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전 투표 결과: 수학 28표(1위) )

수학에서 실수가 나오면 정말 허무하게 점수가 날아가기 때문에 굉장히 큰 손해입니다. 

하지만 실수가 '몰라서 틀린것' 보다 훨씬 시험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그 틀린 문제 하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자체가 시험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실수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했던 계산을 되풀이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 시간에 실수를 검토하러 돌아가고, 

무엇보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공부의 발목을 잡습니다. 

실수는 운이 맞습니다. 하지만 실수가 일어날 확률은 정말 많이 줄일 수 있고 검토를 통해 나머지 실수를 잡아낼 수 있습니다. 모든 실수에 대해 집중력 문제이고 집중력을 키우면 실수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집중할수록 실수가 많이 나온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구구단 외울 때부터 수능 볼 때까지 수학을 풀 때 기본적으로 냅다 달려들어서 풀리면 풀고 안 풀리면 말고 하는 식으로 풀었고 덕분에 실수를 아주 많이 해왔습니다. 정말 많이요.

이제부터 쓸 내용은 제가 수험생활을 하면서 계산 실수 뿐 만 아니라, 착각, 문제 안 읽기 등 모든 분야에서 적어 놓은 메모를 그대로 적어 놓은 것입니다. 

아마 3번에 걸쳐서 올릴 것 같아요.

<수학 전반 실수유형>

삼각형 1/2

같은 거 2번 반복

구하라는 것 말고 딴 것 구하기

덧셈-곱셈 연속에서 계산실수

하다가 어디까지 구했는지 까먹기

조건 내 마음대로 해석하기

내가 구한 조건 안 쓰기

잘못 구한 변수를 고칠 때 그것으로부터 유도된 다른 변수 안 고치기

식 전개하다 /표시 (소거) 너무 크게 쳐서 다른 것도 날리기

자연수 조건 안쓰기

답 구하고 표현 형식 바뀐 보기 못찾기

유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형들 사이의 공통적인 과정이 중요해요.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무의식이고 (종이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랑 언어)는 의식입니다.

수학을 풀 때 의식과 무의식이 같이 활동하는데 시험이 진행되다 보면 무의식이 점점 의식을 점거합니다. 문제를 푸는 주체는 무의식이지만 무의식은 앞을 못보고 계속 돌진만 하므로 의식은 나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서 무의식이 이상한데로 못빠지게 계속 잡아주어야 합니다.

1) 삼각형 1/2 안 곱하기

ex) 빗변제외한 두 변의 길이가 6,8인 직각삼각형

틀리는 경우

(1초)  (머릿속): 6*8 = 48 -> (종이): 6*8

(1.1초) (머릿속): 48/2 = 24

(2초) (머릿속): .  (종이): 6*8 = 48 

(3초) (머릿속) (1/2 곱했으니 이게 답이야. 끝났다!) -> (종이): 이게 답이군. 48마킹

시험보고 나면 1/2를 까먹고 안했다고 자책하는데 연산을 까먹고 안한게 아니에요. 연산을 머릿속에서는 분명히 했어요. 단지 무의식이 의식보다 훨씬 빠른 구간이 사람마다 존재하는데 모든 사람이 삼각형에서 1/2 나누는 것이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싱크가 안맞는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무의식이랑 의식이 같이 가면 됩니다. 삼각형을 봤을 때 생각만 하지 말고, 말 그대로 머리에서 ”이분에 일 이분에 일“을 재생해서 의식에 무의식을 맞춰주세요.

2)　같은거 2번 반복

다양한 케이스가 있는데 삼각형에 1/2 곱하고 한번 더 곱한다던지 정적분에서 아랫값 빼줄 때 아랫값이 음수면 (-)(-)(-) 해서 그대로 음수로 둔다던지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게 집중력 문제에요.

6*8 = 48

(2를 나눠야지.) 48/2 = 24

(끝났다!)　<< 딴생각

(어디까지 했더라?) 24

(2를 나눠야지.) 12

계속 집중력을 유지할 수는 없지만

두자리 수 이상 계산

문제 끝날 때

(-) 두 번

에서는 머릿속에서 음성으로 계산을 재생해주세요. ”마이너스 마이너스 플러스“

식을 쓰면 계산 실수가 주는 것이랑 똑같은 원리인데 식 쓸 시간이 아깝잖아요.

3) 구하라는 것 말고 딴 것 구하기

이런 것도 실수지만 이건 잘 틀리지는 않고 보통 보기에 없어서 시간만 낭비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것도 기회비용인데 오답노트에 안 들어가요.

문제 풀기 전에, 3분 뒤의 나를 위해 반드시 발문의 답부분에 네모를 엄청나게 크게 쳐 놓습니다. 진짜 크게요. 그러면 ”끝났다!“라고 생각을 하고 페이지를 넘기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나를 붙들 수 있습니다.

이래도 가끔은 얼핏 정신을 차려보면 무의식으로 풀고 있을 때가 있지만 이것을 내가 인지 했을 때 3가지만 무의식한테 물어주면 다시 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습니다.

1. 너 뭐 구하고 있지?

2. 왜 구하고 있지?

3. 그래서 그게 답이야?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더 많은 내용은 다음으로 미룰게요. 원하시는 사항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앞으로 2주는 실수에 관해서 더 써 볼 생각입니다. 

결론

1. 결국 수학은 무의식으로 푸는 것이다. 내가 가르쳐 준 것들이 무의식을 방해한다고 생각이 들면 (이거 동그라미 쳐야해 말아야 해?? <<쓸데없는 고민) 멍을 때리면서 문제를 풀면 다시 원상복귀할 수 있다.

2. 모든 사람은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당연히 무의식이 다르고 같은 유형에 대해서도 실수하는 유형이 다를 수 있다. 자신만의 원인과 해결법을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3. ”끝났다!“ 라는 기분이 분명히 언젠가는 들 텐데 그 기분이 드는 것을 인지하면 바로 ”망했다!“ 라는 생각을 하고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