밥을 먹고 자습실에 공부를 하러 뛰어들어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안그래도 삭막한 기숙학원에 시시콜콜한 이야기할 사람 하나도 없이 매일 생활하다보니, 너무 외로워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이 모습을 본 선생님도 같이 밥먹고 이야기할 친구정도는 괜찮지 않겠니라고 말씀하셨고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같이 밥 먹고 산책하는 친구들 정도는 사귀며 생활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활하다보니, 같이 이야기하고 잠깐씩 수다도 떨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좋았지만, 또 결국에는 이로 인해서 생기는 불편한 점들이 있더라고요. 나는 빨리 밥을 먹고 들어가고 싶은데, 친구가 산책하자는걸 거절하면 괜시리 미안해지고. 또 친구들이 같이 놀러나가면 나도 따라서 놀러가야할 것 같고. 이것저것 신경쓸 것이 많아지는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며 말했듯, 이 부분은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까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다니는 것과 친구와 함께 다니는 것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정답이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여러분이 꼭 마음에 새겨야할 것은, “나는 지금 공부를 하러 들어왔고, 나 스스로가 가장 중요하다.”입니다. 사실 기숙학원에서의 인간관계는 몇몇 친구들 빼고 대학교에 들어오면 유지되지 않아요. 정말 다시 볼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내 마음 내키는대로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주고싶어요. 남을 신경쓰느라, 남에게 맞추느라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그때그때 내 기분과 상황에 맞춰서 눈치보지 말고 행동하고, 이야기하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Q. 기숙학원의 수업이 너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차라리 이 시간이 자습을 하는게 나을 것 같은데, 수업을 빼자니 마음에 걸리고.. 어떻게 해야할까요?

->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최대한 학원의 수업을 따라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기숙학원에서 들어야하는 필수 수업이 잘 안맞다고 느껴져서 차라리 그 시간에 인강을 듣는게 낫겠지 싶어 수업을 몇 번 빠진 적도 있어요. 하지만, 현강 수업만의 메리트가 확실히 있습니다. 인강은 강제성이 없기에 진도가 밀려도 다음에 하면 되겠지, 계속 밀리게되지만 현장 수업은 그때그때 주는 자료와 숙제가 있기 때문에, 하기 싫어도 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어느정도의 강제성이 필요한 저에게는 큰 메리트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이후에는, 잘 맞지 않다고 느껴지는 수업도, ‘분명 나보다 훨씬 실력이 있는 선생님들의 수업이니까 분명 이 시간에 한 개쯤은 얻어갈게 있겠지’라는 마인드로 수업을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잘 맞지 않는다 느껴졌던 사소한 부분들보다, 그 날 그 수업에서 내가 새로 알게된 사실들과 문제풀이 스킬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게되고. 어느 순간 그 수업이 기다려지는 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또, 내가 알고있다고 생각해서 ‘아~ 이거 안들어도 될 것 같은데’ 생각했던 내용들에서 수업을 듣다가 빈틈을 발견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니 수업은 웬만하면 최대한 따라가보시는걸 추천드려요!

그럼에도 꾹 참고 수업을 몇 번 들어봤지만, 도저히 못버티겠다는 판단이 들면, 내가 그 과목에 대한 확실한 계획이 있는지, 또 이 수업을 듣지 않아도 내가 계획을 밀리지 않고 지킬 수 있는지 판단한 후에 수업을 드랍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Q. 기숙학원에서 태블릿 사용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노래를 들으며 공부를 해야하고, 또 잠깐 스트레스를 풀 때 영상 하나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 절대절대 안됩니다. 이 부분은 정말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일단 모든 기숙학원에서는 태블릿 사용을 철저하게 막아둡니다. 태블릿을 뚫은 것이 적발되면 바로 벌점을 받게되죠.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태블릿은 얼마든지 눈을 피해 뚫을 수 있다는 것을요. 기숙학원 생활을 한 친구들은 모두 공감할거에요.

하지만, 원래 시작이 제일 무섭다고. 한 번 뚫으면 정말 끝이 없습니다. 저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좋아하는 노래를 한 곡 듣고싶어 끝까지 버티다가 태블릿을 한 번 뚫은 적이 있는데, 한 번 성공을 하니, 그 다음에는 더 큰 유혹이 있더라고요. 그 이후에는 영상 하나쯤은 괜찮지 않을까? 인스타 한번쯤은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했습니다. 그래서 태블릿은 애초에 아예 뚫지 않는 것을 추천드려요. 아니 뚫지 않아야합니다..! 기숙학원에 들어온 이유 자체가 공부에 방해되는 환경과 단절되기 위해서인데, 태블릿을 사용하게되는 순간 이 모든게 의미가 없어져버리잖아요. 기숙학원에 들어와 공부하는 내 노력, 시간, 들이는 비용 모든 것을 생각해서라도 태블릿 만큼은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너무너무 불안해 공부가 안돼요. 올해도 실패할 것 같아,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 같아 두렵습니다. 멘토님은 이럴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은 질문입니다. 기숙학원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막연한 불안함이 찾아와요. ‘내가 올해 이렇게까지 했는데 또 실패하면?’, ‘이렇게까지 공부했는데 수능 하루 컨디션이 안좋아 망쳐버리면 어떡하지?’ 정말 별별 생각들이 나를 잡아먹습니다. 또 이맘때쯤 대학 생활을 즐기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지기도해요.

너무 뻔한 이야기라고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잔인하게도 결국 수능이 끝나고 나면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는 것이 사실이에요. 저도 너무너무 힘든 기억이 많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는 재수생활이지만 대학생활을 조금 하다보니 재수 생활도 조금은 미화가 되있더라고요. 그 때 공부에 집중하던 시절이 좋았지 생각도 아주 가끔(정말 아주 가끔이긴 합니다^^)들기도 해요. 수능이 끝나고 나면 정말 거짓말처럼, 그 당시에 했던 고민들과 불안함 99%가 사라집니다. 저도 너무 불안해 울면서 허비한 공부시간이 많고, 심하면 하루를, 어쩌면 몇달을 불안함과 잡생각에 좀매여 날려버리곤 했어요. 재수생활을 마치고 나니 딱 그 부분 한가지가 가장 후회되더라고요. 항상 말하지만, 지금 나만 불안한게 아니니 절대 걱정하지마세요. 지금 내가 갖고있는 막연한 불안함은, N수 생활을 하며 가지게 되는 자연스러운 불안함이고, 분명 사라질 고민들입니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만 집중해, 그 날 하루하루의 계획을 지키는데에만 집중해보세요. 현재 N수생의 신분인 이상, 어차피 계속 고민하고 불안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막연히 불안한 감정이 들고, 다 포기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는 플래너를 펴서 당장 오늘 내가 들어야 될 인강, 풀어야 될 문제들을 양이 많지 않더라도 가시적으로 적어보고. 오늘은 딱 저것만 지켜봐야지 생각하며 공부해보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어느덧 막연한 불안함은 사라지고, 당장 오늘 내가 해야할 공부만 눈에 보이는 순간이 올거에요. 그때부터 다시 이어나가면 됩니다.

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들이나 고민들을 노트에 그대로 옮겨적어보거나 일기를 쓰는 방법도 추천해요. 저는 재수 시절에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매일 일기를 썼었는데, 내가 하고있는 생각들을 글로 옮겨적다보면 마음 정리도 되고, 차분해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런저런 잡생각으로 너무 머리가 복잡하다 싶을때는, 잠깐 시간을 내서 내 생각을 글로 적어보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정도로 가장 많았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쓰다보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더 많은 고민들이 있다면 이후에 2탄으로 들고오겠습니다.

얼마전에 기숙학원에서 받았던 편지를 다시 읽어보는데, 와닿는 부분이 있어 사진으로 첨부합니다. 모든 기숙러들 힘든 기숙학원 생활하느라 정말 너무 수고가 많아요. 하지만, 기숙러였던 제가 분명히 말해줄 수 있는 사실! 우리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있고, 이렇게 쌓아온 시간들이 쌓여 분명 수능 날 가장 크게 빛을 발할거라는 사실입니다. 기숙학원에서 공부하며 최선을 다했던 경험들과 시간. 그 때 했던 나에 대한 자아성찰과 여러 고민들. 아직까지도 제 삶을 이끌어주는 원동력이에요. 요즘도 학교 생활을 하며 지칠때마다 ‘그래. 그 순간들도 이겨낸 난데 뭔들 못하겠어.’라는 시작으로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곤합니다.

전국의 모든 기숙러들, 제가 온 마음담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