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능만점 장학생 전호연입니다.

며칠 전 D-99의 마음가짐이라는 칼럼을 쓰며 양치기가 생각보다 좋은 공부 방법이라는 얘기를 했는데요,

댓글로 질문을 받다 한 가지 생각난 양치기의 장점이 있어서 나누고자 합니다.

작년 수능 국어에 '월선헌십육경가'라는 시가가 출제되었습니다.

그 해 EBS 수능완성에 실린 장편 가사 중에서 정철의 '관동별곡'을 제외하고는 가장 출제확률이 높다고 예상되었던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저 또한 그런 월선헌십육경가를 수능 전에도 철저히 공부했습니다.

작년 수능 25번 문제는 월선헌십육경가 중 '강호 어조(魚鳥)애 새 셰 깁퍼시니 옥당금마(玉堂金馬) * 의 몽혼(夢魂) * 이 섯긔엿다'를 밑줄 쳐놓고 옳은 해석을 물어봤습니다. (* 옥당금마 : 관직 생활. * 몽혼 : 꿈.)

여기서 '몽혼이 섯긔였다'의 해석을 놓고 수능이 끝나고 커뮤니티에서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었는데...

암튼 평가원의 해석을 따르자면 저 몽혼이 섯긔였다는 것은 관직생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미련이 남아있음을 뜻합니다.

문제는 EBS 해설서 중 몇몇 책에서 저 문구로부터 화자가 관직생활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해설해놨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또한 그런 해설서 중 하나로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떻게 저 문제를 맞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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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양치기를 하다 맞았습니다.

작년에 바탕모의고사에 월선헌십육경가가 나온 적 있었습니다. EBS 수록 가사였으니 당연히 한번쯤은 나왔겠죠?

그런데 그 모의고사에도 월선헌십육경가의 결사로부터 관직생활에 대한 미련을 읽어낼 수 있냐는 문제가 출제되었고, 저는 그 전에 EBS 해설서로 공부한 대로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틀렸죠 :)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제가 '이걸 왜 틀렸지?'라는 질문을 갖고 바탕 해설지를 들춰봤다는 것입니다.

해설지에는 결사에서 관직생활에 대한 미련을 읽을 수 있다고 써있었고, 그때는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수능 시험장에서 25번 문제를 봤을 때, 정답 선지의 서술이 제가 읽은 EBS 해설서와는 달랐지만 바탕 해설집과 같은 해설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있었기에 문제를 별 고민 없이 맞출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바탕 광고처럼 되긴 했는데... 그게 제 의도는 아니고...

중요한 건 양치기 덕에 한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는 것을 숙지했고 그로부터 문제를 맞출 힘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ㅎㅎ 여러분도 어떤 과목이든 최대한 많은 양을 풀어보면 큰 힘이 될겁니다.

+ 사설 풀면서 틀렸다고 그냥 넘기지 마세요. 문학의 경우 해석은 여러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상술한 EBS 해설서의 해설도, 바탕 모의고사의 해설도 절대적인 해석은 아니죠. 하지만 확실한 건 해설서나 모의고사를 만들 정도의 사람들이 문학 작품을 보며 하는 해설은 충분히 타당한 해설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사설 모의고사를 풀고 문제를 틀렸을 때 해석이 이상하다고 욕하기보단, 이런 해석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