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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다니며 얻은 것

이름 : 유재균  스크랩
등록일 :
2025-03-30 00: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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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9,558
  안녕하세요, 유재균입니다. 마지막 칼럼이네요. 그동안 저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각종 과목의 공부법에 대한 정보나, 제가 대학에서 배운 경제학 관련 내용을 작성한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의 칼럼을 읽으면서, 대학생활이나 동기부여와 같은 주제의 글들이 많은 것을 알았지만, 그러한 주제는 잘못하면 피상적일 수도 있고, 또한 독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못하리라 느껴 제 글의 주제로서 잘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여러분께서 제 삶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실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칼럼은 마지막 칼럼인 만큼, 지난 한 해 서울대학교에서의 삶이 어땠고, 그곳에서의 생활 속에서 제가 느낀 바를 작성해 보려 합니다.


1. 대학을 다니며 (내가) 얻은 것
  고등학교 시절 주변 친구들이 이른바 '동기부여' 영상을 즐겨 본다고 했을 때, 저는 그로부터 큰 공감을 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 대학에 진학하려는 이유가 뚜렷한 까닭이기도 하였으나, 동기가 없다고 하여 대학에 가지 않을 것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러한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 살아 간다는 현실적인 조건 아래서, 어떤 큰 동기가 있어야만 대학에 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학에 가지 않는 데 큰 동기가 필요하죠. 대학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공을 고르는 데는 동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만, 각각의 전공에서 무엇을 배우는지도 잘 모르는 고등학생이 어떠한 전공에 대하여 갖는 동기가 대단한 것이리라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는 곳에서 한 해를 보내며 새로이 생각한 것이 있다면, 대학이란, 아무런 동기 없이 자연스럽게 가기에는 한 개인에게 너무나도 큰 영향을 주는 장소라는 점이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저는 대학에서 다만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의 얕은 수준에서 벗어나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도의 기대를 안고 있었습니다. 물론 대학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그 정도의 장소가 아니라는 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우리 교육 체계는 잦은 편집과 축소를 거친 탓에, 개인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도 주지 않으며 깊게 생각해 볼 만한 주제도 제공하지 않으며, 오로지 추론 기술에 의존하는 수능 문제를 풀고 입시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기술만을 길러 주는 형태로 변모하였습니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제게 대학에서의 배움은 단순히 깊이 있는 학문을 넘어 '사유'라는 것을 가능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자율이란 무엇인지, 사회주의란 무엇인지,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합리성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등 제가 1년 간 접한 다양한 주제는 대량의 정보나 이론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양의 정보를 전달해 주는 동시에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얼마 전에 어떤 변호사 분께서 '학부 시절 공부는 재미가 없었지만, 로스쿨에서의 공부는 항상 써먹을 곳이 있다는 생각에 재미있었다.'라는 취지로 말씀하시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부라는 것이 어딘가에 실용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정보를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리며, 특히나 그런 생각들이 내가 사는 세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공부를 즐길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2. 대학을 다니며 (남들이) 얻은 것
  한편 세상에 저처럼 공부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부를 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즐기는 다양한 경험을 포기하는 것이니까요. 고등학교 시절 대학은 저와 유사한 사람들에게만 특별히 더 큰 의미를 준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이 학교에 와서 다른 사람들을 보니,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만은 없다고 느꼈습니다.
  대학에서는 매우 다양한 관심사와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부류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종류의 동아리를 비롯한 모임이 존재하고, 또 정기적인 모임이 아니라 할지라도 봉사, 여행, 사업 등 단기적인 활동도 많습니다. (저는 그러지 않았지만) 이러한 모임과 활동에 즐겁게 참여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보면, 대학이라는 장소가 그들에게도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느낍니다.
  따라서 공부를 할 생각이 없더라도, 높은 수준의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매우 큰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지적 능력을 갖춘 사람들의 부류에서는 더욱 다양한 취향과 관심사를 발견할 수 있고, 그로부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는다면 자아실현이라는, 인간만이 추구하는 목표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지금의 고통을 견디는 방법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고등학교에서 빈약한 내용을 가지고 화려한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모순으로부터 발생하는 고통을, 대학에서 더 깊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대학이 개인에게 주는 의미의 아주 일부만을 알면서도 고등학교 생활의 고통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고등학교 공부에 대한 반발감과 대학 공부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이정도로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고등학교에서의 고통을 견딜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 글은 최대한 많은 분들이 고등학교 생활에서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제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른바 '동기'라고 하는 것을 전해 드리려 작성하였습니다. 작성하다 보니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나 피상적인 수준에서 탈피하지 못한, 안타깝기 그지없는 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들께서 이 글을 보시고 약간의 재미나 대학에 대한 기대감과 같은 감정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1년 간 칼럼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재균
멘토

서울대

유재균 멘토

  •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24학번
  • ○ 수시 전형
  • ○ 2024학년도 수능 인문계 수석
  • ○ 제 20기 목표달성 장학생
  • #인문계 수석 #일반고 #수시 #전교1등 #IN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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