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번에 반도체학과 소개 칼럼에 이어서, 이번 칼럼에서는 반도체 생태계에 대한 칼럼을 써보고자 합니다. 사실 반도체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엔비디아, 인텔,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이나, HBM, GPU 같은 용어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사실 저도 원래 고등학교 내내 전자공학에는 관심이 있어서 정말로 반도체하면 물리학1에서 배운 ‘도체와 부도체 사이의 그 무언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직 반도체 입문자에 불과하긴 하지만, 조금이나마 현재의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 쉽게 설명해 드리고, 나중에 생기부 소재로 쓸 수도 있고, 수험생들이 전공 선택 시 도움이 되고자 칼럼을 한 번 작성해보겠습니다. 특히 현재 반도체 산업은 엔비디아를 빼놓고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기에 엔비디아의 발자취와, 엔비디아가 진행 중인 사업을 중심으로 한 번 설명해볼게요

2025년 7월 10일,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종가 기준 시총이 전 세계 최초로 4조 달러(한화 약 5,52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한국 기업 전체의 시가총액을 전부 합친 금액의 약 2배이며,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15개 정도 있어야 엔비디아의 전체 시가총액이랑 비슷해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이 엔비디아는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수십만 명의 직원이 있는 기업도, 삼성전자처럼 반도체를 제조하는 거대한 공장을 가진 기업도 아닙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기업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AI를 학습시키는데 필수적인 GPU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는 용도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로 나눠지는데, 이때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반도체를 메모리 반도체, 메모리를 조종하고 명령을 내리는 반도체가 시스템 반도체의 한 종류인 로직 반도체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뇌에서 기억하는 부분이 메모리 반도체의 역할을, 그 기억을 토대로 각종 판단을 하고 몸에게 명령을 하는 부분이 로직 반도체의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때 CPU와 GPU가 로직 반도체에 해당하며, 엔비디아, 퀄컴, 인텔 등이 이 로직 반도체의 대표 기업입니다. 여기서 로직 반도체는 또 데이터 처리 방식에서 GPU와 CPU로 구분되는데, CPU는 일이 들어오는 순서대로 하나씩 처리하는 순차 처리 방식, GPU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처리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때 AI를 학습시키는 딥러닝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성능이 매우 좋은 GPU가 필요합니다. 딥러닝 방식은 더하기, 곱셈, 나눗셈과 같은 연산 구조를 몇백 조 번씩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고 성능의 컴퓨터가 필요한데, 여기에 들어가는 것이 엔비디아의 GPU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하는데,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GPU를 통한 인공지능 학습은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가져와서 학습하는 일을 수 조번 반복해야 합니다. 다만 엔비디아의 GPU 연산 속도는 매우 빠른 속도인 반면, 데이터를 가져와야 하는 메모리 영역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여 아무리 빨리 연산을 처리해도 기존의 D램으로는 데이터 공급량을 충족시킬 수 없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HBM(고대역폭 메모리)인데, 메모리를 층으로 쌓아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D램이 등장하면서 그림에서 보이다시피 GPU에게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공급해줄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는 대한민국이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이 HBM을 생산 중입니다. 또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서도 엔비디아에 HBM를 납품 중이고요.

그렇다면 엔비디아는 왜 이 GPU라고 하는 로직 반도체를 직접 공장을 지어서 생산하지 않을까요? 일단 엔비디아는 일종의 스타트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초기 자본금이 많지 않았고, 젠슨 황이 창업할 무렵엔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제조 공장을 만드는 데 천문학적인 자본투자와 막대한 시간이 드니까 우리 기업은 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에만 집중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엔비디아 역시 팹리스 회사로 발전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팹 없이 설계만 하는 반도체 회사를 ‘팹리스’, 반도체 팹을 가지고 오로지 위탁제조만 해주는 회사를 ‘파운드리’라고 부릅니다.) 이때 이 많은 반도체 설계 기업들로부터 요청을 받아 반도체 제조를 하는 기업인 TSMC(타이완 반도체 제조 회사)가 등장하면서 현재는 인텔과 삼성전자 외에 대부분 회사에서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동시에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특히 TSMC 같은 오로지 제조만 하는 파운드리는 자신들이 설계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이 자신들의 반도체 설계도를 TSMC에게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점 역시 한 몫합니다.

이렇게 엔비디아가 GPU 개발을 하고 있을 때 2022년 11월 오픈AI가 전 세계에 챗GPT를 공개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인류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알렸습니다. 오픈 AI의 최대 투자자가 마이크로소프트였기 때문에,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사였던 구글, 아마존 등의 빅테크 기업들은 챗GPT가 공개된 이후로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붙었습니다. 구글은 당장 ‘바드’라는 챗봇 AI를(현재 제미나이로 이름이 바뀜) 공개했고,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AWS는 황급히 다른 AI 기업들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각자 상황은 달랐지만 모든 기업은 그들의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딥러닝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GPU가 필요했고, 그 결과, 상당히 비싼 값에 엔비디아는 GPU를 팔 수 있었고, 그 결과 제조 기업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수치인 영업이익률 60%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발생하는데, 엔비디아가 GPU에 대해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요? 당장 중국 기업만 해도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파이를 상당 부분 빼앗으며 추격하고 있으며, GPU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는 AMD(Advanced Micro Devices), CPU에만 집중하다가 뒤늦게 엔비디아 추격에 나선 인텔 등도 막대한 투자를 확보하며 GPU 시장 점유율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기술인 CUDA (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 때문에 후발 주자들과 엔비디아의 격차는 쉽게 줄어들기 힘듭니다. 기존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대부분 CPU에게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면, 엔비디아가 만든 CUDA는 엔비디아가 만든 GPU에게 명령을 내리기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입니다. 쉽게 말해서, GPU를 사용하기 위해선 CUDA로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고, 다른 방식을 쓰면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엔비디아의 제품을 쓰면 개발자들과 기업들은 다른 회사의 제품을 쓰기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애플 제품이나 갤럭시 제품 간 호환이 안 된다고 가정하여, 맥북을 산 사람은 갤탭이 아닌 아이패드만을 사야하고, 갤럭시북을 구매한 사람은 아이패드를 못 사고 갤탭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중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 강자지만,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3% 수준으로 매우 위기입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전체 반도체 시장 중 25%만을 차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AI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반도체 점유율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지속해서 낮아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고, 또한 B2C[소비자 대 기업 영업] AI 스타트업들이나 기업들이 부족하여 생성형 AI를 이용하여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만든다던지, 키오스크와 결합한 AI 서비스와 같이 직접적으로 AI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업도 적은 편입니다.

특히 이미 배터리, 화학 산업, 금속, 전자 제품, 집적 회로, 건설기계 등 한국의 상위 20개의 주요 수출 품목에서 16개 품목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만큼, 반도체 시장마저 대만, 중국, 일본에 넘겨준다면 한국의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특히 파운드리의 경우 한국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은 대만의 TSMC에게 점유율이 완전히 잠식당한 상황이며,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YTM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와 CXMT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는 저가 D램을 무기로 공세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일본은 과거 반도체 강자로서의 위상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상실했으나,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재 분야에서 무서운 투자를 이어 나가며,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우세를 점하고 있는 몇 안되는 산업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인 만큼, 한국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산업까지도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야 한다고 교수님들이 말씀하시곤 합니다. 때문에 나중에 신소재공학, AI, 컴퓨터공학, 전자공학과, 기계공학과 쪽의 첨단 공학 계열에 관심이 많으신 수험생 분들은 이러한 현재 반도체 생태계에 대해서 공부하고, 자신이 어떤 분야로 나아가고 싶은지 고민해 보시는 경험을 가지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