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태연입니다.
날이 많이 풀렸어요. 저는 요즘 기숙사 이사를 하며 케케묵은 먼지들을 보내고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새내기들도 맞이하니 정말로 봄이 오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책도 많이 읽고 여행도 다니느라 방학 목표였던 스페인어 자격증 공부는 많이 못 하였지만, 3월부터는 열심히 해야지 다짐하고 있습니다. 저는 3월부터 새벽 기상 및 운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수업도 9시에 끝나고 과외.. 밥약.. 바쁜 날들의 와중에 생활 패턴을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이 안 드네요. 그래도 조금만 버티면 습관이 되겠지 하는 생각입니다. 관성을 이겨내는 건 참 어렵지만 자신과의 싸움에 이겼을 때 과거의 나를 돌아보면 어느새 많이 바뀌었다고 느낄 것입니다. 물론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지는 마시고요.
새학기를 맞이하는, 혹은 도전을 이어가는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고3으로 올라가던 시기의 저는 참 불안했던 것 같아요.
수학을 하다 보면 여기에 이렇게 시간 투자하는 게 맞나 싶고, 또 덮고 국어 수특을 시작하면 어차피 학기 중에 할 것 같고, 또 덮고 영어를 시작하자니 탐구를 해야 할 것 같고, 결국 탐구 책을 꺼내니 아직 개념이 미완성되어 인강을 먼저 들어야 할 것 같고..
고1, 고2를 거치며 이미 갈피를 잡았을 만도 한데 3학년 마지막 내신을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목달장 활동을 하다 보면 가끔 저는 3년 내내 완벽하고 계획적으로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 역시 수능 전날까지도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습니다.
고3 겨울방학이 끝나고 분명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되돌아보니 뭐 한 것도 없고 모의고사 성적도 제자리였으니까요.
돌아보면 치열하게 공부한 기억보다는 석식 먹고 불 꺼진 캄캄한 계단을 오르며 만약의 상황을 가정하며 불안해하던 제 자신만 눈에 아른거립니다.
여러분께 그 모든 걱정과 불안을 이겨내고 꾸준한 공부로 덮어버리라고는 조언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 마음을 돌보는 게 먼저니까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혹시 모를 변수를 두려워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고, 목표에 비해 자신이 해온 것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좌절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통사 중간 등수가 나온 이후 서술형 점수를 따져보며 계속 그것만 생각하고, 친구와 대화하며 계속 확신을 얻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대학에 와서야 내면의 불안을 다스리는 법을 조금이나마 만들어가고 있는데, 단 하루만에 모든 것이 결정난다는 수능 앞에서 불확실함을 즐기고 현재에 집중하기란 쉽지가 않죠.
그런데 결국 제가 걱정했던 모든 것들은 일어나지조차 않았고, 설령 일어나더라도 제가 그리는 꿈과 목표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더라고요.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우리는 때로는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느끼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의욕이 떨어지고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잘 해야 한다는 기대에 자꾸만 시작 자체를 미뤄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입시는 장기전이고, 어떤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든 오늘의 할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우리 삶이 아닌가 싶네요.
사소한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무던해지는 것은 꽤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새학기를 맞이하는 여러분이 조금은 단단한 마음을 먹고 스스로를 믿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고3 내신에서 미적분 중간고사에서 안 하던 모든 실수를 하고, 기말고사를 잘 봤음에도 미적분 3등급 문을 열었습니다.
너무 불안하고 자책했지만 최선을 다했고, 후회한들 어쩌겠어요.
실컷 울고, 또 잘했던 부분은 스스로 칭찬해주며 끝까지 나아갔던 게 제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였던 듯합니다.
여러분께 조금의 위로나 응원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봄 햇살이 따스해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피아노/최하연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는 건반을 책상 위에 그려놓고, 가만 귀 기울이고 있어요, 당신의 소원은 검은건반에서 뛰어내리는 것, 그리하여 일생일대의 화음으로 나를 부활시키는 것, 당신의 경전마다 엉터리 활자를 찍어놓고, 페이지를 봉인하고 있어요, 나는 나의 다음 페이지가 무조건 될 수 없다는 것, 우주를 한 바퀴 돌아 신발을 벗으며 ‘그것 참’이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당신이 떨어지고 있는 바로 그 순간, 나도 당신이 있던 그곳을 향해 뛰어오를 수 있다면, 당신의 멈칫함이 나를 일깨우는 바로 그 주문이길, 두들겨라, 두들겨라, (나의 건반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나의, 나를 위한 마침표는, 언제나 나의 시작 전에 찍히고 있어요, 도돌이표 마디마디 당신은 돌아오고 있겠지요, 가로지르는 모든 것들로 하여금, 당신을 향한 나의 좌표를 잃게 만들고 싶어요, 당신은, 또다시 그 높은 절벽, 검은건반에 올라서서 눈을 감고 있네요,
관악사, 이사를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