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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불안해하지 마요

이름 : 김동은  스크랩
등록일 :
2024-09-18 21:35:00
|
조회 :
30,794

  안녕하세요, 멘토 김동은입니다. 절대 마주하지 않을 것만 같던 낯선 디데이 숫자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살아온 수험생으로서의 하루하루는 대개 1114일이라는 단 하루를 위해 존재했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참, 야속하죠. 여기에서 오는 압박감은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작년,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의 저는 붕 떠 있으면서도 동시에 무거운 무엇인가에 짓눌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해가 짧아지고 찬바람이 서서히 불기 시작하니, 불안감이 휘몰아치듯 몰려왔죠. 그 감정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기에 수능을 앞둔 여러분들의 심정이 마냥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불안감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이 글이 복잡한 머릿속을 잠시 정리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왜 불안할까요?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면 그 이유를 가시화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험생분들마다 제각각의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는 대다수에게 적용되리라 생각합니다.

 

1-1) 첫 번째 이유, 확신의 부재

  수험생활을 하는 동안 저를 항상 따라다녔던 의문은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였습니다. 고3 때까지만 해도 완전히 수시파이터였던 저는 정시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첫 수능을 쳤고, 평균 3-4등급, 즉 인서울조차 힘든 점수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실전 연습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평소 점수가 잘 나오던 과목들에서조차 처참히 미끄러지더라고요.

 재수를 시작한 후 치른 6모에선 12112를 받았습니다. 작년 수능 성적을 고려하면 꽤나 올린 점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9모에서 성적이 훅 떨어졌던 겁니다. 자만해서 공부를 소홀히 했다는 그런 흔한 레퍼토리는 아닙니다. 놀랍게도 저는 성적을 더 올리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자습관에 끝까지 남아있던 소수의 학생들 중에는 항상 제가 있었죠. 문제는, 방향은 보지 않고 불붙은 폭주 기관차마냥 무작정 달리기만 했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속도는 좀 느리더라도 1등급으로 가는 공부를 해야 했는데,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3등급이라는 정착지에 다다르는 공부를, 그것도 열심히하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몸은 지칠 대로 지치면서 피곤은 점점 누적되는 상황에, 성적은 그대로이거나 떨어져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남은 두 달여간 무의미한 순공시간만 때울 순 없었기에, 위험을 좀 감수하더라도 공부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6모와 9모 사이, 그 기간동안 제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더듬어갔고, 방향을 조금씩 다잡아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실전 모의고사를 푸는 가운데 혼자 초심으로 돌아가 기출부터 다시 훑을 때의 초조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현역 때와 같은 상황을 다시 마주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이후엔 다행히 성적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더라고요.

 ‘남은 기간에 더 해봤자 얼마나 오르겠어라는 생각으로 반쯤 체념해버린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은 며칠이 유의미한 시간이 될지, 그저 흘러가는 무의미한 시간이 될지는 철저히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지금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주변의 조언도 구해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스스로 계속 피드백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수험생활)은 자전거와 같다. 뒷바퀴를 돌리는 것은 당신의 발이지만 앞바퀴를 돌려 방향을 잡는 것은 당신의 손이며 눈이고 의지이며 정신이다. 당신의 발이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을 움직여는 주지만 정작 당신의 손은 호주머니 속에 깊이 박혀 있는지도 모른다. 정작 당신의 눈은 당신 앞에 놓인 길을 바라보지 않고 옆에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오토바이들과 스포츠카만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볼지도 모른다. 때문에 비록 열심히 페달을 밟고는 있지만 당신이 탄 자전거는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 <세이노의 가르침> 中 

 

1-2) 두 번째 이유, 결과의 불확실성

  열심히 노력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게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변수라는 것은 항상 존재하고, 세상은 생각하는 것만큼 공평하지 않으니까요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한때 저를 무너지게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2학년 때 몇 개월간 잠을 줄여가며 온 노력을 쏟아부은 활동이 있었는데, 나중에 생기부를 확인해보니 그 내용은 온데간데없고 수시를 놓아버린 뒷번호 친구의 내용이 저의 세특란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저는 이 문제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두 달여간 교무실을 들락날락거려야 했지만 끝내 완전히 해결되지는 못했습니다. 내용이 잘못 기재되었다는 점도 문제였지만, 그걸 떠나서 힘들어도 꾹꾹 참아가며 들인 시간과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저를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종종 맞닥뜨리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은 우릴 참 힘들게 합니다. 단 하나의 문제로도 대학이 갈리는 수능은 오죽할까요.

 하지만 너무 걱정 마세요. 사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생각보다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걱정의 40%는 절대로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고,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고, 22%는 사소한 것이다. 걱정의 4%는 우리가 바꿔놓을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4%는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에 대한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로 평생을 보낸 조지 월턴 박사가 하신 말씀입니다. 즉,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아가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입니다. 

 

 

2. 불안을 불안해하지 마세요.


  불안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겁니다. 불완전한 세상과 그 세상을 살아가는 불완전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그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2-1) 유의미한 하루와 무의미한 하루를 나누지 말자

  왠지 집중도 잘 되고 세워놓은 계획대로 일이 술술 풀리는 하루가 있는 반면, 유독 집중력이 떨어지고 게으름을 피우게 되는 하루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대개는 오늘 하루는 버렸네라고 생각하며 내일은 꼭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리라 다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구멍이 송송 뚫린 채 띄엄띄엄 위치한 하루들이 그럴듯하게 엮어내는 수험생활은 위태로울 뿐입니다. 촘촘하고 밀도 있는 하루들로 남은 수험생활을 잘 채워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2-2) 일단 행동하자

  생각이 많아지면 허들이 높아지기 때문에 시작이 어렵습니다. 먼 곳의 희미한 무언가를 상상하기보다, 명확하게 보이는 자신 가까이 있는 것을 바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이며, 내일은 다시 어제인 것 같은 삶 속에 갇혔던 3 때는 세상이 마냥 혐오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분노해야 할 대상은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저 자신이었습니다. 저는 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제 삶의 주인이 되고 싶었지만, 그땐 뭐든 시작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후 의외로 잔잔했던 재수생활을 보내면서 일단 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불안정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더라도 당장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갑시다.

 

 

3. 맺으며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농도가 다를 뿐이라고 하죠. 자기 자신을 사냥의 대상으로 삼으며 그 한계를 실험해보는 삶을 살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요즘 저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며 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총학생회 활동, 세미나, 교환학생들과의 교류 활동, 강의 준비 조교, 동아리 정기 공연, 수험생 때는 이런저런 핑계로 멀리했던 독서와 운동, 자격증 공부 등을 하면서 말이죠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이것저것 재고 따지다가, 고민하다가 놓쳐버린 기회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정말 해보고 싶은 것들을 도전했을 때마다 그 경험들은 언젠가 제게 돌아와 저를 성장시켜주었습니다내 손으로 뭔가를 이루어냈을 때의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내가 이런 것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구나, 하면서 말이죠. 나를 정의할 수 있는 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행복함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항상 부족한 칼럼에 과분한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 김동은
멘토

서울대

김동은 멘토

  • ○ 서울대학교 음악학과 24학번
  • ○ 정시 전형
  • ○ 제 20기 목표달성 장학생
  • #일반고 #재수생 #멘탈관리 #마음가짐 #EN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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