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 김동은입니다.

곧 수험생 신분을 벗어날 여러분들을 더 자주 찾아와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만화도 더 그려볼 계획이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앞으로 남은 며칠간 여러분의 마지막 순간까지 멘토로서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수험생활은 어땠나요? 시작할 때 결의에 차 있던 나와, 마침표를 앞둔 지금의 나. 결의를 지킨 누군가는 그 둘을 동일한 인물로 여길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완벽히 낯선 두 사람으로 여길지 모릅니다.

해낼 수 있을 거란 지난날의 확신이 무색하게, 지금 무기력 속에 빠져있진 않나요? 아직 안 끝났잖아요. 아직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하루들, 매시간 그리고 매분 매초가 여러분 앞에 고스란히 놓여있잖아요.

앞으로의 나날들을 후회 남지 않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최근 저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이 칼럼이 여러분들에게 다시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1. 스스로 불러온 재앙

  저는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여름방학까지는 레슨과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간간이 용돈을 벌어들였습니다. 그러다 2학기 개강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주변으로부터 갑작스럽게 탐구 과목 과외 제안을 몇 건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작년 수능 마지막 교시에 펜을 놓은 이후로 탐구 관련 교재는 펼쳐본 적도 없었기에 개념조차 가물가물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성적이 잘 나오던 과목이었다고 해도 누군가의 인생이 달린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고민 끝에 하겠다고 했습니다. 안 그래도 2학기는 이전보다 훨씬 알차게 살아보겠다고 신나게 벌여놓은 일들이 많은데, 여기에 계획에 없던 과외까지 덜컥 잡아버린 것입니다.

2. 시간이 촉박하면 누구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다

  저는 지체할 틈도 없이 수업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버리지 않고 쌓아두었던 두툼한 교재들 맨 아래에 있는 개념서를 꺼내 빠르게 3회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6월, 9월, 수능 5개년 기출을 모조리 다운받아 다시 풀어보고, 최근 출제 경향을 파악한 뒤, 과외 자료를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풀었던 실모들의 오답을 전부 다시 해보며 심화 선지를 추가로 공부했고, 같은 자리에 앉아 새로운 모의고사들을 연속해서 응시했습니다. 그 끝에 저는 공부했던 것을 완벽히 복기할 수 있었고, 온 시간과 정성을 들여 정리한 것들을 학생들에게 오롯이 전달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일상과 병행하며 대략 1~2주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집중력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딴짓을 하면 뒤의 일들이 속속 미뤄지고, 그 결과에 지금보다 고통스러워할 저를 생각할 때면 저절로 고도의 몰입력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힘들다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말이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시간이 촉박하면 사람은 본래 지닌 역량보다 훨씬 큰 결과를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비록 탐구가 짧은 시간에 극적으로 올릴 수 있는 과목인 건 맞지만, 저는 이야기의 초점을 공부 전체에 두고 싶습니다. 원래는 설렁설렁 한 달 이상 걸렸을 일도 지금은 일주일 만에 끝낼 수 있고, 일주일이 걸렸을 일도 지금은 고도의 집중력으로 3일만에 끝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내일의 나에게 맡기는 것, 일주일 후의 나에게 맡기는 것. 만약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후회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면 앞으로는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자칫하면 제가 그랬던 것처럼 내년의 나에게 맡기게 되는 수가 있거든요..)

3. 누군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해보자

  수험생으로서 공부했던 입장과, 과외생들의 성적을 꼭 올려놓겠다는 입장으로 공부하는 느낌은 사뭇 다르더군요. 제가 하는 공부에 더욱 책임감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즉, 잘 안다고 생각해 넘겼을 개념도, 원래는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을 선지도 보고 또 보게 되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명쾌히 답할 수 있게끔 말이죠.

물론 나 혼자 하는 공부도 그래야 하지만, 누군가를 책임지고 가르쳐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그냥 귀찮아서 실수로 치부해버렸을 것들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게 됩니다. 이젠 다 됐다고 생각했던 부분에서도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 메꾸려고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꿈에 한 발짝 다가서려 하기엔 자신이 너무나도 먼 곳에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까’ 부족한 부분들을 침착하고 빠르게 보완한다면 여러분의 결말은 눈에 띄게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4. 맺으며

  철저히 시간에 쫓겨보세요. 저는 시간에 쫓기는 게 싫어서, 모순적이게도 시간에 쫓겨다니곤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그 끝엔 결국 자신이 시간을 손에 쥐고 있게 됩니다. 입시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을 때도, 그리고 대학생인 지금도 나태해지려고 할 때마다 그 감각을 잊지 않고 살아갑니다.

물론 이런 삶은 행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도 항상 이런 삶을 살진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날의 여러분이 흘려버린 무의미한 시간들이 돌이킬 수 없는 묵직한 덩어리로 변하여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면, 바로 ‘지금’이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 순간입니다.

너무 힘들 때, 저 역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주세요. 그 사실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