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정서는 불안감입니다. 현역 학생은 수능이 처음이니까, N수 학생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니까 불안합니다. 자신이 공부하는 것에 확신이 안 서 갈팡질팡하기 쉽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것은 다 하고 싶고, 내가 지금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맞나... 싶기도 하겠죠.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를 앞두고 부담감 속에 짓이겨지는 기분이죠. (전 항상 제 인생을 스포일러 당하길 원했습니다..)

인류는 불안이라는 감정 때문에 자신을 채찍질하여 앞날을 대비합니다. 그리하여 최악의 상황을 피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고자 합니다. 인류에게 걱정이 없었다면 내일 없이 탱자 탱자 놀다가 멸망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불안을 원동력으로 미래를 대비한 조상들의 후손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의 불안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의 결과로서, 당연한 것입니다.

당연한거고 자시고 일단 내가 스트레스받아 죽겠는데 어쩌란건지 싶나요? 맞아요. 그래서 오늘의 칼럼은 제 멘탈을 지켜준 몇 가지 수칙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1. 현재에 집중하기, 나에게 집중하기

“ 마음이 현재에 있어야 행복하다. 마음이 과거에 있으면 후회하고, 마음이 미래에 있으면 불안하다. ”

저번 칼럼에도 썼던 내용이지만, 제 모토입니다. 사실 잘 안되서 항상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후회도 불안도 우리가 희망을 품는 존재이기에 생겨나는 산물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에 잠식되면 안 되겠죠.  

‘아 망하면 어쩌지... 아 걍 이시간에 한 문제나 더 풀자.’ 제 머릿속의 무한 루프였습니다. 생각해봤자 답 안나오는 걱정은 멈추고, 일단 그 시간에 공부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결과야 알수 없지만 실력이 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길잡이로, 나아가야 합니다. 걱정은 길어지면 독입니다. 딴 생각말고 오로지 내 눈 앞에 놓인 할 일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또한 나 자신에게만 집중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누구를 이기기 위해 하는 공부를 권하지 않습니다. 과도한 경쟁심은 단기적으론 좋아도 장기적으로는 자신을 갉아먹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제낀다는게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저는 몇등 보다는 몇 점이라는 것을 목표로 잡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전국 n명 안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100점을 맞자!’하는 마인드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100점이 부담스럽다면 ‘화작문 다맞자! 문학 다맞자! 비문학 다맞자!’라고 세분화시키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2. 외로울 수 밖에 없는 길

많은 학생이 수험생활에 인간관계로 힘들어합니다. 특히 친구들과의 관계에 의지하는 성향의 학생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하지만 인간관계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되면 안 됩니다. 우선순위는 언제나 나입니다. 내가 짊어진 짐도 무거운데, 인간관계로 인해 과하게 감정 소모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세요. 나를 정말 위한다면, 내게 너무도 중요한 이 시기에 내 삶을 낭비해선 안 됩니다. 내가 잘되면 좋은 인연은 찾아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친한 친구와 멀어지게 되더라도, 미리 내 사정을 설명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해야 할 시기임을 알린다면 진심이 전해질 것입니다.  

공부할 때는 외로움과 친해져야 합니다. 본인이 감내해야 할 몫은 온전히 본인만 감당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이 길은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고, 누구도 온전히 공감해 줄 수 없습니다. 외로움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3. 수험생의 신분으로 제도적 불합리에 열을 내는 것은 내 손해다.

좋은 학벌이라는 희소가치를 향해 학생들은 달려갑니다. 이들은 태어나서 대부분의 노력을 공부에 쏟았습니다. 그렇기에 학벌을 배분하는 룰, 즉 교육제도와 입시제도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정시러였기 때문에 특히 수시, 정시 비율에 많은 불만이 많았고, 지방 사립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교육의 불공정함에 분노했습니다. 고3때는 대한민국 교육을 욕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 부질없습니다. 첫째로, 본인의 에너지 낭비입니다. 둘째로, 공부 의지를 꺾이게 만듭니다. 셋째로, 나쁜 결과에 대한 그럴듯한 핑계를 만드는 길입니다.  

문제의식을 가지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내 견해를 잘 간직해두었다가 성인 이후 선거에서 공약을 잘 보고 투표를 통해 권리를 행사하거나, 직접 본인이 정치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돈 많이 벌어서 내 뜻을 실현할 정치인을 후원하는 방법도 있겠네요. 어떤 행보든 학벌이라는 권위는 내 뜻에 힘을 실어줄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은 주어진 룰 안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공부하는 게 좋겠죠?

그리고 대입 합격 결과가 나오면서 합격 수기가 꽤 많이 나올텐데요.. 비판적으로 수용하셔야 합니다.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에 스스로를 굉장히 미화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합격 수기 좀 오버해서 쓴 부분 있어요. 당연히 제게 마이너스인 건 안쓰죠. 쓸 당시에는 멋진 나 자신의 뽕에 취해있기 때문에 그런 건 기억도 안나고요. 감안하셔야 합니다. 아주 대단한 수기를 읽더라도, 자기 만족 목적으로 추앙받고 싶은 심리가 노골적인 글들은 ‘재수없는 새끼..’ 생각하고 넘기시면 됩니다. 괜히 멘탈 망가지지마세요~.

댓글로 질문할 때 유의 사항

1. 질문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ex) 비문학 공부 어떻게 하나요? - 이런 질문은 답변 안 할 겁니다. 대략적인 공부법은 목표달성 수기를 참고해주세요.

2. 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ex) 집중이 안됩니다, / 딴 생각이 너무 납니다. - 건강상의 문제라면 병원의 도움을 받으세요. 대부분의 원인은 동기부여 부족입니다. 제가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