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마지막 잔소리

파랑새를 쫓지 마세요.

여러분은 기적을 믿으시나요?

현역 때 기적이 필요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실력에 비해 제 목표가 더 높았기 때문입니다. 제 스스로 기적 없이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더더욱 기적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없었습니다. 현역 교육청, 평가원 모의고사 통틀어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고 재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수 때 저는 “기적”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현역 때 기적은 없었다는 것을 알았을 뿐 아니라 현역 때 제가 원했던 것은 “기적”이 아닌 “요행”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억울했던 것 같습니다. 기숙 학원 내에서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하는 수험생들을 보며, 자습 시간이나 수업 시간에 자는 수험생들을 보며 혼자서 죽자고 공부하는 제가 그 수험생들보다 단지 “기적”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더 낮은 점수를 받고 더 낮은 대학을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분명 주위에 누가 봐도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가 한 명쯤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친구의 1년의 노력을 옆에서 지켜봤을 것입니다. 1년 동안 죽자고 공부해도 알 수 없는 것이 수능입니다. 그런 수능을 단지 “기적”이라는 단어 하나로 그 친구의 모든 것을 부질없는 것으로 치부하기는 너무 잔인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기적”이라는 것은 없을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있습니다. 원래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다만 자신의 미래를 마냥 “기적”을 바라면서 도박하기엔 너무 쪽팔리지 않을까요? 현역 때 “기적”에 제 미래를 던져본 후 저는 재수 때 “기적”이 아닌 실력으로 제 목표를 달성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자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험생분들이 “기적” 없이 실력으로 “기적”을 이뤄낼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