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정말 코앞에 둔 이 시기는 누구에게나 고된 시간입니다. 절대적으로 며칠 남았냐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이미 한 해, 어쩌면 그 이상을 쉼 없이 달려오셨으니까요. 매일 같은 풍경의 교실, 독서실에 앉아 책상 위에 같은 문제집을 펼치고, 똑같은 내용을 수십 번 반복하다가도 모르는 내용이나 틀리는 문제가 나오면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하는 회의감이 고개를 듭니다. 저도 큰 시험이라고는 수능밖에 안 본 사람이기는 하지만, 많이들 들어보셨듯 공부라는 건 본질적으로 외롭고 힘든 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결국 문제를 풀고 답을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건 오롯이 본인 몫이니까요. 아무리 유명한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모르는 문제 질문할 주변인들이 있어도 시험장에서는 언제나 혼자입니다. 이 고독을 견뎌내는 훈련 자체가 수험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동시에 우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라는 생각에 빠져 우울해 지고는 합니다. 하지만 잊지 마셔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이 길을 걷고 있는 모두는 각자의 사연과 짐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정말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공부하고, 누군가는 집안 사정 때문에 남들만큼 집중하지 못하면서도 잠을 깨가며 공부를 이어갑니다. 실모 성적표 앞에서 누군가는 주저 앉을 때,누군가는 바로 다시 자리에 앉아 볼펜을 잡습니다. 오늘 공부하신 그 공간 속의 사람들도, 각자 보이지 않는 싸움과 고독을 안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외로움과 고통은 여러분 혼자만의 것은 아닙니다. 제가 오늘 제목으로 선정한 단단해진다는 건, 그런 어려움에서 벗어나려 너무 애쓰시거나 아픔을 부정하려 하거나 하는 게 아닙니다. 힘든 건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중요한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다시 묵묵히 정진할 수 있는 힘을 말합니다. 너무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든 날에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 먹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이미 그 과정을 겪고 계신 것이겠지요. 수능은 여러분이 살아온 20년 내외의 시간을 하루의 퍼포먼스로 평가하는, 잔인할 정도로 공평한 시험입니다. 비단 학벌뿐만이 아니라, 학창 시절을 정말 성실히 살아오신 분들께서는 그 시간을 견디며 쌓은 끈기와 의지를 그 이후의 삶에 있어서도 큰 동력으로 삼으시더군요. 여러분이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은 단순히 문제풀이 스킬뿐만은 아닐 겁니다. 매일 자신을 다잡는 습관, 스스로 발전해나가는 법, 나에게 맞는 나 자신 관리법. 어쩌면 수험생활 때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평생 삶의 지혜는 아닐지요. 그러니 흔들릴 수는 있어도 무너지지는 맙시다. 괴롭다고, 힘들다고 해서 멈추지 맙시다. 지금 이 외로운 길을 끝까지 걸어내면, 그 끝엔 더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D-46일이네요. 이 시간이 지나면 여러분의 끊임없는 노력에 걸맞는 결과가 여러분을 맞아주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조금만 더 단단해집시다.