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목표달성장학생 20기 정서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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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

이 끔찍하고 서늘한 말은 17~19살의 저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갈 무렵, 저는 하나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의대생들이 출연해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어떤 삶을 살았나 이야기하는 영상이었습니다.

그중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눈 떠있는 모든 시간 공부했다.'

제 기억으로 그 분은 급식도 먹지 않고, 매일 도시락을 싸와 혼자 먹으며 공부를 하셨다고 했습니다.

16살의 저는 그 분의 말에 굉장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와! 나도 저렇게 공부해야 되는구나.

저렇게 공부해야 좋은 대학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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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부터 저는 그 분처럼 공부하려 노력했습니다.

계획을 짜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제 통제 하에 들어오게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감기 전까지 모든 순간을 공부했습니다.

친구와 아침 등교길을 함께 걸으면서도 머릿속으론 프린트를 외웠고,

하교하는 정류장, 학원 버스 안에서도

저는 머리를 굴리고 무언갈 외우고 문제를 푸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정말 모든 순간을 통제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가 저희 고등학교에서 이동 시간에 머리 굴리는 것을 가장 많이 했다고 자부합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저는 길가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나 가로수 사이 반짝이는 햇빛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고1의 저는 그것을 만끽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걸으면서 영어 문장을 외워야 했거든요.

그날은 바람은 선선하고 햇살은 무지 따사로운 봄날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릴 때 잠깐 본 하늘이 참 예뻤는데, 문제집을 읽으면서 걸을까 그냥 걸을까 몹시 갈등했습니다.

결국 읽으면서 걷기로 마음의 결단을 내렸지만 눈물이 찔끔 나왔습니다.

'난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을 전부 놓치고 공부만 해야하는 건가?..'

지금 생각하면 어린 제가 참 불쌍하네요. 17살밖에 안 먹은 아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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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나저러나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서도 저는 제가 아주 옳은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여러 인강 강사들의 공부 자극 멘트는 제 확신을 더욱 돋구어주었죠.

치열해져라, 독기를 품어라, 미친 듯이 해라, 죽을만큼 노력해라,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는 남는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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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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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완벽주의적 행동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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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하나의 인간이 3년이라는 시간동안 모든 자투리 시간들과 행동거지를 컨트롤하고 완벽한 삶을 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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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없습니다. 사람인 이상, 아주 초인적인 극소수가 아닌 이상 쉼 없는 완벽한 삶을 살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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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린 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역량 부족'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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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서 말씀드렸듯 열심히, 노력하며, 잘 컨트롤하며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며칠간 공부하니 자연히 지쳤습니다.

지친 저는 유튜브에 들어가서 영상을 보거나 웹툰을 봤습니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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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였던 저는,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본 제 자신이 납득이 가지 않고 한심했습니다. 그걸 조절 못해? 나 왜이러지, 왜 이렇게 부족하지.

그리고 저는 모든 계획과 시간이 손 안에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영상 하나를 봄으로써 완벽한 오늘 하루가 깨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와, 오늘 망쳤네.

그래서 저는 그 후로 다른 공부를 할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망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하루가 다 가도록 인터넷만 잔뜩 합니다.

다음날 일어나면 기분은 더 절망적입니다.

난 역시 내 삶을 조절할 수 없는 사람이야.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이야. 한심하다 서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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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이런 패턴의 반복으로 제 2.5년이 다 갔습니다.

죽을듯이 완벽하게 하다가, 무너지고. 또 죽을듯이 하다가, 무너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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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의 이런 공부 방법과, 꾸준히 매일 공부하고 매일 조금씩 쉬는 것을 비교했을 때 총 공부량은 거의 비슷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신적 안정성은 꾸준한 공부법이 완벽주의적 공부법보다 훨씬 월등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지금 이토록 열심히 하는데 언제 또 무너질지 가늠을 할 수 없어서 너무 불안했습니다.

또한 완벽주의는 자기혐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완벽주의의 굴레에서 허덕이는 동안, 저는 수도 없이 '완벽한 삶을 살아내지 못하고 또다시 무너지는 나' 를 자책했습니다. 인간이라면 무너지는 게 당연한 것인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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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초입에 저는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습니다.

나 좋은 대학 못가면 어떡하지, 여기 여기 못가면 어떡하지. 그러면 진짜 죽어야 하나.

극단적이죠?

참 극단적입니다.

완벽주의는 제게 완벽한 것, 완벽한 하루가 아니면 다 내던져 버리는 습관을 길들여 놓았고

그 습관의 풍파를 고스란히 맞는 나날이었습니다.

제 마음속 완벽한 대학이 아니면 다 쓸모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하루하루 울었고 힘겨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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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힘들어하며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는 머릿속으로 제 마음을 진정시킬 온갖 명언들을 뒤적거리며 살았습니다.

어느날은 제 머릿속에서 퍼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완벽하게 말고 온전하게 하자.'

완벽한 결과를 바라지 않기로 했습니다. 완벽한 하루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강박적인 생각은 버리고, 그저 온전히 마음을 쏟자.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되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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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김창완님의 편지를 보았습니다. (김창완님은 산울림이라는 밴드의 밴드맨입니다, 라디오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그는 회사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청취자의 고민에, 이런 내용의 손편지로 답변을 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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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에 47개의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

47개 중 체크 표시한 두 개의 동그라미만 그럴듯합니다.

회사생활이란 것도 47일 근무중에 이틀이 동그라면 동그란 것입니다.

너무 매일매일에 집착하지 마십시요.

그렇다고 위에 그린 동그라미를 네모라고 하겠습니까 세모라고 하겠습니까?

그저 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들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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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도 제가 완벽주의를 조금 벗어나는 데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어느 하루 너무 피곤해서 일찍 독서실을 나왔더라도, 더는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고 더 생생할 내일을 기약하게 해 주었습니다. 내가 살아간 오늘 하루는, 찌그러졌어도 동그라미다. 내일은 내일의 동그라미를 그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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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글은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들을 말리려고 적은 글이 아닙니다. 저도 대학 와서 시험기간에 하루종일 공부 합니다.

이 글을 적은 이유는, 과거의 저처럼 극도로 강박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분명 계실 거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저처럼은 아니더라도 약한 정도로 완벽주의를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을 거구요.

완벽한 삶은 없고, 당연히 누구나 무너지고, 찌그러졌더라도 꾸준히 하면 된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힘들지 않은데 굳이 쉴 필요는 없지만, 약간의 휴식은 이후의 공부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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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날이 추운데, 무탈하게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다음 칼럼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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